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혈관의 판막 이상으로 생기는 ‘하지정맥류’의 증상과 치료
다리 혈관의 판막 이상으로 생기는 ‘하지정맥류’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0.22 15:52
  • 호수 7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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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한 혈관 튀어나와… 오랫동안 서서 일할 경우 발병 위험 높아

의료용 압박스타킹, 레이저 등으로 치료… 열탕 목욕은 되도록 피해야

[백세시대=배지영기자]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숙(62) 씨는 업무상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종아리 부위에 혈관이 튀어나와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묵직하고 터질 것 같이 피곤했다. 심각함을 느껴 병원을 찾은 김씨는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았다.

하지정맥류는 다리로부터 심장으로 올라가는 혈관인 정맥 내 판막(밸브)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판막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내려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혈관 판막에 문제가 생기면 다리 쪽으로 역류하는 혈액과 심장 쪽으로 이동하는 혈액이 만나 혈관 압력이 높아지게 되고 그로 인해 정맥이 부풀게 된다.

다리에는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판막이 한쪽에만 60여개 가량 존재한다. 이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의 역류를 막지 못해 혈관에 피가 몰리게 되고 결국 혈관이 팽창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게 된다. 

하지정맥류가 생기면 다리에 실핏줄이 보이거나, 다리 혈관이 꼬불거리며 튀어나와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땐 통증과 저림, 하지 부종까지 생길 수 있어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그림=게티이미지뱅크

◇하지정맥류의 원인과 증상

하지정맥류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과 직업적 요인, 비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20% 정도에서 하지정맥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부모에게 하지정맥류가 있는 경우 자녀의 하지정맥류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오랫동안 서서 일하거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인 경우 혈관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누적돼 하지정맥류 발생률을 높일 수 있고, 비만일 경우에도 하지정맥 계통 순환에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엔 다리를 너무 조이는 바지나 스타킹을 즐겨 입는 생활 방식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다리에 실핏줄이 보이거나, 다리 혈관이 꼬불거리며 튀어나와 보이는 경우다. 하지만 단순히 핏줄이 튀어나와 미관상으로만 문제가 되는 질환이 아니다. 다리 통증과 저림, 하지부종 등의 증상을 일으키며, 장기적으로는 혈관주변에 염증이 발생해 심한 경우 피부 괴사까지 나타날 수 있다.

홍기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환자 대부분은 하지정맥류를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계속 방치하면 확장된 혈관이 주변 조직이나 신경을 압박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

치료는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복용, 약물경화요법, 수술적 절제술, 혈관 내 레이저 치료, 고주파 치료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각각 다르게 적용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에는 압박스타킹으로 증상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다리에 정체 될 수 있는 혈액을 심장으로 되돌려 주는 역할을 해 하지정맥류 증상을 치료하고, 질환이 심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약물경화요법은 늘어난 정맥류에 혈관을 딱딱하게 하는 경화제를 주사하는 방법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술이 가능하다. 거미줄 모양의 정맥에 1인치 간격으로 적게는 몇 번에서 많게는 수십 번까지 주사를 시행하며, 경화 요법이 완료된 후에는 압박붕대로 강하게 압박한다. 시술 흉터도 없으며, 바로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정맥류의 직경이 크거나 증상이 심한 환자는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부분 마취 후 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혈관에 주사 바늘을 꽂아 레이저 광섬유를 집어넣는 고주파 치료와 레이저를 이용한 정맥류 제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혈관 내 레이저 요법(EVLT)은 혈관 내벽에 레이저를 쏘는 것으로, 늘어난 정맥 내로 레이저 광섬유를 넣고 열을 발산해 혈관 벽을 태워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병든 정맥으로 혈액이 흐르는 것을 차단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다.

혈관 외 레이저 요법은 피부 바깥에서 레이저를 쏘는 것으로, 실핏줄을 없애고 한 번에 모든 부위에 빠르게 시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굵은 혈관에는 적용하기 어려우며 과도한 시술 시 경미한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정맥 제거술은 정맥류의 원인이 되는 혈관 자체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다리 하지정맥 개선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타구니와 무릎 아래 피부를 작게 절개한 다음 망가진 정맥을 없애는 것인데, 효과가 빠르고 재발이 적지만 신경 손상이나 출혈, 통증 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정맥류 예방법

하지정맥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우나와 온천을 조심해야 한다. 뜨거운 탕에 장시간 몸을 담그면 혈관 팽창으로 혈액 역류가 심해져 하지정맥 증상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목욕은 섭씨 40도 이하 온도의 물에 15분 안팎으로 하는 게 좋으며, 탕에서 나오면 2~3분 동안 몸에 찬물을 뿌려줘야 혈관 수축에 도움이 된다.

홍 교수는 “잠자리에 들기 전 다리 마사지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며 “다리가 무겁고 자주 붓는 등 정맥류 초기 증상이 의심될 때에는 수면 시 발밑에 쿠션을 비치해 종아리가 심장보다 높이 위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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