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음(得音)

고이 익혀 온 영혼의 노래는
모두 털어 바치고
빈 몸은 조용히
귀가 된다
이영매 시인
득음(得音)은 판소리에서 소리의 경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즉, 판소리 창자(唱者)의 음악적 역량이 완성되었다는 뜻이다. 어떤 소리를 내든지 마음대로 소리를 다룰 수 있게 되었을 때 득음하였다고 한다.
매미는 땅 속에서 최소 7년에서 최고 17년까지 유충으로 지내다가 땅 위로 나와 탈피를 하고 성충 매미가 된다. 그리고 한여름 밤을 뜨겁게 달군다. 짝을 찾기 위한 피 터지는 소리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유충의 몸속에 삭혀온 소리를 한꺼번에 털어 구애의 노래로 바치고 껍질만 남은 빈 몸은 자신의 소리를 듣는 귀가 되었다. 가히 득음의 경지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그뿐이다.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 매미는 죽는다. 암컷 또한 땅 속에 알을 낳고 죽는다. 단 한 번의 소리를 위해 전 생애를 바친 것이다. 득음은 그렇게 힘들다.
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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