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6]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한방치료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6]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한방치료
  • 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 승인 2021.11.19 14:01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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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이승훈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피부에 심한 물집과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최근 젊은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와 운동 부족 등이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상포진의 피부 병변은 2~3주 정도면 치유된다. 하지만 피부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의심해야 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발생하면 치료가 힘들고 심한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스치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고 심한 경우엔 선풍기 바람도 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다. 증상이 지속되면 우울증, 불면, 불안과 같은 동반증상이 생기며, 기억력이 저하되거나 치매 발병 위험까지도 높아진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치료에는 통증 조절 목적으로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을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통증이 적절하게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부작용에 대한 주의 또한 필요하다. 

항우울제는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는 금기되며, 기존 인지 장애를 악화시킬 수 있다. 항경련제는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주의해야 하며, 졸음이나 어지러움과 같은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치료를 위해 항경련제, 항우울제 등을 사용했음에도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이미 많은 약물들을 복용하고 있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환자 등은 통증 완화에 효과적이고 약물 부작용이 적은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의학에서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게 침 치료와 한약 치료를 시행한다. 침 치료는 전침과 봉독 약침을 이용하며 약물로 인한 부작용 없이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전침 치료는 침에 전기 자극을 가하여 척수에서 통증이 뇌로 전달되는 경로를 차단하고 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 촉진하여 통증을 억제한다. 

봉독 약침 치료는 봉독을 희석해 주사하는 치료법으로 국소 조직 염증이나 신경 손상으로 인한 만성 통증에 효과적이다. 통증이 심한 환자는 신경이 지나는 척추 주변이나 손과 발의 경혈에서부터 치료를 시작한다. 주 2회를 기본으로 통증이 호전되는 정도에 따라서 복용하고 있는 진통제를 줄이거나 치료 횟수를 줄인다. 

한약치료는 가미소요산 계열의 한약을 처방해 높아진 교감신경의 활성을 낮추고, 가미귀비탕 계열의 한약으로는 불면과 우울증을 개선하여 민감해진 통증을 줄여준다.

한방치료의 통증 감소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급성기 대상포진 환자에게 10일간 침과 뜸 치료를 했을 때, 표준 양방치료만 받은 환자에 비해 통증 지속시간을 7일, 수포와 발진의 회복은 3~4일이나 단축했다. 

신경차단술 등으로도 호전되지 않는 60세 이상의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에게 한약을 3개월 사용해 76%의 통증 호전을 보인 사례도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오래되면 극심한 통증뿐만 아니라 불안, 우울, 불면과 같은 만성 통증의 동반증상이 생기고 피로, 소화장애, 근육통 등도 발생해 신경통 양상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땐 침 치료와 함께 한약을 처방받는다면 동반증상을 개선하고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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