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이런 대통령감 없나요? / 김동배
[백세시대 금요칼럼] 이런 대통령감 없나요? / 김동배
  •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 승인 2021.10.08 14:42
  • 호수 7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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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김동배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

북유럽서 통하는 ‘얀테의 법칙’은

권력자라도 평범하게 살라는 것

공정을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에서 실천하는

내공 있는 대통령 나왔으면…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은 잘 육성돼야 한다. 그 재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그런 재능인을 격려하기 위해 여러 가지 보상 제도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이 그가 다른 사람과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그것 때문에 돈을 벌었거나 높은 지위를 갖게 된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세상은 그런 사람들의 돈을 긁어내기 위해 VIP란 말을 창조해냈다. VIP 카드, VIP룸, VIP 고객 등. 요즘엔 VIP도 모자라 VVIP라는 말까지 나와 실소를 자아낸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지위로 얻은 정보를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거나, 다른 사람을 부당하게 제치고 앞서가려 하거나, 아는 사람끼리 서로 봐줘 다른 사람이 얻을 기회를 탈취한다. 여기에 뇌물이 들어가고 부정이 똬리를 튼다. 이런 VIP 해독은 상류층에서 많이 일어나는데, 우리나라에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존경을 받지 못하는 주요 원인이다. 

북유럽 문화에는 ‘얀테의 법칙’(Jantelagen)이라는 것이 있다. 덴마크 작가 악셀 산데모세가 쓴 소설에 나오는 10개 조의 규칙인데, 그 내용은 자기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이는 개인주의와 사적인 성공에 몰두하지 말고 집단과 공동체의 이익을 중시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UN이 발표하는 세계행복지수에서 늘 상위를 차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와 더불어 상류층이 존경받는 원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23년간 스웨덴 총리를 지냈던 타게 엘란테르는 재임 중 서민을 위해 지은 임대주택에서 월세를 내고 살았다. 신발도 구두 밑창을 갈아가며 신을 정도로 검소한 삶을 살았다. 며칠 전 16년 재임하고 수상직에서 물러난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은 총리 되기 전부터 남편과 함께 살았던 그 아파트에서 계속 살았다. 장바구니를 들고 자주 동네 마트에 나타나기도 했다. 특별한 대우 받기를 원치 않은 것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부인 미쉘이 자서전 ‘Becoming’에서 밝힌 두 딸에 대한 배려는 매우 감동적이다. 미셸은 바쁜 공무에도 불구하고 두 딸을 챙기는 데 시간을 많이 내었다. 그러나 두 딸이 학교에서나 친구 관계에서 대통령의 자녀로서 최소한의 경호 외에 다른 특별대우를 받지 않고 평범한 아이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함께 성장하기를 원했다. 

자녀들이 다른 아이들처럼 배우고, 모험하고, 실수하고, 극복하기를 바랐다. 어떤 자리에서도 자신만만하게 제 목소리를 내기를 바랐지만 또한 늘 공동체 감각을 잊지 않기를 바랐다. 그녀는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으로 성장하면서 공평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평을 요구하는 만큼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공평하게 비춰지기를 원했다. 자녀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공정(公正)이다. 2030세대 젊은이들이 공정이란 잣대로 사회를 비판하는 것은 그동안 사회 구석구석에서 무너져버린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동안 부모 찬스, 지역 찬스, 출신 찬스가 공정을 방해했다. 자기들끼리 해 먹으며 많은 사람을 소외시켰다. 공정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도 불공정의 늪에 빠졌다. 

권력 행사에 있어서 공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즈음 국가 중요 정책 결정 과정에 등장하는 ‘OO 위원회’ 같은 것은 공정을 가장한 허수아비인 경우가 많다. 취업, 복지, 노조, 주택 등의 문제도 공정의 틀로 다시 짜야 한다. 공정은 인권옹호의 시발점이며 정의사회의 종착점이다.  

가끔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하여 일반 병사들과 함께 식판을 들고 줄을 서 밥을 타는 장면을 본다. 최고 권력자라도 밥 탈 때는 줄을 섬으로 서민적인 모습을 연출하려는 것이지만, 그 모습의 숨은 의미는 아무리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권력자가 평소에도 특별한 대우 받는 것을 거부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동안 세계 여러 나라 대통령과 수상들이 자기만의 특별한 대우를 주장하다 국민의 신뢰를 잃고 내쫓긴 사례가 많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분명 특별한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가 특별한 대우를 받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그게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나 국민들에게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지도자였으면 좋겠다. 

공정을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일상적 삶에서 공정을 실천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이번에 나온 대통령 후보들 중 이런 내공(內功)이 잘 쌓인 대통령감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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