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는 시작점
물결이 쉼 없이 제 나이테를 만드는 동안
사람들은 세월 속에 몸을 담그고
또 하루를 흘려보낸다
새날은
살아온 날들의 맨 끝에서 온다
노을이 비친 바다에 물결이 인다. 물결은 파도이고 파도는 바다의 나이테다. 한 번도 오지 않은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가지 않은 적이 없는 새날과 저녁. 수십억 년의 나이테가 바다에 새겨졌다. 그곳에 사람이 있다.
사람의 새날은 하루가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시작한다. 시작하고 끝나는 게 어떤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세월을 온몸에 나이테처럼 두르고 새날을 기다리며 산다. 어떤 날들이 왔다 가는지 매번 속으면서도 매번 절망하면서도 한 번 웃는 그런 날이 있어서 저렇게 마지막 붉은 기운을 믿고 세월을 따라 간다. 새날은 언제나 희망이고 마지막이어도 웃을 수 있다면 기꺼이 기다릴 수 있는 우리들의 밝은 빛이다. 바다의 나이테만큼 많은 새날이 아직 우리들에겐 남아 있다. 위드 코리아!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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