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창수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 “626개 경로당 사진, 위치도 작성…앉아서도 업무 파악 가능”
노창수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 “626개 경로당 사진, 위치도 작성…앉아서도 업무 파악 가능”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0.01 13:54
  • 호수 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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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장 업무추진비는 경로당 간식비로 사용하고 이웃돕기 성금도 모금

경주시장, 어려운 시 재정에도 노인복지 예산 증액…노인회 단독건물 마련도

[백세시대=오현주기자] 노창수 대한노인회 경북 경주시지회장은 대한노인회에서 가장 젊은 지회장 중 한 사람이다. 70세도 안된 69세이다. 

지난 9월 28일, 경주시 태종로의 경주시지회 단독청사에서 만난 노 지회장은 나이와 관련, “경로당을 방문할 때 ‘지회장 왔다’고 하지 않고 ‘형님, 내 왔소’라고 말한다”며 웃었다. 

이어 “나이가 적다는 점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며 “간혹 실수했을 때, ‘내가 잘못했으니 형님 한 번 봐 주소’라고 하면 잘 넘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 시간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노 지회장은 그간의 역점 사업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노 지회장은 2020년 4월에 취임했다. 경주시지회는 23개 분회, 626개 경로당, 회원 2만7600여명이 있다.

-취임한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소감은.

“지회장은 봉사로 시작해 봉사로 끝나는 자리이다. 봉사 외에 다른 생각을 한다면 수행 할 수 없는 자리다. 취임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회원부터 부회장, 이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이 저보다 연세가 많다. 이분들 잘 모시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게 제가 할 일이고 보람이기도 하다.”  

경주시지회는 새 지회장을 맞이해 새롭게 거듭났다. 가장 큰 변화는 받기만 했던 노인회에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노인회로의 탈바꿈이다. 지회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모금한 불우이웃돕기성금(350만원)을 경주시장을 통해 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또, 지회장 직무수행 경비와 업무추진비를 경로당에 보내는 라면·국수·건빵 등 간식비로 돌렸고, 어버이날, 경로당 회장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감사의 편지도 드렸다. 20%도 안됐던 경로당 노인회기 보급도 90%로 올렸다. 분기별 ‘경주노인회보’ 발간을 비롯 달력 800부를 제작, 전 경로당에 보급해 각종 행사에 대한 참여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 모든 일들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회 운영에 어려움이 많을 텐데.

“분회별 순회 교양강좌 같은 사업은 코로나로 진행이 안 되고 있지만 다른 주요 공약들은 대부분 실현했다.”

-코로나 백신 접종률은.

“초창기엔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았다. 이 상태로는 경로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다고 어르신들을 설득해 현재는 회원의 95% 이상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경로당 개방 시간도 경로당 회장의 자율에 맡겼다.”

-경로당 방역은 잘 되고 있는지.

“전 경로당을 서너 번 순회 방문하면서 청결 등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걸 느꼈다. 방치하면 코로나보다 더 큰 감염병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철저한 방역과 소독을 시작했다. 행복도우미들이 매일 방역활동을 하는 가운데 지회에서 특별히 채용한 남자직원도 함께 ‘기계 방역’을 하고 있다. 미등록경로당 81곳까지 포함시켰다. 그렇게 애쓴 덕에 현재까지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노창수 경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새 청사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노 지회장 오른편이 홍염도 지회 사무국장.
노창수 경주시지회장(앞줄 중앙)이 직원들과 새 청사 앞에서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노 지회장 오른편이 홍염도 지회 사무국장.

인터뷰 자리에 배석한 홍염도 지회 사무국장이 방역과 관련해 “지회장님이 취임 직후부터 경로당 환경정비와 방역소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지난 6월에 있은 제14회 경주시민의 날 기념식에서 코로나19 극복에 크게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유공시단체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경로당 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연로한 어르신들은 집에서도 청소를 못하는데 경로당에 나와 어떻게 할 수가 있겠는가. 시장께 건의해 경로당 청소도우미를 한 명씩 배치해 경로당이 한결 깨끗해졌다. 그 일을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노인일자리 확충에도 도움이 돼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다.” 

-시에서 노인회에 협조를 잘 해준다.

“경주시장께선 노인회 예산을 한 푼도 깎지 않는다. 그만큼 어르신을 공경하는 마음이 깊고 진정성이 있다는 얘기다. 경주시 노인인구는 5만8820명으로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큰 공장, 기업이 없고 관광산업도 예전만 못해 경제자립도가 낮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장께선 노인복지예산을 전년대비 200억원 가까이 늘리는 등 어르신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저소득층 노인을 위해 안강읍 등 세 곳에 고령자 복지주택 건립을 완공하거나 추진 중이다.”

경주시지회는 지난 7월, 시 직영의 노인종합복지관에서 나와 새 단장한 단독건물에 입주했다. 

경주시가 노인회를 위해 8억8000만원을 집행해 연면적 120평의 3층 건물을 리모델링해준 것. 1층은 경로당 및 노인대학장실, 창고, 2층 지회 사무실, 3층 노인대학 교육장, 회의실, 행복도우미 사무실이며 엘리베이터도 설치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새 보금자리 마련을 계기로 어르신들의 문화·여가 활동 등 노인복지의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로당 개·보수는.

“어느 경로당이 비가 샌다고 시청 복지과에 연락을 하면 바로 보수해주는 식이다.”

-경북도에서 경로당 수가 가장 많다. 어떻게 관리하는지.

“가장 먼저 손을 댄 일 중 하나가 경로당의 효율적인 지원을 위한 ‘분회별 경로당 지도’ 제작이었다. 경로당마다 전경 사진과 위치도를 한권의 명부로 작성해 경로당 현 상태서부터 위치는 물론이고 직원이 어디에 나가 있는지를 자리에 앉아서도 파악하기 쉽도록 했다.”

-효과는 어떤가.

“코로나 마스크 전달 과정에서 제대로 나타났다. 전에는 회원 30명 경로당에 80장이 가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정비 후엔 회원 수에 맞춰 마스크를 보냈고 경로당에서도 모자라거나 남는 일이 없었다.”

노창수 경주시지회장은 경산 출신으로 과거 여러 사업에 손을 댔다. 전국화물운송업 대표, 한국유기질비료(주) 대표를 지냈다. 신재생에너지타운 경주유치위원회 공동대표, 경주시 어울림한마당봉사회 고문을 역임했다. 청소년 선도육성에 기여한 공로로 내무부장관 표창장을 수상했다. 대한노인회 인왕동경로당 회장을 지냈다.

-화물운수업을 크게 했나보다.

“1990년대 경북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화물차(8톤 트럭 16대)를 소유했다. 당시 차량일보가 허위로 작성되는 등 허점이 많았다. 그런 형식을 없애고 기사들의 양심과 재량에 맡겼더니 성과가 더 좋아지더라. 제 신조가 설령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일지라도 내치지 않고 가르쳐서 함께 가는 것이다. 덕분에 세상살이에서 적이 없다. 되돌아보면 그때 일이 가장 잘 한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앞으로의 계획은.

“오지에 있는 경로당 어르신들은 평소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다. 순회 진료를 통해 이분들의 건강을 보살펴드리는 게 꿈이다.”    

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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