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재혼도 축복이다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재혼도 축복이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0.29 14:02
  • 호수 7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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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지인이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지인은 몇 해 전 갈등으로 인해 갈라선 후 한동안 혼자 지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여성들과의 만남을 시도해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도 받고 소개팅 앱을 이용한 만남도 가져봤다. 최근 유행하는 단발성 모임 동호회에도 참여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인은 마음에 맞는 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마흔을 앞둔 나이와 ‘이혼남’이라는 꼬리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지인은 상대방이 초혼인지 재혼인지 애초에 고려도 안 했고 정작 호감을 표시한 여성들이 지인의 적지않은 나이와 이혼 경력에 거부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특히 초혼인 여성의 경우 결혼식 개최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또 이 과정에서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서글프게 느껴졌다. 자신과 같은 ‘이혼남’보다는 ‘이혼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차갑다는 것이다. 마치 범죄경력이라도 있는 것처럼 차가운 시선을 보내 연애를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다고 한다. 실제로 지인이 만난 이혼 경력이 있는 여성 중 상당수가 남성들과 소개팅을 할 때마다 이런 문제로 거절을 당한 후 자존감이 떨어졌다고 한다. 경제적 능력과 매력을 갖췄더라도 ‘이혼녀’라는 꼬리표로 인해 외면을 받는 것이다.

2021년 우리나라에서는 매달 8000쌍의 부부가 헤어지고 있다. 주된 이유는 성격차, 경제문제, 불화 등이다. 매달 1만6000쌍의 부부가 탄생한다고 하니 단순 계산하면 새로 가정을 꾸린 두 커플 중 한 쌍은 헤어진다는 소리다. 어르신 세대와 달리 이제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이혼이 사람의 됨됨이를 가리는 결격사유는 될 수 없다. 

물론 개중에는 가정폭력과 같은 ‘범죄’로 헤어진 부부도 있을 것이다. 다만 폭력의 가해자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혼을 경험한 여성에게 더 야박한 시선을 보낼 이유가 없다.

지인이 새로 만나는 여성도 이혼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식을 아마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았지만 ‘축의금’ 때문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축의금 문화는 이름과 달리 품앗이의 성격이 강하다. 이미 한 번 서로의 결혼식을 통해 주고받았는데 상대가 또 결혼식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냈다면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한다. 따가운 시선을 무시하고 2번, 3번 식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양쪽 모두 재혼이면 식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돈 때문에 만인의 축복을 주저해야 한다니 아이러니하다.

이혼은 죄가 아니고, 재혼은 축복받아야 마땅하다. 헤어지지 않고 백년해로하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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