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삐걱거리는 세계 경제, 우리의 대응은? / 서상목
[백세시대 금요칼럼] 삐걱거리는 세계 경제, 우리의 대응은? / 서상목
  •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 승인 2021.11.19 14:16
  • 호수 7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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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반도체, 에너지 시장서 이상현상

유가 급등에 노동시장도 불안

요소수 품귀도 물류공급망 문제

수출입 중국의존도 점차 줄이고

중단된 자원외교 활성화해야

IMF가 금년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을 때만해도 순조로울 것 같았던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최근 삐걱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와중에 확산된 자국우선주의와 미·중 패권경쟁의 여파로 주요물자의 세계공급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온라인 활동이 증가하면서 반도체 부족 상태가 발생했고, 미국을 포함한 세계주요국들은 안정적 반도체 공급망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한국 삼성전자와 대만 TSMC의 미국 내 직접투자 확대를 요청함은 물론 인텔(Intel) 등 자국 반도체 회사에 대한 지원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 역시 심각한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각국의 정상들이 영국 글라스고(Glasgow)에 모여 2050년까지 탄소발생 ‘넷-제로(net zero) 선언’을 하는 동안 수요 급감으로 가격이 폭락해야 하는 유가는 현재 배럴당 80달러를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에너지 전문가들은 내년 유가를 120달러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이 분야 투자를 대폭 줄이고 있는 반면, OPEC 회원국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유가 상승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원유 생산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노동시장에서도 수급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트럭 운전기사의 부족으로 인한 기름 공급난이 발생하자 군병력을 투입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미국 역시 하역 인부의 부족으로 항만에서 화물이 쌓이고 있어 물류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소매업과 요식업에서 구인난이 심각해 이로 인한 인플레 압력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구인난이 발생하는 이유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이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코로나 대책으로 추진된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의 확대로 실질임금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화물트럭 등 디젤엔진차의 매연 절감에 필수적 품목인 요소수 부족사태가 발생해 심각한 물류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요소수 품귀 현상은 최근 중국 정부가 요소수 원료인 요소의 수출을 사실상 금지함으로써 시작됐다. 

한국은 요소의 90% 이상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디젤차량에 요소수가 필요한 배출가스저감장치의 장착을 의무화함으로써 문제가 심각해진 것이다. 다행히 정부의 외교채널 가동으로 중국 정부가 이미 계약한 요소 1만8700 톤에 대한 통관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요소수 사태를 통해 물류공급망 차원에서 우리나라의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역시 심각한 물류대란을 겪고 있는데, 그 원인은 미·중 간 패권경쟁이다. 중국은 미국과의 대립과정에서 미국편을 들었던 호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중국에서의 전력난과 이로 인한 산업생산의 위축이다.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중국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면서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데, 최근 한국에서의 요소수 사태는 이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환경에 직면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우선 예측불허의 국제상황을 맞아 정부는 ‘경제비상대책반’을 편성·운영함으로써 작금의 불확실한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또한 미·중 패권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새로운 국제환경에서 한미군사동맹에 더해 반도체, 백신, 자동차 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도 한·미 간 긴밀한 협력체제를 구축하여 원천기술 분야는 물론 마케팅 분야에서도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요소수 등 주요 원자재 수입은 물론 수출 분야에서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이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노력 역시 지속적으로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에 더해, 이명박 정부 이후 중단된 자원외교를 다시 부활시켜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정부와 민간기업 차원의 노력과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으로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의 상승으로 인플레 압력이 증가하면서 통화당국이 물가안정을 위해 긴축기조를 강화하려 하나, 이는 현명한 정책대응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그 이유는 통화 긴축은 최근 물가상승의 근본적 원인인 글로벌 공급망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이로 인한 금리상승은 가계의 금리부담을 가중시키고 경기만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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