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가 암 치료에 기여?
[백세시대 / 세상읽기] 코로나가 암 치료에 기여?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09.17 14:05
  • 호수 7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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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기가 여전히 낯설다. 실내에 들어가는 순간 마스크 쓰라는 지적을 당하곤 한다. 코로나가 원망스럽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데 생명을 앗아가고 정상적인 삶을 완전히 망가트린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희망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중세 유럽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간 페스트(흑사병)는 봉건제를 무너뜨린 불씨가 됐다. 페스트로 인한 인구 급감이 노쇠한 봉건제를 빠르게 붕괴시킨 것이다. 노동력 감소가 임금 인상을 부추겼기 때문이다. 소작농을 구하지 못한 영주들이 파산하기 시작했고 중세는 급격히 재편됐다. 영주와 농민 간의 무력 충돌을 거치면서 경제구조는 변화했다. 영원한 노예로 여겨지던 백성이 봉건제의 굴레를 벗고 자유민 지위와 자기 땅에 대한 자유 처분권까지 얻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현대의학의 가장 큰 장애물인 암을 없애는 ‘방아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적용된 mRNA(메신저리보핵산)를 이용한 암 치료제가 동물실험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것이다. 

mRNA란 세포에 특정한 단백질을 만드는 지침을 전달하는 유전물질이다. mRNA 백신은 mRNA 분자 형태로 투여된다. 몸속에서 병원체의 일부(항원)인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계가 진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항체를 만들도록 학습시킨다.

화이자 백신을 개발한 독일기업 바이오엔테크는 현재 이 기술을 이용한 암치료법이 쥐 실험에서 종양을 거의 완전히 없앤 것으로 나타났으며 임상시험에 들어갔다고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중개의학’에서 밝혔다.

연구진은 암세포를 공격하기 위해 면역세포가 만들어내는 사이토카인 단백질 4종을 만들도록 세포에 지시하는 mRNA 혼합물을 만들었다. 이 mRNA를 생쥐 20마리의 흑색종 세포에 주입하자 종양 내의 면역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면역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40일이 채 안 돼 생쥐 20마리 중 19마리에서 암 세포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번 연구의 협력업체인 프랑스 제약업체 사노피가 진행한 또 다른 실험에서는 흑색종과 폐암을 함께 앓고 있는 쥐에 이 치료법을 적용했다. 이 실험에서는 mRNA를 직접 투여한 흑색종뿐 아니라 폐암 세포까지 억제됐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기술도 동물실험에서 좋은 암 치료 효과를 보였다. 아스트라네카 백신 개발기관인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루트비히암연구소가 최근 국제학술지 ‘암 면역 치료 저널’에 발표한 연구를 보면 연구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제조에 쓰인 바이러스 백터 기술을 이용해 암 치료 백신을 설계했다. 치료 백신은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연구진은 면역요법과 함께 치료 백신을 투여 받은 생쥐의 암세포 크기가 36일만에 82% 줄었다고 밝혔다. 생존 확률도 17%에서 36%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비소세포 폐암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면역요법과 결합한 치료 백신 임상시험을 올해 말 시작할 계획이다. 제너연구소장은 “이 새로운 백신 플랫폼은 암 치료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인류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기술이 혁신하고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준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대유행)도 마냥 원망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참고로 백신은 어디서 나온 말일까. 우두를 접종해 천연두 감염을 예방하는 종두법이 탄생했다. 제너는 이 치료법을 라틴어로 ‘암소’를 뜻하는 vacca에서 따와 vaccination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늘날 천연두뿐만 아니라 수많은 감염병 치료에 사용하는 백신이라는 용어가 이렇게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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