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도 ‘틈새 공략’
노인일자리도 ‘틈새 공략’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07 11:09
  • 호수 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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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산타파견·환경개선 등 독창적 사업 눈길
단순 노무직 탈피… 창의적 아이디어로 승부
‘탑리서치’ 어르신 23명 월급여 100만원 이상


건강한 노년층들이 늘어나면서 일자리에 대한 관심은 젊은이들 못지않게 뜨겁다. 이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에서도 어르신들의 위한 일자리 창출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단순노무직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사회설문조사사업, 산타파견사업, 환경개선사업 등 톡톡 튀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이 큰 인기다.

▲ 탑리서치 어르신들이 설문조사 활동에 앞서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서울노인복지센터(관장 일문 스님)는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벌이는 ‘탑리서치’(TOP-Research)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탑리서치는 대졸 이상 고학력 어르신들의 경험과 경륜을 살리는 것은 물론 그 동안 단순노무직 중심으로 이뤄지던 노인취업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2007년 발족한 탑리서치는 현재 만 60세 이상 23명의 어르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기업, 공공기관, 대학 등의 대표 및 임직원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벌이다보니 워드 및 엑셀 등 컴퓨터 활용 또한 수준급이다. 어르신들 가운데 전직 언론인, 건설회사 대표, 연구원, 연구소장, 공무원, 대기업 이사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18시간 동안 용어 설명, 조사기술, 철학교육, 의사소통 방법 등 소양교육 및 직무교육을 받은 뒤 한국리서치를 비롯해 케이디엔(KDN·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 등 20여개 조사업체와 연계해 기업과 공기공기관, 대학 등의 시장에 파고 들어 각종 설문조사사업을 벌이고 있다.

100% 면접조사로 이뤄지다보니 발품을 파는 것은 기본이고, 대전·부산·대구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다. 또 주말이나 공휴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에 몰두할 정도로 어르신들의 열의도 대단하다.

이처럼 투자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타일자리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받는다. 매달 정부가 지원하는 10만원의 급여 외에도 평균 100만원 정도의 보수를 더 받는다. 이 때문에 선의의 경쟁도 치열하다. 하지만 매달 한 차례 모임을 갖고 활동일지와 정보를 공유하고, 고충도 털어 놓으며 친목을 다진다.

탑리서치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취업활동을 위해 사업자등록증을 취득, 어엿한 기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엔 보건복지가족부 우수 노인일자리사업으로 선정돼 신뢰성과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3년차 직원인 김태호(71) 어르신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노력한 만큼 급여를 받으니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김순옥(60)씨는 지방 출장 때마다 남편과 동행, 부부사이가 돈독해진 경우다. 그는 “출장 때마다 남편과 많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전보다 사이가 좋아졌다”고 말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탑리서치를 운영하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송화진 인력개발과장은 “노인관련 설문조사의 경우 어르신들이 조사대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며 “정부가 노인인력을 제대로 활용 가능한 제도를 마련한다면 일자리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겨울철이면 산타교육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는 곳도 있다.

서울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관장 민경원) 부설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는 지난 2006년부터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 후 공부방 등 보육시설 및 단기보호센터 등 복지기관에 산타 어르신을 파견하는 일자리사업을 벌이고 있다.

산타파견 일자리사업은 기존 비영리단체의 봉사활동에서 벗어나 아예 직업활동으로 전문화시킨 경우다.
어르신뿐만 아니라 파견 단체에서도 호응을 얻으면서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시행 첫해인 지난 2006년에는 15명의 어르신들이 7개 단체에 파견됐지만 지난해에는 29명의 어르신들이 39개 단체에서 활동했다. 서울시 거주 만 55세 이상 어르신들 가운데 모집한 산타어르신들은 구연동화, 마술, 댄스 등 다양한 재능을 보유해 소질과 적성을 잘 살리고 있다. 올해는 11월 중순부터 모집한다.

산타로 선발된 어르신들은 구연동화를 비롯해 마술, 댄스 등 다양한 교육과 연습을 거쳐 유치원, 어린이집, 방과 후 공부방, 단기보호센터 등 기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산타 어르신들은 2인1조로 활동하며 팀당 시간당 4만원의 활동비를 지급받는다.

동대문고령자취업알선센터 선우세희 과장은 “산타일자리 사업이 어르신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서울 수서종합사회복지관은 ‘이엠(EM, Effective Micro-oganisms·유용한 미생물)을 통한 생활환경 지킴이 사업’을 벌여 어르신들의 여가선용과 소득창출에 기여하고 있고, 서울 신월종합복지관은 ‘안양천 환경개선사업’ 등 지역 환경개선에 적극 참여해 호평 받고 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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