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망 피해가는 HDC현산? 호남고속철 부실시공에도 벌점 ‘방어’
법망 피해가는 HDC현산? 호남고속철 부실시공에도 벌점 ‘방어’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10.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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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성토재료 사용‧다지기 작업 소홀…허용 기준 이상 침하 발생
HDC현산 살린 ‘건설기술진흥법’…KR “하자담보책임기간 지나 벌점 취소한 것”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지난 6월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붕괴 참사로 국민적 지탄을 받았던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호남고속철도 부실시공으로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HDC현산은 값싼 성토재료 사용 등 부정행위가 인정된 후 올 초 벌점을 통보받았다. 그러나 HDC현산은 이의제기했고 이 과정에서 벌점부과가 취소됐다. 최근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준공 후 하자담보책임기간까지”만 벌점 부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벌점이 부과된 시점은 이미 HDC현산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이 끝난 기간이었다. 건설업계 부실공사 벌점에 대한 이른바 ‘공소시효’가 작동된 셈이다.

최근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는 책임 주체를 묻는 질문에 “재판 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라고 대답해 국감 의원들에게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며 강하게 질타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호남고속철도 부실시공으로 뒤늦게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 호남고속철도 부실시공으로 도마에 올랐다. 사진은 광주 붕괴 참사와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권순호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12일 있었던 국가철도공단 국정감사에서 “국가철도공사(KR)가 호남고속철도 3-4공구 부실시공이 확인된 현대산업개발(50%)외 2개 업체와 감리사업자 2개 업체의 벌점 부과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문제제기했다. KR이 부실시공이 확인된 업체에 어떠한 이유로 이미 부과된 벌점을 취소했냐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2020년 12월 4일 부실시공이 확인된 3-4공구 현대산업개발(50%) 외 2개 건설사와 2-1공구 A건설 외 3개 건설사 그리고 각각의 감리업체들에 대한 감사결과를 KR에 내려 보냈다. 이에 KR은 2021년 1월 15일 벌점 측정위원회를 열어 벌점을 측정했고(2점 벌점 부과 결정) 그 결과를 2월 1일 각각의 업체들에 사전 통지했다.

그러나 두 공구 시공업체들은 모두 이의제기 했고 4월 6일 벌점심의위원회가 열렸다. 심의결과 2-1공구는 기존 벌점이 그대로 부과됐지만 3-4공구 업체들은 벌점부과가 취소됐다. 벌점부과 시점(2021년 2월 1일)이 3-4공구의 하자담보기간(2014년 5월 1일~2019년 4월 30일)을 지났기 때문이다.

3-4공구는 11개구간에서 최대 침하량이 42∼108mm로 허용량(30mm)을 크게 초과하고 있지만 보수가 완료된 구간은 1개 구간 뿐이다.(자료=조오섭 의원)
3-4공구는 11개구간에서 최대 침하량이 42∼108mm로 허용량(30mm)을 크게 초과하고 있지만 보수가 완료된 구간은 1개 구간 뿐이다.(자료=조오섭 의원실)

3-4공구는 11개구간에서 최대 침하량이 42∼108mm로 허용량(30mm)을 크게 초과하고 있지만 보수가 완료된 구간은 1개 구간 뿐이다. 조오섭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자료를 보면 실제로 11개 구간 중 1구간만이 2018년 11월 보수 완료됐고 나머지 10개 구간이 보수공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3-4공구는 전북 김제시 백신면~서정동까지(10km 979)로 HDC현산 외 업체들은 공사시방서의 시공조건과 달리 성토 노반 시공 당시 불량한 성토재료를 사용했고 다지기도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구간의 철도는 개통 전부터 허용기준(30mm) 이상의 침하가 발생했고 개통 이후에도 매년 잔류침하가 발생했다.

부실공사 업체 면죄부 주는 ‘건설기술 진흥법’?

