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피커, 비대면 시대 노인돌봄의 필수품으로
AI스피커, 비대면 시대 노인돌봄의 필수품으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09.17 14:43
  • 호수 78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T‧KT 등 이동통신사들 AI 돌봄 서비스 대거 개발해 보급

119와 연동, 사물인터넷 연계… 노인들 긴급상황에 신속대응

[백세시대=배성호기자] 2017년 전후로 국내에 선풍적인 바람을 일으켰던 AI스피커. 손바닥만한 스피커에 인공지능을 더한 것으로 라디오 청취, 음악감상 외에 음성으로 물으면 날씨 등을 알려주는 비서 기능을 더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아마존‧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과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T‧포털기업 등도 참여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그 양상이 달라졌다. 젊은 소비자를 겨냥했던 초창기와 달리 독거노인 돌봄 서비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SKT는 최근 소방청과 손잡고 AI스피커 ‘누구’에 ‘119안심콜서비스’를 더했다. 119안심콜은 사전에 전화번호와 함께 보호자 연락처 등 각종 정보를 입력한 후 응급상황 발생 시 해당 번호로 119에 신고하면 등록 정보를 기반으로 119구급대가 바로 출동하는 서비스다. 환자의 거주지, 질병의 종류, 다니는 병원 등을 미리 알고 있어 신속한 출동, 정확한 처치를 제공할 수 있다. ‘누구’를 활용할 경우 사용이 보다 용이해진다. 어르신이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주변에 전화기가 없어도 스피커에 대고 “살려줘”, “긴급상황” 등을 외치면 자동으로 시·도 소방본부에 연락이 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KT는 AI스피커 ‘기가지니’를 활용한 ‘AI 돌봄서비스’ 제공을 추진한다. ‘AI 돌봄서비스’는 ‘기가지니’와 사물인터넷(IoT)으로 문 열림 센서, 스마트 스위치 등을 연동해 보다 다양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광주 서구청을 시작으로 대전 유성구, 수원시 등에서 서비스를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KT는 어르신들의 사투리를 AI스피커가 인식하지 못하는 단점을 보완했다. ‘사투리 단어사전’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해 사투리로 말해도 인식이 가능하고 학습을 통해 더 다양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했다.

치매예방 돕는 ‘두뇌톡톡’ 보급

또 치매 예방을 위한 기능도 점차 추가되고 있다 SKT의 경우 ‘누구’를 활용한 기억훈련 프로그램 ‘두뇌톡톡’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두뇌톡톡은 서울대 의대 이준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두뇌훈련 프로그램으로 ‘누구’와 대화하며 퀴즈를 푼 뒤 기억검사를 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두뇌톡톡 시작해”라고 명령하면 12가지 게임 유형 가운데 무작위로 뽑은 질문을 사용자에게 던진다. 이때 사용자는 정답을 찾느라 고민하는데 이 과정에서 뇌 손상 방지에 도움을 주는 인지예비기능(cognitive reserve)을 강화할 수 있다. 퀴즈를 푼 날짜와 기록 등은 통계 데이터로 관리되는데 치매 발현이 지연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이 교수팀은 2019년 10월∼2020년 2월 60세 이상 노인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두뇌톡톡’을 지속 이용한 노인들의 장기 기억력이 13% 향상되고, 작업 기억력도 11.4% 향상되는 등 치매 발현 지연에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팀은 “‘두뇌톡톡’은 국내외 의료시설에서 치매 예방·관리에 활용하는 대면 ‘메타기억훈련’(MMT)과 유사한 효과가 있다”며 “이는 ‘두뇌톡톡’이 오프라인 훈련처럼 치매 발현율을 30% 이상 낮출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KT도 AI전문기업 ‘바이칼AI’와 손을 잡고, ‘기가지니’를 활용한 치매 관리 서비스에 나선다.. 바이칼AI는 발음, 유창성, 대화의 일관성 등 말의 구성 변수들을 AI로 학습한 후 인지장애 여부를 구별하는 인지장애 예측 솔루션을 개발 중인 업체다. 이를 기가지니에 접목, 어르신이 스피커와 대화하는 내용을 분석해 인지장애 이상 여부를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용인시, AI스피커 제작해 서비스

직접 맞춤형 AI스피커를 제작하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용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과 관내 기업인 DNX와 함께 AI 스피커인 ‘순이’를 통해 다양한 노인 돌봄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손목시계와 사물에 부착하는 터치패드 등을 활용해 기상, 식사, 복약, TV시청, 운동 등 어르신의 생활패턴을 감지하고 분석해 AI스피커로 행동을 개선하도록 알려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또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어르신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행동이 일정 시간 동안 감지되지 않을 경우 보호자에게 바로 연락하고 생활관리사를 파견한다.

효과도 크다. 111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결과 평균 걸음수가 900~1773보 증가하고 외출시간이 6~30분 늘어났다. 또 새벽시간 대 TV 시청시간도 평균 71%나 감소했고, 오후 10시 이후에 식사하는 횟수도 35% 줄어드는 등 생활패턴이 크게 개선됐다. 용인시는 이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대상자를 4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배성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