[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조건 없이 헌신하는 노인지도자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조건 없이 헌신하는 노인지도자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17 13:57
  • 호수 7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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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원어치 일을 했다면서 잠수를 탔다니까.”

얼마 전 출판사에서 편집장으로 일하는 지인이 오랜만에 만난 필자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한탄했다. 해당 출판사에서는 10년 넘게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 신간 도서의 앞, 뒤, 날개에 사용할 디자인을 의뢰했다. 납품받은 후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출판사는 디자이너가 코로나로 인해 일이 줄어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호소해 와 절반인 100만원을 미리 지급하는 호의를 보였다. 그리고 디자인을 넘기기로 약속한 날 디자이너는 앞표지만 덜렁 보내놓고 유력 정치인의 캠프에 합류해 나머지 디자인을 할 수 없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후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계약 파기로 위약금을 청구해도 모자랄 상황에서 출판사에서 항의를 하자 되레 “자신은 받은 만큼 일했으니 잘못이 없다”며 성을 냈다고 한다.

디자이너 중에는 프리랜서가 많다 보니 다양한 고객들을 만나게 마련이다. 그 중에는 납품 후에도 지나치게 까다롭게 수십 차례 수정을 요구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처럼 다년간 악덕 의뢰인을 몇차례 만난 후 한계치를 넘어서 ‘대충해서 넘기자, 받은 만큼만 하자’ 같은 아마추어적인 마인드가 발동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부메랑이 돼 자신의 평판 악화로 돌아온다. 갑질에 갑질로 대응하면 결국 똑같은 인간이 되기 마련이고 최악의 경우 일감도 줄어든다. 

사회에 나왔을 때 한 선배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좌우명처럼 삼아 살고 있다. 

“100만원 받는다고 100만원어치만 일한다면 100만원짜리 인생이 된다. 100만원을 준다 해도 1000만원어치 일해야 능력을 인정받는다. 설사 그 노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100만원으로 퉁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이 나쁜 것이지 거기에 휘말려 100만원짜리로 살면 안된다.”

취재를 위해 전국을 돌면서 이런 행동을 실천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회관 건립을 위해 시장‧군수‧국회의원 사무실을 매일 찾거나 자신은 1원도 안 받아도 되니 제발 직원들 처우만 개선해달라며 호소하는 지회장님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경로당 회장님들은 어떠한가. 코로나로 경로당이 패쇄되도 당장 내일이라도 문을 열 것에 대비해 매일 홀로 나와 관리하는 분들이 수두룩하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연합회장, 지회장, 경로당 회장님들은 금전적 보상을 거의 받지 않음에도 경로당 환경 개선과 노인 복지를 위해 청년들보다 왕성하게 활동한다. 만약 노인지도자들이 받은 만큼만 움직였다면 우리나라의 노인 복지는 암울했을 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그분들의 헌신에 대해 국가가 보상을 해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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