이렇듯 HDC현산을 비롯한 호남고속철도 3-4공구 시공업체는 약속했던 시공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부실한 시공에도 벌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국가철도공사(KR)측은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 내용을 보이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KR관계자는 [백세시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통보된 벌점에 2개 공구가 모두 이의제기했고 국토부가 규정한 공단 지침에 의거해 외부위원 6명으로 구성된 벌점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면서 “3-4공구의 경우 ‘건설기술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부실벌점 부과는 하자담보책임기간 이내에 할 수 있도록 돼 있고 그 기간이 지났으므로, 벌점부과 취소 의결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최근 개정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 담겨 있다. 건설공사 부실벌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벌점산정방식 변경 △부실벌점 측정기준 명확화 △안전‧품질을 위해 노력한 업체에 인센티브 부여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2020년 11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최종적으로 대통령 재가 및 공포를 거쳐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개정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서 준공 후 벌점 부과가능 기간을 제한(안 별표8 제5호 사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개정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서 준공 후 벌점 부과가능 기간을 제한(안 별표8 제5호 사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캡처)

바로 이 개정된 건설기술 진흥법 시행령에서 준공 후 벌점 부과가능 기간을 제한(안 별표8 제5호 사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측정기관은 ‘건설산업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기간종료일까지 벌점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근거로 HDC현산 외 업체에 부과된 벌점이 취소될 수 있었다. 개정 전에는 준공 후에도 업체에 영구적으로 벌점 부과가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면죄부 조항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국토부는 이 항목과 관련해 “준공 후 하자담보책임기간까지 부실유무를 판단토록 해 현장의 안전‧품질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HDC관계자는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자보수는 진행해 왔고 이후에 발생하는 하자도 조치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하자발생 원인과 공사시방서대로 시공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현재 준공이 다 된 상황에서 말씀드리는 게 조금 부적절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부실 철거공사의 책임 소재에 대해 재판 중이다. 국감장에서 권순호 대표는 책임주체를 묻는 질문에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부실 철거공사의 책임 소재에 대해 재판 중이다. 국감장에서 권순호 대표는 책임주체를 묻는 질문에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명확한 답을 피했다.(사진=연합뉴스)

광주 붕괴 참사, ‘건축물관리법’ 들이민 HDC현산 “해체주체 우리 아냐”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붕괴 참사 부실 철거공사의 책임 소재에 대해 재판 중이다. 지난 18일에는 광주지법 형사11부 법정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공사 관계자 7명의 재판이 열렸다. 이날 HDC현산 측은 형법이 아닌 건축물관리법을 적용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이 경우 HDC현산은 이 사고의 법적 책임 주체에서 벗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건축물관리법을 적용하면 건축물 관리법상 해체주체는 철거업체와 현장 감리, 해당 관청인 동구청이 된다. 지난 6월 제정된 '건축물관리법'에 따르면 제4장(건축물 해체 및 멸실) 제30조부터 32조에는 건축물 해체 허가, 현장점검, 해체공사 감리자 지정, 감리자의 업무 등 철거공사에 관련된 법적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도급자의 의무를 적시한 내용이 없다. 도리어 해체허가, 감리자 지정, 안점점검 등 안전관리에 대한 모든 항목에서 관할청인 동구청이 주체임을 명시하고 있다.

지난 7일 국감에 참석한 권순호 HDC현산 대표는 “광주 학동 건물 붕괴사고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라는 의원의 질의에 “피해자가 아닌 것은 맞다. 수사 중이고 재판 중인 사안”이라고 대답했다. ‘건축물관리법’에 의거한다면 HDC현산은 가해자가 아닌 것이다.

이번 국감에서 HDC현산 정몽규 회장도 증인으로 신청됐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을 위해 출국하는 정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번 국감에서 HDC현산 정몽규 회장도 증인으로 신청됐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사진은 9일 오후 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을 위해 출국하는 정 회장.(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국감에는 HDC현산의 최고 책임자인 정몽규 회장이 증인으로 신청됐으나 결국 채택되지 못했다. 정 회장 대신에 권순호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돼 지난 5일 행안위 6일 환노위, 7일 국토위에 출석했지만 정 회장은 월드컵 예선 일정을 이유로 출국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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