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 동호계자원봉사클럽 “어르신들 우울증, 예쁜 꽃밭에서 날려버려요”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 동호계자원봉사클럽 “어르신들 우울증, 예쁜 꽃밭에서 날려버려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0.29 15:52
  • 호수 7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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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의 동호계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동네의 ‘으뜸공원’에서 꽃나무를 가꾸고 있다.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의 동호계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동네의 ‘으뜸공원’에서 꽃나무를 가꾸고 있다.

평범한 공원에 꽃나무 심고 정성껏 가꿔 ‘힐링’ 공간으로  

2020년 노인자원봉사 우수사례 평가에서 대한노인회장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골목 안에 미끄럼틀만 덩그마니 돋보였던 자그마한 공원이 주민들의 ‘힐링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울산 북구 동대10길에 위치한 ‘으뜸공원’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동네의 유일한 이 휴식 공간이 어르신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정성으로 명소가 된 것이다.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소속의 동호계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은 사시사철 으뜸공원을 가꾸고 주변 청소를 해오고 있다. 

강정자 클럽 코치(75·동호계경로당 회장)는 “인근의 농소1동 주민센터에서 메리골드, 페츄니아, 맨드라미, 베고니아 같은 꽃나무를 지원 받아 심고 잡풀도 뽑아 예쁜 꽃밭을 조성했다”며 “인근 유치원생들이 찾아와 현장학습도 하고 어르신들도 아침, 저녁으로 들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 사태로 경로당에 나가지 못해 우울증을 겪는 어르신들이 공원에서 만나 안부도 묻고 기분전환을 한다”고 덧붙였다.

동호계자원봉사클럽은 동호계경로당 회원 20명(남 5, 여 15)이 주축이 돼 2017년 8월에 조직됐다. 강 코치는 “30여명 경로당 회원 중 70대 초반에서 80대 중반의 건강하고 뜻이 맞는 분들이 모였다”라며 “한 달에 두 번, 봉사활동을 한 뒤 식사도 같이 하고 담소를 나누다보니 회원 간 친목이 더 두터워졌다”고 말했다.

강 코치는 오랜 시간 지역에서 활발히 봉사해왔다. 북구복지관 인형극단 단장 등 총 5000여 시간의 봉사기록을 갖고 있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힘들게 가꾼 꽃나무를 감상하며 주민들이 힐링한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이 클럽의 황외자(74·동호계경로당 총무) 코치는 “꽃을 좋아해 집에서도 씨앗을 가져다 심고 가꾸었던 경험이 봉사에 도움이 많이 된다”며 “활짝 핀 봄꽃을 사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주민들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묘목 값이 비싸 원하는 만큼 심지를 못해 아쉽다”며 “지역의 기관, 단체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다른 회원인 곽애자 씨는 “땅을 파서 나무 심고 잡풀 뽑고 물을 주다보면 허리가 아플 때도 있다”면서도 “공원이 몰라보게 예뻐졌다는 주민들의 칭찬의 소리를 들으면 힘든 걸 잊는다”며 웃었다.

이 클럽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2020년 노인자원봉사클럽 우수사례 평가에서 대한노인회장상을 수상했다. 

강 코치는 수상 소감과 관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는데 상까지 받아 너무 기분이 좋았지만 코로나로 수상식이 열리지 않아 아쉬웠다”며 “앞으로 더 많은 봉사로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노인에 대한 기존의 인식도 바꿔보려 한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지회는 노인자원봉사클럽 활동이 특화된 지회 중 하나다. 지난 2015~18년 4년 동안 전국노인자원봉사대축제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3회, 대한노인회장상을 1회 수상했다. 

김종식 울산 북구지회장은 “지회 내 14개 클럽 중 동호계자원봉사클럽은 이웃 주민의 정서 함양에 가장 적합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웃끼리 대화가 단절된 각박한 세태에 어르신들이 가꾼 꽃나무가 주민들에게 소통과 힐링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봉사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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