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춘 21회
회춘 21회
  • 서진모
  • 승인 2009.03.07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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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이, 왜 늦어. 어서 내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 발겨줘. 어서! 준식이 사랑해~ 아~ 아~ 좋아~~ 그래. 그래. 그렇게, 음음…”

오르가즘의 향기가 온 방안을 어지럽히고 두 사람의 호흡이 마냥 거칠어졌다. 그 순간, 갑자기 방문이 확 열렸다.

“야! 이, 이것들이…!”
눈에 광기어린 불빛을 발산하며 황급히 뛰어든 숙경의 남편 박사장의 구둣발이 전광석화처럼 준식의 허벅지에 사정없이 꽂혔다.

“이 개 같은 것들이”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굴러 떨어진 준식의 몸이 방바닥으로 나동그라져 뒹굴었다. 너무 놀라고 황당함에 소스라친 숙경은 황급히 침대 시트를 끌어 당겨 자신의 알몸을 감싸고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성난 남편의 솥뚜껑 같은 손바닥이 먼저 머리를 낚아 채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뺨을 후려쳤다.

“야. 이 개같은 인간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청천벽력같은 박사장의 고함소리가 창문을 뒤흔들었다. 혼비백산이 된 두 사람은 마치 고압 전기에 감전된 듯이 놀라 정신없이 일어나서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있었다.

“아, 여보! 여보! 당신 잘 왔어요. 이, 이놈이 세상에 나..나를 겁탈했어요, 강제로…”

만고풍상 다 겪은 그녀의 노련하고도 원숙한 연기는 웬만한 탤런트도 따르기 힘든 프로급에 속하는 그런 연기였다.

박사장은 눈이 뒤집혔다.

“예 이놈! 운전기사 주제에 감히…. 더욱이 친척 동생이란 놈이 누님을 겁탈하다니 이런 못된 놈을 봤나! 이 놈이 강제로 덮친게 맞아?”

“그래요. 저 놈이 세상에 나를….”

“이 천하에 못된 놈!”

부들부들 떨리는 박창환의 주먹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장준식의 가슴을 다시 후려쳤다. 마치 권투선수가 샌드백을 치듯이 계속해서 박사장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준식은 거꾸러져 정신없이 날아드는 주먹에 머리를 감싸고 엎드려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술이 취해서 그만…. 이성을 잃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 절대로 안돼! 밖에 윤기사 있나?”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박사장의 기사인 윤기사가 뛰어들어 왔다.

“예,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음. 경찰에 전화해. 이 강간범을 당장 잡아가라고 해.”

윤기사가 박사장의 지시를 받고 거실에 있는 전화기 앞으로 급히 뛰어나가자 박사장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숙경을 쳐다 봤다.

“당신 사실이야? 저 놈이 당신을 겁탈한 게?”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생각한 남편은 다시 고함을 질렀다.

“그, 그럼요. 사실이지 왜 내가 거짓말을 해요?”

“그럼 왜 옷을 홀랑 벗고 있어, 당신이…”

“아니, 생각해 봐요. 저 칼을 들고 위협하면서 옷 벗으라는데 어쩐단 말이에요. 그래서 억지로 벗은 거죠….”

박창환의 눈에는 여전히 시퍼런 질투와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리고 손이 와들와들 떨리고 있었다. 숙경이가 가리킨 칼은 만일의 사태를 위해 과도를 미리 갖다 둔 것이었다. 그것은 준식의 강간죄에 증거가 될 것이었다. 숙경에게는 화간이 아닌 강간이었다는 꾸밈의 증거였다.

잠시 후 충돌한 경찰에 의해 준식은 현행범으로 수갑을 차고 고개를 푹 숙인 채 경찰 순찰차에 올라탔다. 물론 옆에 있던 칼도 강간죄 구성에 필요한 증거물로 따라갔다. 숙경은 그 뒤를 따랐다.

그녀는 준식에게 미리 법적인 교육을 잘 시켜둔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준식이나 만일 경찰이나 검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해 버리면 숙경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로 구속돼 5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도 있다. 비록 몸은 섞었지만 인간의 마음은 알 수가 없어 숙경은 내심 고민했다.

그래서 혼자만이 아닌 긴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경찰에 연행되어 간 준식은 짜여진 각본 그대로 욕정을 참지 못해 그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순순히 조서를 받았다. 숙경 역시 피해자 진술조서에서 칼로 위협 당했고 억지로 저 남자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사건은 일사천리로 진행돼 가고 있었다.

한편 박창환은 그래도 의심의 끈을 풀지 않고 두 사람의 행위가 정말 강간인지 아니면 둘이서 눈이 맞아 간통을 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자가용 운전기사인 윤기사를 경찰서 수사과에 보내 확인을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러나 끝내 준식과 숙경의 계획을 알아채지는 못했다. 고양이 밤눈 어두운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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