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장동 게이트’에 등장하는 두 기자
[백세시대 / 세상읽기] ‘대장동 게이트’에 등장하는 두 기자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0.08 14:36
  • 호수 7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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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이 기자에게 “남들 수천억씩 챙길 때 뭘 했느냐”고 무능함(?)을 탓했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을 빗대서 하는 말일 것이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대장동 게이트’)에서 두 명의 기자가 눈에 띈다. 한 사람은 위에 언급한 김 전 부국장이고 다른 이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경기경제신문의 박종명 기자이다. 두 기자는 극명하게 대조된다. 한 사람은 위협과 공갈에 굴하지 않고 사회 비리를 보도하는 강직한 기자의 모델일 수 있는 반면, 다른 한 사람은 언론인의 공적인 권한(?)을 축재에 활용해 일확천금을 거머쥔 부도덕한 기자의 전형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김 전 부국장은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특혜를 받아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이 8000억원 이상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의 중심에 있다.

국민 대부분은 ‘김 전 부국장이 아니었더라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을까’라는 합리적 추측을 하고 있다. 김 전 부국장이 이 지사와 가까워진 것은 머니투데이 인터뷰 때문이다. 김 전 부국장은 2014년 7월 28일 당시 머니투데이 기자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만나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하고 6개월 뒤 부동산개발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란 의미를 가진 주역 64괘 중 하나)를 설립했다. 성남시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자금을 조달할 민간 사업자를 공모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6월 15일 화천대유가 속한 하나은행 컨소시엄과 대장동 개발사업 협약을 맺었다.

김 전 부국장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전후로 대법원을 제집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전주혜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김만배 씨의 방문 일자는 이재명 지사 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일, 선고일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재명 지사를 생환시키기 위한 로비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출마 자격을 잃는다. 

실제로 대법원의 출입기록에 김 전 부국장은 2019년 7월 16일부터 2020년 8월 21일까지 총 8회 권순일 대법관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부분은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허위사실 공표죄) 사건이 2020년 6월 1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회부된 바로 다음 날인 6월 16일 1시간 동안 김 전 부국장이 권 대법관을 방문한 사실이다. 이틀 후 대법관들은 이재명 지사 사건에 대해 전원합의체를 열고 첫 심리를 했다. 권순일 대법관은 주심 대법관은 아니었지만 캐스팅보트 이상의 역할을 하며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고, 회의를 거치며 권 대법관의 별개의견이 다수의견이 돼 전원합의체 판결문에 반영됐다고 전해진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지 한 달 뒤인 2020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결했다. 

판결 다음날인 7월 17일 한 시간 동안 김 전 부국장은 대법원으로 권순일 대법관을 방문했다. 그리고 권 대법관은 2020년 9월 8일 퇴임한 후 몇 달이 지나 11~12월 경부터 화천대유 고문으로 있으며 월 1500만원 정도의 고문료를 받았다.    

박종명 기자는 경기도 수원에 기반을 둔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의 대표이다. 20여년 경력의 박 기자는 2021년 8월 31일 자 경기경제신문에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 제하의 칼럼을 통해 처음으로 의혹을 폭로했다. 박 기자는 “제보에 신빙성이 있어 공익 차원에서 보도했지만 이렇게 사건이 커질 줄은 몰랐다”며 “보도 이후 경기도 관계자가 기사를 빨리 정리하라고 압박했고, 화천대유 측에서 형사고소와 2억5000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이 지사도 최근 선관위 산하 인터넷 선거보도 심의위원회에 이의 신청을 냈고 저도 반박문을 냈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가 수천억원을 벌 때 같은 기자인 당신은 무얼 했느냐는 농담에 대답을 하지 않은 건 하늘을 움직여 천하를 얻는 신출귀몰한 재주가 기자에겐 없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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