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 여가프로그램 강사들 [1] 충북 9988행복나누미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강사들 [1] 충북 9988행복나누미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15 11:37
  • 호수 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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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실력으로 즐거운 경로당 만들다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최근 tvN을 통해서 방영되는 ‘갯마을 차차차’가 시청률 11%를 넘기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넷플릭스에서도 동시 공개돼 ‘오징어 게임’을 끌어내리고 1위를 차지할 정도다. 이 작품은 백수지만 못하는 게 없어 마을 사람들의 거의 모든 불편을 해소해주는 ‘홍반장’의 활약과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대한노인회에도 이런 ‘홍반장’이 있다. 바로 경로당 여가 프로그램 강사들이다. 충북의 9988행복나누미, 경북의 행복도우미, 경기의 복지서포터즈 등으로 이름은 다르지만 단순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경로당 어르신들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홍반장’ 역할을 하며 회원들의 두터운 신뢰를 얻고 있다. 본지에서는 3주에 걸쳐 지역을 대표하는 여가 프로그램 강사들의 활약과 그 필요성을 살펴본다.


충북도와 충북연합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파트타임식이 아닌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9988행복나누미를 양성,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운영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 제천시지회 9988행복나누미들이 농촌일손돕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충북도와 충북연합회는 전국에서 최초로 파트타임식이 아닌 체계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9988행복나누미를 양성,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운영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충북 제천시지회 9988행복나누미들이 농촌일손돕기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회복지사‧상담사 등 경력 다양… 경로당 프로그램 롤모델 만들어 

경로당 폐쇄 때 회원들 각종 민원 해결… 농가 지원 등 자원봉사로 호평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강사들 (1) 충북 9988행복나누미] 가장 먼저 경로당 특화 전문강사를 양성해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충북도와 대한노인회 충북연합회(회장 이명식)다. 이전의 획일적인 여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경로당 이용자 욕구에 맞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2012년부터 ‘9988행복나누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로당 회원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치매 예방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 및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사, 레크레이션 강사, 심리상담사 등 다양한 자격과 경력을 갖춘 재능 있는 전문강사들을 ‘나누미’로 선발해 전문성을 높이고, 노인 여가프로그램의 사각지대에 있던 경로당을 우선 대상으로 진행해 호평받았다. 

첫해 1200여개 경로당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2021년 현재는 230명의 행복나누미 강사들이 3430여개 경로당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연속성 유지를 위해 경로당별 최소 주1~2회, 6개월 이상 운영하고 지역 인프라 및 시기적 특성(농번기‧농한기) 등을 감안해 시군별로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러한 행복나누미의 활약은 코로나 시대에 더욱 빛을 발휘했다. 지난해 3월부터 전국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충북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로당이 문을 닫자 행복나누미들은 전화상담 업무로 전환해 고립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던 어르신들의 지친 심신을 달랬다. 이 시기 경로당 어르신들의 든든한 ‘홍반장’ 역할을 하며 많은 미담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단양군에 거주하는 한 90대 어르신이 거동이 불편한데다 팔까지 다쳐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행복나누미가 사비로 파스와 함께 식음료를 전달해 어르신의 불편함을 해소해줬다. 뿐만 아니라 “강풍으로 창고 지붕이 날아가 일손이 없어 난감했는데 행복나누미가 집으로 찾아와 도와줬다”, “무릎수술로 고추밭 지지대의 유인줄을 설치할 수 없어 걱정했는데 9988행복나누미 강사가 팔 걷고 나서 도와줬다” 등 수많은 선행 사례가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줬다.

이런 활약은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거나 마스크를 제작해 기부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어르신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

대표적으로 지난 9월 보은군지회 9988행복나누미 프로그램 강사 10여명이 마스크 스트랩 1만개를 직접 만들어 관내 180여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기도 했다. 또 지난 추석 전에는 직접 빚은 송편(음성군지회)과 네일아트(영동군지회) 등을 선물하는 등 본 업무 외적으로 활발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정희덕 보은군지회장은 “9988행복나누미 강사들이 여가 프로그램 운영 외에도 회원들 개개인을 세심히 보살펴 어르신들이 보다 즐겁게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칭찬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본업인 여가 프로그램 운영이다. 10년 가까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경로당 맞춤형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복지관 등 타 노인복지시설과의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영동군지회의 경우 재활용품으로 여가 및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버려진 양파망을 이용한 잠자리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거나 젓가락을 이용해 형형색색으로 꾸민 ‘계란판에 콩 옮기기’로 치매를 예방하는 수업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민병수 영동군지회장은 “행복나누미 강사들이 어르신들에게 친숙하면서 쉽게 버려지는 재활용품을 활용해 경로당에서 다양한 수업을 진행해 어르신들의 호응도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청주시흥덕청원구지회의 김영순 행복나누미는 5년간 연구한 빨대공예를 프로그램에 활용해 큰 호평을 받았다. 일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빨대는 비용도 저렴하고 다양한 색으로 어렵지 않게 다양한 모양을 연출할 수 있다. 여러 공예작품에 접목할 수 있는 데다가 손의 소근육 강화, 인지기능 향상 등에도 도움을 준다. 빨대를 활용해 반지, 브로치 등을 만드는 어르신 눈높이에 맞춘 독창적 프로그램으로 만족도를 높였다. 

김영순 강사는 “앞으로도 9988행복나누미 강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어르신들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매년 사업 종료 후 진행되는 설문조사에서도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답할 정도로 큰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충북연합회는 꾸준한 교육과 함께 행복나누미들이 향후 위드 코로나 시대에 대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명식 충북연합회장은 “경로당 운영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하면 많이 어려워졌음에도 불구하고 9988행복나누미 덕분에 어르신들의 얼굴에 늘 미소가 가득하다”면서 “충북 어르신들이 대표 노인 복지시설인 경로당에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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