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인력 활용 고령화 先대책
노년인력 활용 고령화 先대책
  • 관리자
  • 승인 2006.08.2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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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고용연장 규제완화 통해 재취업 필수

유능한 인재확보, 노년인력이 대안이다

 

노인 등 노년층의 실질적인 복지향상을 위해서는 사회보험제도를 통한 재정적 지원보다 임금피크제, 퇴직 후 재고용 등 고령인력의 노동시장 참여기회를 높이고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4일 발표한 ‘고령화의 산업인력 수급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연금 등 사회보험제도를 통한 고령화 대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부양부담도 과도하며, 세대간 갈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정책 주안점을 노년인력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사회보장체제가 발달한 선진국들도 과도한 복지수요에 따른 연금자원 고갈로 기존 사회보장제도가 한계에 달해 노년층의 노동시장 재참여 또는 계속고용 등을 골자로 한 이른바 ‘활동적 고령화’를 고령화 대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노년인력의 고용연장·재고용을 위해 현재의 연공서열 위주가 아닌 직무급제, 연봉제, 차등 상여지급 등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도입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꼽았다. 이어 능력개발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화, 퇴직예정자의 재취업, 진로개척을 돕는 전직(轉職)지원제도 활성화, 고령인력 채용에 따른 기업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규제완화, 고용촉진 전담기구 설치 등을 주요 현안으로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와 관련, 기업의 인적자원관리 측면이 아닌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만 연구가 진행돼 왔다”며 “기업의 대응방안으로 제2의 인생설계 프로그램과 퇴직지원 제도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노동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기업이 퇴직연령 이후 고용보장을 전제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할 경우 정부가 삭감액의 일부를 수당 형태로 직접 지원하는 ‘임금피크제 보전수당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제도에 따라 최소 55세 이상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 실시 기업에 재직 중인 54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18개월 이상 근속했고, 임금이 10% 이상 삭감된 경우 최대 6년 동안 150만원 한도 내에서 삭감분의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산업환경팀 전 무 팀장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령인력 고용에 대한 기업의 인식변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지원이 급선무”라며 “효율적인 고령인력  활용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방치하면 잠재성장률 하락 저성장 초래
기업 스스로 노년근로자 가치 활용방안 찾아야

 

 고령화시대 한국기업의 새 자세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의 임금은 34세 이하 근로자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반면 상대적인 생산성은 60~8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근로자의 근속연수가 증가할수록 임금이 많아져 장기고용을 꺼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적절한 대책 없이 고령화가 지속되면 숙련근로자가 부족해 생산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기업이 노년인력을 비용으로만 여기지 말고 스스로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령화, 경제침체·저성장 원인

 

한국개발연구원(KID)이 지난 2002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03~2007년 4.8~5.4% 수준에서 2008~ 2012년 4.5~5.1%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경제연구소도 2004년 9월 ‘경제 재도약을 위한 10대 긴급제언’을 통해 최근 한국경제가 고령화와 미래산업에 대한 준비 부족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5% 선에서 4% 선으로 하락, 이미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해 3월 발간된 OECD 자료를 바탕으로 재정경제부가 최근 작성한 내부보고서는 “적절한 대책 없이 고령화가 진전되면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산가능 인구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1인당 노인부양 부담도 증가,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는 저성장 시대를 맞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령화가 국가 경제와 기업의 경쟁력에 있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한국과 일본의 조선업이다.

 

지난 1월 30일 조선ㆍ해운 시황 전문분석 기관인 클락슨의 조사결과 2005년도 국내 조선업은 수주량과 수주잔량, 건조량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 조선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1992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조선업은 세계최강을 자랑하던 일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1993년 일본의 생산직 평균연령이 45세를 넘어서면서 조선업계의 생산성도 급격히 떨어졌고, 당시 30대 중반 노동자가 주축이 된 한국에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한국조선공업협회 조선인적자원개발지원팀 황태근 팀장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조선업의 노동생산성이 일본을 따라잡으면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고, 2003년부터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 세계 1위로 순항하고 있다”며 “현재 일본 조선업은 40대 후반 노동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고, 우리나라도 2~3년 전 40대 초반으로 진입해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25~49세 연령층이 2005년 59.6%에서 2050년 45.2%로 감소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50~64세 인구는 같은 기간 20.5%에서 40.5%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생산가능 인구가 1% 늘어날 경우 1인당 실질 GDP는 0.08% 늘어나는 반면 노년인구가 1% 늘어나면 오히려 0.041% 줄어드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OECD는 고령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미국의 1인당 실질 GDP를 100으로 기준했을 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OECD 국가들의 1인당 실질 GDP는 현 72~75 수준에서 2050년 65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기업 70.5% 노년인력 유지

 

이러한 이유로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선진국의 경우 기업들이 나서 노년인력 활용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은 1967년 제정된 ‘연령차별금지법’과 1990년 마련된 ‘노년근로자 이익보호법’을 바탕으로 노년근로자의 고용기회를 적극 보호하고 있다. 특히 사회전반에 노년인력 활용에 대한 필요성과 긍정적 인식이 깔려 있고,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어 ‘노인천국’이라 할만하다.

