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눈썹
두 아들 입학통지서 받아든
할배손은 심하게 떨렸답니다
입은 웃고 있는데, 웃어야 하는데
그날 이후 할배눈썹에는
하얀 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답니다
최기건(중국 연변)
이제 막 심은 듯한 파릇한 어린 벼들 사이로 난 논두렁은 누렇게 시들어가고 있다. 아니 하얗게 질린 것만 같다. 왜일까.
우리는 어떤 사물을 바라볼 때 자신의 체험을 반영하여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이 디카시도 마찬가지다.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논 밭 팔아가며 공부시킨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떠올렸을 것이다. 농사꾼 아버지는 두 아들의 대학 합격의 기쁨보다 등록금 걱정에 마음껏 기뻐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을 원망하였을 것이다.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서는 가르쳐야 하는데, 그런데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막막하기만한 그 심정을 할배눈썹으로 묘사한 이 다카시는 70‧80년대 우리네 농촌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아버지의 심정에 공감하면서 먹먹한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좋은 디카시다.
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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