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고 심하면 실신…고혈압만큼 위험한 저혈압의 종류와 치료법
어지럽고 심하면 실신…고혈압만큼 위험한 저혈압의 종류와 치료법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09.17 14:41
  • 호수 7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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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혈압은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압이 정상수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대개 수축기 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 보다 낮으면 진단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저혈압은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압이 정상수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대개 수축기 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 보다 낮으면 진단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앉았다 일어날 때 핑 도는 ‘기립성 저혈압’, 화장실 등서 크게 다치기도

저혈압 유발 약물 조심해야… 적당한 수분 섭취는 체액량 증대에 효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김정례(72) 어르신은 얼마 전부터 앉았다 일어설 때 갑자기 눈앞이 하얘지며 쓰러질 듯한 어지럼증을 느꼈지만 잠시 벽을 잡고 일어나니 멀쩡해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다 며칠 뒤 소파에 누웠다가 일어난 순간 심각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거실 바닥에 쓰러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 어르신은 의사로부터 ‘기립성 저혈압’ 진단을 받았다.

저혈압은 심장이 수축할 때 혈압이 정상수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대개 수축기 혈압 90mmHg, 이완기 혈압 60mmHg 보다 낮으면 진단된다. 흔히 ‘혈압은 낮을수록 좋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 보니 저혈압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계속 방치하면 고혈압만큼 저혈압도 심각한 부작용과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저혈압으로 인해 우리 몸의 주요 장기가 적정량의 피를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 각 신체 기관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실신이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은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량이 적어져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저혈압이 발생하기 쉽다.

◇저혈압의 종류와 원인

일반적으로 흔한 저혈압의 형태로는 기립성 저혈압, 식후 저혈압, 미주 신경성 실신 등이 있다. 사람이 누워 있게 되면 앉아 있거나 서 있을 때 보다 혈액이 복부와 다리로 많이 몰리게 되는데 갑자기 앉거나 일어나면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혈액량이 줄어든다. 

이때 자율신경계가 작동해 맥박수와 심장의 수축력이 증가하고 말초혈관은 수축해 혈압을 올려 전신에 원활한 혈액 공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당뇨병, 심장혈관 질환, 신장 질환, 탈수, 이뇨제나 일부 항우울증 약제를 투여하게 되는 경우에는 자율신경계의 보상기능이 감소하거나 한계가 있어 일시적인 혈압 강하로 인해 어지럽거나 심하면 쓰러지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한다. 이를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한다.

식후 저혈압은 식사 후 발생하는 혈압의 과다한 감소를 말한다. 식사를 하면 많은 양의 혈액이 장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장기의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게 된다. 정상일 경우, 다른 장기의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지 않도록 준비하는 양과 능력이 충분하지만, 노인이나 질병에 의해 자율신경계의 보상기능이 감소해 있거나 탈수나 출혈로 혈액량이 줄어든 경우에는 식후에 저혈압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또는 충격을 받거나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다가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쓰러지게 되는 수가 있다. 이를 미주 신경성 실신이라 부른다. 실신은 갑작스럽게 생기며 15초 이내 의식소실이 동반된다. 이는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 조절이 잘 안돼 나타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화로 인해 조절된다. 교감신경은 혈압을 올리고 맥박수를 빠르게 하는 등 우리 몸이 긴장되어 있을 때와 비슷한 작용을 나타내며, 부교감신경은 맥박수를 떨어뜨리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흥분된 교감신경을 억제하게 되는데, 이때 부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혈압과 맥박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며 심박출량이 줄어들어 실신하게 되는 것이다.

◇저혈압의 증상과 진단

뚜렷한 원인 없이 단순히 혈압이 낮게 측정되는 경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다. 하지만 특정한 원인으로 인해 평소보다 혈압이 낮아지면 뇌를 포함한 여러 장기로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하면서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다양한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어지럼증이 대부분 나타나며, 순간적으로 혈압이 많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실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는 머리가 신체 중 가장 위에 있고 심장에서 보내진 혈액이 중력을 이겨내고 흘러가야 하는 특성 때문으로, 혈압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혈류부터 감소해 신경학적 증세가 먼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밖에도 두통, 피로감, 무기력증, 집중력 감소, 이명, 소화불량, 구역감, 식욕 감퇴, 시력 장애 등 여러 증상을 보일 수 있고, 기저 질환에 따라 호흡곤란, 흉통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낮은 경우에는 장기들이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으며, 특히 혈압이 매우 낮아 조직과 장기에 산소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태를 쇼크(shock)라고 하는데 이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저혈압 치료법

건강한 사람에게서 증상 없는 저혈압이 관찰될 때는 질병으로 보지 않으므로 대개 치료할 필요가 없다. 일시적으로 심하지 않은 증상을 동반하면서 발생하는 저혈압의 경우에는 잠깐 동안 누워서 양발을 높여주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에는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저혈압이 의심되는 증상이 생긴다면, 저혈압 자체 보다 치료가 필요한 원인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담 및 검사가 필요하다.

오성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의 경우 일시적인 혈압 강하와 이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천천히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며 “적당한 수분 섭취 또한 탈수를 예방하고 체액량을 증대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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