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추억의 놀이와 생존게임 결합… ‘BTS’급 세계적 흥행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추억의 놀이와 생존게임 결합… ‘BTS’급 세계적 흥행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01 14:50
  • 호수 7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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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든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참가자들이 상금이 점점 쌓이는 투명한 대형 돼지저금통을 바라보는 모습.
우리나라에서 제작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든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구가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극중 참가자들이 상금이 점점 쌓이는 투명한 대형 돼지저금통을 바라보는 모습.

이정재‧오영수 등 출연 9부작… 한 번이라도 지면 죽는 ‘배틀로얄’물 

최종 승자가 456억원 독차지… 현실의 인간 군상 담아 풍자성 물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당신은 어떤 사정으로 수억원의 빚을 졌다. 더 큰 문제는 마땅히 이를 변제할 능력도 없다는 점. 하루하루 빚 독촉에 시달려 현실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당신에게 다가와 제안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줄다리기’ 같은 추억의 놀이를 해서 연속으로 6번만 이기면 수백억원을 준다는 달콤한 유혹이다. 단, 문제가 하나 있다. 게임에서 한 번이라도 진다면 그 순간 당신은 ‘사망’한다. 당신이라면 목숨을 걸고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시궁창에서 살아갈 것인가.”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러한 제안을 받은 456명의 잔혹한 생존게임을 다룬 9부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최대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지원되는 83개국 중 80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9월 30일 현재)를 차지하며 봉준호 감독과 윤여정이 불러일으킨 한류 영상콘텐츠 바람을 드라마로 확장했다.

작품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고 아내와도 이혼한 후 노모에게 빌붙어 사는 ‘기훈’(이정재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수억원의 사채 빚에 허덕이며 딸의 생일에 치킨 한 마리조차 사줄 수 없을 만큼 빈곤한 상황이지만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철없는 인물이다.

길거리에서 나물 파는 노모의 통장을 몰래 훔쳐 경마장에 간 그는 딸의 생일을 조합해 마권을 구입해 400만원을 벌게 되지만 기쁨도 잠시, 소매치기 ‘새벽’(정호연 분)에게 몽땅 털리고 만다. 결국 빚쟁이와 마주친 그는 빚 때문에 신체 포기 각서까지 쓰며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1만원을 구해 선물을 마련하고 치킨 대신 떡볶이를 사주는 것으로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지만 풍족한 새아빠와 비교를 당하며 초라한 자신의 현실을 확인한다.

딸과 헤어져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기훈은 지하철에서 한 낯선 남자를 만난다. 그는 자기와 ‘딱지치기’를 해 이기면 1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에 내기를 시작하지만 첫판부터 패배를 하고, 돈이 없다는 기훈의 말에 낯선 남자는 몸으로 때우라며 냅다 따귀를 날린다. 그 뒤로도 연거푸 패배한 기훈은 뺨이 부어오를 정도로 맞다가 결국 몇 차례 승리를 거둬 일종의 매값을 번다.

하지만 낯선 남자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는 기훈에게 ‘○△□’가 그려진 명함을 건네며 돈을 벌고 싶으면 전화를 하라고 한다. 빈곤한 현실에서 탈출해 딸과 행복한 삶을 꿈꾸던 기훈은 고민 끝에 전화를 건다. 그리고 지시대로 차에 탑승한 그는 수면가스에 기절을 했고 눈을 떠보니 ‘456번’이란 명찰을 단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그곳에는 명문대 출신으로 잘나가는 줄 알았던 동네 후배 ‘상우’(박해수 분)도 있었다. 금융권에서 일하던 그 역시 투자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빚을 지고 기훈처럼 자진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이외에도 뇌종양에 걸린 노인 ‘일남’(오영수), 기훈의 돈을 훔친 ‘새벽’, 조직폭력배 ‘덕수’(허성태) 등 여러 사정으로 각자 수억원을 빚진 인간군상들이 모여 있었다.

이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정체불명의 주최자가 나타나 6개의 게임에서 이기면 상금을 준다고 말한다. “지금이라도 본인 의지로 그만둘 수 있다”며 주최자는 마지막 기회를 주지만 그만두는 사람은 없다. 드디어 게임이 시작되고 참가자들의 눈앞에는 평생 본 적 없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게임에 참여한 경쟁자를 죽이고 승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배틀로얄’(혹은 ‘데스게임’) 장르물이다. 배틀로얄 장르물은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에서 이미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돼 진부한 소재로 평가받는다. 특히 오징어 게임은 추억의 놀이로 죽음의 게임을 벌인다는 점에서 일본만화이며 영화로도 제작된 ‘신이 말하는 대로’(2014)와 유사성이 제기돼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배틀로얄 장르물 대부분이 참가자들이 강제로 참여하는 것과 달리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놀이로 생존경쟁을 펼친다는 차별점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실제 해외에서는 이런 놀이가 신선한 재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최근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에는 극중 참가자들의 게임 티셔츠와 설탕뽑기(달고나) 등 소품이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또 목숨을 내건 경쟁에 나선 이들의 슬픔과 좌절, 분노와 희망에 관한 사연을 펼쳐놓은 이야기에도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이정재를 비롯해 박해수, 오영수, 위하준, 정호연, 허성태, 트리파티 아누팜, 김주령 등 배우들의 호연 역시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원로배우 오영수는 ‘001’번 참가자 ‘일남’을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았고 후반에는 놀라운 반전까지 선사하며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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