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 수급노인 50만명엔 ‘줬다 뺏어’ ... “기초연금 올라도 아무 혜택이 없어요"
기초생활 수급노인 50만명엔 ‘줬다 뺏어’ ... “기초연금 올라도 아무 혜택이 없어요"
  • 조종도 기자
  • 승인 2021.10.29 13:25
  • 호수 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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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충성 원리’만 고집
기초연금은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계노인의 날을 맞아 차별 없는 기초연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초연금은 기초생활 수급 노인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노년알바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10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계노인의 날을 맞아 차별 없는 기초연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애인연금은 소득인정액서 제외… “기초연금도 똑같이 적용해야”

노인빈곤율 OECD 1위… 모든 노인에 지급, 금액 인상도 추진을

[백세시대=조종도기자] 지난 2014년 도입된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분석에 따르면, 기초연금 수급자 10명 중 9명은 “기초연금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10명 중 6명은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대표적 노인복지 제도로 정착한 기초연금은 이대로 괜찮을까. 기초연금 제도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풀지 못한 숙제를 안고 있다. 올해 국감에서도 제기된 기초연금 문제의 핵심을 진단해본다.

◇‘줬다 뺏는’ 기초연금 언제까지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노인 세대 중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기초연금 혜택에서 배제돼 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은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매달 3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국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노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기초연금액이 7년새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전혀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현행 제도상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도 기초연금을 신청해 연금을 수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받는 즉시 전액을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규정한 ‘보충성 원리’ 때문이다. ‘보충성 원리’는 정부가 정한 생계급여 기준액(중위 소득의 30%)과 수급자 소득의 차액만큼만 보충해서 지원해주는 것을 말한다.

올해 기준 1인 가구는 월소득이 54만원이하인 경우, 2인 가구는 92만원 이하인 경우 생계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예컨대 혼자 사는 A어르신의 월소득이 24만원이면 기준액(54만원)과의 차액인 30만원의 생계급여를 받게 된다. 그런데 기초연금 30만원을 받으면 월소득이 54만원이 돼 생계급여는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래서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란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렇다면 보충성 원리는 절대불변의 원칙인가. 그렇지 않다는 게 노인빈곤 문제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오건호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 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장애인연금, 장애인수당, 아동보육료, 국가유공자수당 등은 소득인정액 계산에 포함하지 않고 생계급여와 별도로 지급하고 있다”면서 “기초연금도 이런 급여들처럼 보충성 원리에 구속되지 않게 예외를 적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산정시 반영하는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자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장애인연금, 아동보육료 등은 공적이전소득으로 소득항목에 들어갔다가 ‘가구특성지출공제’에 의해 인정소득에서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가구특성지출공제’ 항목은 복지부 ‘고시’에 명시돼 있다. ‘고시’는 법 개정 없이도 복지부의 의지에 의해 바꿀 수 있으므로, 기초연금을 가구특성지출공제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보충성 원리’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할 경우 공공부조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복지부의 논리라면 생계급여 수급 노인들은 ‘기본소득’ 같은 새로운 복지제도가 생기더라도 월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의 30%(1인가구 54만원)를 절대 넘을 수 없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기초연금 대상자 ‘70% 목표’에 7년째 미달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하위 70%를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실제 기초연금을 수령한 사람은 7년의 시행기간 노인의 65~67%로 머물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기초연금 수급자는 565만6160명으로 전체 노인(848만명)의 66.7%였다. 기초연금 지급대상 노인(593만6000명) 가운데 약 28만명의 노인이 기초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하나는 수급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신청을 하지 않아서이고, 또 하나는 기초연금 선정기준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시행 초기에는 제도 자체를 아예 몰라서 신청을 못한 경우도 있었으나 홍보를 강화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방문해 상담‧접수를 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 노인들은 아예 신청을 포기하기도 한다. 기초연금을 신청해 받아봐야 도로 반납되므로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강병원 국회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기초생활수급 노인 50만명 중에 기초연금 신청 포기자의 비중은 2017년 9.8%에서 2020년 12.3%로 늘었다.

2020년의 경우 약 6만명이 신청을 포기했다. 이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어 연금을 받게만 해도 수급자 비율이 0.7%p 올라간다.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잡히면 의료급여까지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기준 중위소득의 40%(2021년 1인 가구 기준 월소득 73만원)이하일 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데, 기초연금을 타서 소득이 늘어나면 의료급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기초연금 신청 포기자를 감안해 대상자를 더 늘릴 필요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매년 선정기준액을 소득인정액 하위 노인 74~77% 수준까지 넓히는 등의 방법으로 수급대상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7년 동안 수급자 비율이 68%를 넘은 경우가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수급 대상자를 너무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고영인 국회의원은 “만약 노인의 70%를 지급대상으로 잡았다면 예산 불용액이 남아 있어야 하나 남은 불용액이 없다”면서 “예산수립 때부터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전체 노인의 67%대로 설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노인에 기초연금 지급 검토를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3.4% (2018년 기준)이고, 기초연금제 도입 후에도 노인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소득하위 70% 노인으로 제한돼 있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을 모든 노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고영인 국회의원은 지난 9월 7일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고영인 의원은 “기초연금에서 제외된 상위 30% 노인층의 경우도 비록 부분적 자산이 있더라도 일정한 실소득이 없어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중앙회는 여기에 기초연금의 파격적 인상을 더하고 있다. 김호일 중앙회장은 “기초연금을 노령수당으로 바꿔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지급하고, 2022년에 월 50만원 지급 후 매년 월 10만원씩 인상해 2027년에는 월 100만원씩 지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초연금 홍보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노인들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수급 대상 및 수급액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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