 

‘월마트’는 노년근로자들의 직무수행능력이 뛰어나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점에 착안해 본사 차원에서 모든 지점에 노년근로자 활용을 적극 장려, 매장에 투입하고 있다. 월마트는 직원 채용시 고령자를 우대하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 및 처우, 승진기회를 다른 종업원과 똑같이 부여하고 있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TV 홈쇼핑 기업 ‘홈쇼핑 네트워크’는 전화주문 접수업무에 55세 이상 노년인력을 계약직으로 활용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는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 ‘맥마스터 프로그램’을 통해 각 점포에 필요한 인력을 훈련시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리타이어먼트 잡스’와 같은 수많은 비정부기관이 노년인력의 구직을 알선, 고용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이후 고용보장을 전제로 일정기간 임금을 삭감,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일본은 2003년 현재 소기업의 66%, 대기업의 77.5%가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그 결과 노년인력 유지비율이 2000년 기준 45.8%에서 2003년 70.5%로 늘어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본 ‘토요타자동차’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숙련공이 필요해지자 지난 2001년 4월 기능직 사원 3,400명을 60세 이상 정년퇴직 대상자로 채웠다. 이들은 최고 63세까지 재고용돼 토요타의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다.

 

1831년 오사카에서 설립된 ‘다카시마야백화점’은 고급 판매기술이 젊은 사원에게 전수되지 않으면 회사 전체의 판매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60세 이후 정년퇴직 대상자를 적극 재고용하고 있다.

 

산요전기는 전형적인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60세 정년이후 5년 동안 더 일하기 원하는 근로자를 위해 55~60세까지는 기본급의 70%만 지급하고 60~65세 동안 나머지 30%와 퇴직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마쓰시타 전기, 도시바, 미쓰비시 전기, 파이오니아, 일본 IBM, 신일본제철, 혼다 등 일본 주요 기업들이 노년근로자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유럽의 유력 항공사 ‘유로콥터’의 전신인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은 아웃소싱과 자동화, 생산혁신 등으로 숙련기술자의 재고용이 낮아지는 한편 조기퇴직으로 인력부족에 직면하자 노년근로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의식교육을 병행, 고령 및 청년근로자가 협업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중견 가구제작업체 ‘빌 칸’은 노년근로자의 숙련된 가구제작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년근로자를 채용하는 한편 노조대표도 이들에게 맡기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스웨덴의 경우 엔진제작업체 ‘볼보 펜타’가 눈길을 끈다. 볼보 펜타는 1990년대 초 구조조정 이후 스웨덴 고용보험법에 따라 신규입사자를 먼저 해고해 인력구조의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됐고, 종업원의 70%를 40세 이상이 차지하고 있다.

 

볼보 펜타는 끊임없이 진보하는 생산기술을 따라 잡기 위해 연령에 상관없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능력개발비를 지급하고 있다.

 

노년인력은 인재, 인식전환 필요

 

우리나라는 올해 초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 근로자에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노년인력 활용 유도정책을 쓰고 있지만 개별기업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국내 기업의 경우 2003년 7월 신용보증기금을 시작으로 대한전선, 대우조선해양 등 민간 제조업과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기업, 문화방송 서울신문 등 일부 언론사가 내부사정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특히 2004년 7월 금융산업노조가 산별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연장하기로 합의, 2004년말~2005년초 우리은행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감정원 기업은행 등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노동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노년근로자의 고용보장을 위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는 기업의 경우 이 사업장에서 18개월 이상 근무한 54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임금이 10% 이상 삭감된 경우 최대 6년 동안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업들은 임금피크제나 재취업 등 노년근로자 활용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 황인철 팀장은 “국내기업의 경우 대부분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고 있어 고령자에 대한 임금부담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퇴직연령을 낮추는 추세”라며 “임금체계개혁과 노년인력 활용을 막는 노동법 조항을 고치는 한편 정부가 고령자 적합직종을 개발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

 

노동부가 자체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70.9%가 연령을 기준한 정년퇴직제를 실시하고 있고, 평균 퇴직연령은 2000년 57.2세, 2001년 56.7세, 2002년 56.6세, 2003년 56.7세, 2004년 56.8세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노년근로자의 재취업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다보니 퇴직 후 10여년 동안 자영업과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다 이후 연금 등에 의지해 생활하는 것이 관례로 여겨질 정도다.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사회보장제보다 노년인력의 노동시장참여와 고용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4일 “연금 등 사회보험제도를 통한 고령화 대책은 비용도 많이 들고 부양부담이 과도해 세대간 갈등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며 “정책 주안점을 노년인력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조성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를 위해 직무급제나 연봉제, 차등상여 등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정년연장이나 노년인력 재고용에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LG경제연구원 조범상 인사조직그룹 연구원은 “노년인력은 숙련된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지녔을 뿐 아니라 조직의 어른으로서 사내 문화를 다잡을 뿐 아니라 젊은층에 비해 이직률이 낮아 장점이 많다”며 “기업이 안정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확보,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령인력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한형 기자 janga@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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