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전용 문화공간 속속 등장
노인 전용 문화공간 속속 등장
  • 이미정 기자
  • 승인 2009.03.13 10:59
  • 호수 1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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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극장부터 특수운동기구 갖춘 공원·당구장까지
▲ 전남 강진군 마량면 노인회원들이 복지회관에 마련된 당구장에서 실력을 뽐내고 있다.
‘노인전용 극장·노인전용 공원·노인전용 당구장….’

어르신들을 위한 전용 시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인인구가 증가하면서 전국 지자체가 어르신들을 배려해 노인전용 극장을 비롯해 공원 등을 마련하는 한편 어르신들이 직접 나서 노인전용 당구장을 개설하는 등 노인만을 위한 문화공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고전영화 저렴하게 즐기는 ‘노인전용극장’

서울시는 1월 21일 국내 최초로 종로 허리우드 극장에 노인전용극장을 개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극장 개설 이후 지난 2월 한 달 동안 ‘자유부인’ 등 추억의 영화 4편을 84회 상영하는 동안 4000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어르신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노인전용 극장은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호응을 얻고 있다. 주민등록상 만 57세 이상 관객은 단돈 2000원으로 저렴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고, 신작영화뿐 아니라 추억이 어린 고전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00~200여명의 어르신들이 극장을 찾고 있으며, 부부동반이나 동창모임 등 만남의 장소로도 애용되고 있다.

서울시는 노인전용극장을 시작으로 종로 일대에 노인문화의 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노인문화의 거리에는 노인전용 극장을 비롯해 공연장, 노래방, 찻집, 노인용품점 등 문화예술을 비롯해 일자리, 교육 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관절건강 배려한 산책로 갖춘 ‘노인전용공원’

어르신들이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지자체가 마련하는 노인전용공원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와 성북구는 근린공원을 어르신 전용공원으로 재조성해 노인전용 공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 노인전용 공원인 양천구 신월7동 ‘오솔길 실버공원’은 어르신들의 운동 공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양천구는 2005년 10월 1800㎡ 규모의 오솔길공원을 노인전용 공원으로 조성했다. 어르신들의 공원 이용이 많은 점을 고려한 것. 공원에는 어르신들을 배려한 시설 및 운동기구들이 설치됐다.

오솔길공원에는 어르신들이 조용하게 산책할 수 있는 산책로와 삼림욕장이 조성돼 있다. 어르신들의 장수를 기원하는 ‘팔각정’은 공원의 마스코트. 600m 길이의 산책로는 무릎과 발목의 피로를 줄일 수 있도록 우레탄 재질로 포장하고 경사도를 낮춰 어르신들에게 큰 인기다.

또 배드민턴장을 비롯해 스트레칭 롤러, 워밍 암(팔 운동 기구) 등 특수운동기구는 물론 지압보도와 의자, 대나무평상 등도 설치돼 있다.

서울 성북구도 지난해 월곡2동 청량근린공원에 1980㎡ 규모의 노인전용 공원을 조성했다.

△운동하고 여가도 즐길 수 있는 ‘노인전용당구장’

전남 강진군에서는 어르신들이 주머니를 털어 노인전용 당구장을 개설했다.

대한노인회 강진군지회 마량면분회 어르신들은 지난 2월 11일 마령면 복지회관에 어르신 전용 당구장을 마련해 건강관리는 물론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마량면분회 박정봉(80) 회장이 텔레비전이나 바둑, 장기 등으로 소일하던 어르신들에게 지속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키 위해 당구장 개설을 제안해 마련됐다.

노인회는 자체 회비와 독지가의 성금 등 260여만원을 들여 중고 당구대 2개를 구입, 설치했다. 왕년에 ‘한가닥’ 하던 남성 어르신을 비롯해 난생처음 ‘큐’를 들어본 여성 어르신까지 하루 20여명이 꾸준히 당구장을 찾는다.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 당구장은 오후 5시 문을 닫을 때까지 어르신들로 북적거린다.

하지만 노인전용시설이 세대 간 소통을 차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성재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인들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경우 동년배들의 소통은 이뤄질지 몰라도 세대 간의 소통은 단절될 수 있다”며 “세대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어르신들의 생리, 건강을 생각해 안정성과 편리성을 강조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 여러 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은 물론 노인 ‘전용’ 보다 어르신들이 ‘우선’ 되는 시설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정 기자 mjle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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