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다시 읽기 20] 사리는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채근담 다시 읽기 20] 사리는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 백세시대
  • 승인 2021.10.22 13:50
  • 호수 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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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는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사리를 남의 말로 인하여 깨닫는 자는 깨달음이 있기는 하나 헷갈리는 점이 있어, 스스로 깨닫는 것만 못하다. 또한 흥취를 외부로부터 얻는 자는 흥을 얻기는 하나 잃는 것도 있으니, 스스로 얻는 기쁨만 같지 못하다.

事理因人言而悟者 有悟還有迷 總不如自悟之了了

사리인인언이오자 유오환유미 총불여자오지요료

意興從外境而得者 有得還有失 總不如自得之休休

의흥종외경이득자 유득환유실 총불여자득지휴휴


◆만해 강의

사람이 사리를 깨닫되, 남의 말에 의하여 깨닫는 사람은 깨닫기는 하지만 도리어 미혹이 있어서 스스로 깨달아 분명히 아는 것만 못하다. 왜냐하면 남의 설명을 듣고 사리를 깨닫는 사람은 남의 설명을 들을 때에는 깨달아 이해하지만 남의 설명이 없으면 곧 헷갈린다. 그러나 자기의 마음과 힘으로 연구하여 깨달은 사람은 남의 설명이 있고 없음에 관계없이 항상 똑똑히 알고 있게 된다. 

또 흥취를 단지 외부로부터 얻는 사람은 외부의 작용이 있으면 흥이 생기고 외부의 작용이 다하면 금세 소멸한다. 외부 의존은 스스로 얻어서 항상 도를 즐겨 마음이 편안하고 유족함을 느끼는 것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예컨대 연회 자리에 아름다운 사람과 재주꾼을 모아 놓고 아름다운 노래, 미묘한 춤으로 한바탕 희극을 연출하면, 주흥이 일어나고 아리따운 정이 깊어져 마냥 즐겁기만 하다가도, 가무가 그치고 술이 깨고 사람들이 돌아가서 쓸쓸한 정경이 스며오면, 조금 전의 흥이 연기처럼 가라앉고 재처럼 식어서 오히려 처량한 느낌만 들 것이다. 이처럼 외부의 작용에 의한 흥은 득실이 있기 때문이다.

◆한줄 생각

내적인 힘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깨달음과 흥을 얻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다. 누구든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은 없으므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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