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경비원에 대리주차·택배배달 금지하는 법 시행 … 공동체 일원으로 배려를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경비원에 대리주차·택배배달 금지하는 법 시행 … 공동체 일원으로 배려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22 13:43
  • 호수 79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앞으로 아파트 입주민은 경비원에게 택배 개별세대 배달과 대리 주차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를 위반하고 지자체의 시정 명령을 무시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개정·공포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위임사항 등을 규정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갑질금지법)을 10월 19일 공포하고 2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비원이 고유의 경비 업무 외에 할 수 있는 일로 ▲낙엽 청소 ▲제설 작업▲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감시 ▲안내문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위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차량 이동 조치와 택배·우편물 보관 등의 업무로 한정했다. 그동안 경비원이 관행적으로 맡아온 업무를 합법화한 것이다.

반면 개인차량 주차대행(대리주차), 택배 물품 세대 배달, 관리사무소 일반 업무 보조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입주자,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관리주체 등에 대한 지자체장의 사실조사와 시정명령을 거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위반한 경비원이 소속된 경비업체는 허가 취소까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범위는 공동주택의 여러 구성주체들과 국회 및 관계부처가 함께 논의하고 한발씩 양보하여 결정된데 의미가 크다고 본다”면서 “이번 제도개선으로 공동주택 경비원의 처우개선은 물론 입주민과의 상생 문화가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주민들의 갑질 행위는 최근 몇 년 새 잊을 만하면 전국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곤 했다. 특히 지난해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입주자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의 사례가 이번 개정안 시행의 촉발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입주민들은 경비원을 노동자나 직장인으로 생각하기보다 허드렛일들을 시켜도 되는 약자로 대하며 무시하거나 홀대하는 경향이 팽배했다. 여기에는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행정당국의 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입주민 갑질’을 금지한 법이 전격 시행되지만 현직 경비원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경비원의 불안정한 고용지위에 변화가 없는 한, 법이 제대로 지켜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특히 경비원의 경비 외 업무가 늘어나면서 도리어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아파트의 경우, 기존처럼 대리 주차를 계속 맡기려 법을 우회하는 방법을 찾기도 한다. 경비원 대신 ‘관리원’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경비원은 공동주택관리법 적용을 받지만, 관리원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아 대리 주차 등을 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는 법 개정 전부터 이 관리원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아파트에서 일하는 경비 인력 90여명 중 경비원은 2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인원은 대개 관리원 직함을 달고 대리 주차를 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역시 공동주택관리법상 금지된 개별 가구의 대형 폐기물 수거·운반 업무를 관리원들에게 시키고 대신 4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입주민과 경비원의 관계를 모두 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입주민 등이 협력해 이번 시행령을 아파트 단지 현장 속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또한 경비원들의 인권과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지속적으로 관련 규정을 제·개정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 경비원을 허드렛일하는 약자로 인식해 온 주민들의 생각을 하루빨리 바꾸는 일이다. 경비원을 아파트 공동체의 일원이자 이웃으로 배려해야 안전하고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문화를 가꿔나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