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간 30만명 참여… 노인재능나눔 이대로 끝나나
9년간 30만명 참여… 노인재능나눔 이대로 끝나나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1.19 13:31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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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활동과 중첩 이유로 통폐합 확정… 내년 운영 방향은 ‘오리무중’
지난 11월 3일 열린 마산국화축제에서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 참여자 어르신들과 이들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 함께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노인재능나눔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지난 11월 3일 열린 마산국화축제에서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 참여자 어르신들과 이들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 함께 하모니카를 연주하고 있다. 올해를 끝으로 노인재능나눔사업이 종료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복지부, 노노케어 선도‧세대간 문화교류 확대 등 사회적 파급효과 간과

“기초연금 비수급자 역차별” “자원봉사와 다른 영역” 등 목소리 새겨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 29만6000명. 유럽의 아이슬란드 인구(34만여명)보다는 적고 강원 춘천시 인구(28만여명)보다 많은 이 숫자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노인재능나눔사업에 참여한 총인원이다. 

#2. 지난 11월 3일 열린 제21회 마산국화축제에서는 조막손에 하모니카를 쥔 아이들과 대한노인회 경남 창원마산지회 재능나눔참여자들이 함께 무대에 올라, ‘작은별’, ‘클레멘타인’ 등을 연주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창대 어르신은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가르치며 보람을 느꼈는데 올해로 사업이 종료돼 아쉽다”라고 말했다.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이 시범사업 포함 9년간의 여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다. 기초연금을 받지 않아 노인일자리 사업에서 소외된 어르신들이 평생 쌓아온 경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시작해 초창기부터 호평을 받은 사업인 만큼 추후에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사업은 대한노인회가 2013년 노인의 고독과 무위에서 오는 우울증과 자살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인 문제는 노인 스스로 해결한다’는 슬로건 아래 경로당 노노케어(경로당에서 노인이 노인을 돌봄) 사업을 시작한 것이 효시다. 당시 이심 회장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했고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억원을 쾌척, 전국 9개 지회에 5000만원씩 지원됐다.

경로당 노노케어 시범사업 시행 결과는 놀라웠다. 시행 1년만에 노인 자살이 30% 줄고 실종이 26%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14년부터 예산을 투입해 노인재능나눔활동지원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정부 사업으로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인일자리 확대에 공을 들이면서 재능나눔사업도 매년 성장했고, 2018년에는 5만명이 참여하는 등 매년 3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노인사회활동으로 정착됐다.  

노노케어가 출발점이었지만 지역아동센터를 비롯해 수혜 대상도 점차 확대했다. 특히 재능나눔의 전문성 또한 매년 높아졌다. 강원 동해시지회의 경우 미술심리학을 공부하고 노인심리상담사 1급 자격을 가진 어르신들을 선발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인들에게 친숙한 화투에 그려진 그림으로 초기 심리치료를 진행해 마음을 열게 한 후 어르신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며 우울증을 감소시키는 등 큰 효과를 냈다. 

이들의 활약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빛을 발했다. 사회시스템이 비대면 으로 전환되면서 스마트폰 사용법이 서툰 어르신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되자 스마트폰 사용법, 영상통화 교육 등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재능나눔사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사업종료가 사실상 확정됐다. 복지부가 사업 중첩을 이유로 2022년까지 재능나눔활동과 노인자원봉사 활성화사업을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실제 올해 대부분 노인일자리 사업이 증가한 반면 재능나눔사업만 1만5000개로 50% 감소했고, 노인지원재단에서 사업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이에 대한노인회에서는 ▷기초연금을 받지 않는 어르신들에 대한 역차별 문제 ▷‘개인’ 중심 재능나눔사업과 ‘단체’ 중심 노인자원봉사의 차이점 등을 근거로 반드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두봉 전북연합회장은 “애초에 재능나눔사업은 공무원연금을 받는 등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노인일자리를 통한 사회참여를 제한당해 소외감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복지부 담당자가 바뀌면서 이러한 취지가 전달되지 않았고 결국 ‘봉사’에만 초점을 맞춰 통합을 결정한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이를 뒤집고 존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재능나눔사업 시범사업 때부터 성장을 지켜본 김영수 전남 순천시지회장과 박공규 충남 공주시지회장도 사업의 특수성을 근거로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영수 순천시지회장은 “재능나눔사업은 공직 등을 통해 수십 년간 쌓아온 전문성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타 노인일자리사업과 자원봉사클럽 등으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해서 사회참여를 막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박공규 공주시지회장도 “노인자원봉사활동은 참여자들이 ‘단체’로 해야 빛을 발하는 사업이고 재능나눔사업은 참여자 개인의 역량으로 재능을 기부하는 활동”이라면서 “두 사업은 통합이 아닌 각각 시행돼야 취지를 살리고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능나눔사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노인지원재단 측도 복지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존속 또는 향후 부활을 위한 방안을 강구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재능나눔사업을 노인자원봉사와 통합 운영한다는 방침 이외엔 구체적인 플랜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22년부터 노인재능나눔 사업이 없어지는 대신 사회서비스형 일자리와 공익형 일자리가 더 늘어난다”고만 설명했다. 실제로 내년 예산에서 재능나눔 예산은 아예 편성되지 않았다.

노인복지 전문가들은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취지로 9년 전 경로당 노노케어를 시작했던 근본 정신을 살릴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정부가 재능나눔사업 폐지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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