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범죄 현장 이탈하고 엉뚱한 곳 출동한 경찰 … 시민 안전 맡길 수 있는지 의문
[백세시대 / 뉴스브리핑] 범죄 현장 이탈하고 엉뚱한 곳 출동한 경찰 … 시민 안전 맡길 수 있는지 의문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1.26 13:40
  • 호수 7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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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과 ‘서울 신변 보호 여성 살해 사건’ 등 강력 사건에 경찰이 잇따라 부실 대응해 피해자가 숨지거나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피해를 키운 경찰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천 논현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위와 B순경은 지난 11월 15일 오후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4층 주민 C(48)씨가 소란을 피운다는 3층 주민 D씨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경위는 당시 빌라 밖에서 신고자인 D씨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B순경은 3층에서 D씨의 아내와 딸과 함께 있었다. 이때 갑자기 C씨가 3층으로 내려와 D씨의 아내를 흉기로 찔렀다. 

비명을 듣고 남편 D씨가 올라갔지만 B순경은 지원 요청을 하겠다며 현장을 벗어나 1층으로 내려갔다. A경위도 빌라 공동현관문이 닫혀 따라가지 못했고, 두 경찰관 모두 건물 밖에 머물다가 뒤늦게 현장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가족은 딸이 흉기를 든 범인의 손을 잡고 있었고 남편 D씨가 제압을 하고 나서야 경찰이 올라왔다며 경찰이 범행 현장을 벗어나 신속하게 후속대응을 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흉기에 찔린 D씨의 아내는 의식불명 상태이다. 

이와 관련, 인천경찰청은 24일 “조사 결과 범행 제지와 피해자 구호 등 즉각적인 현장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등 부실 대응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경찰관 2명을 직위해제했다. 

층간소음 갈등에서 빚어진 흉기 난동 사건은 피해자가 눈앞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는데도 경찰관이 이를 방치한 채 현장을 이탈한 잘못이 결정적이다. 테이저건(전기충격기)을 소지하고 있음에도 사용하지 못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 19일에는 경찰의 신변 보호를 받던 30대 여성이 스마트 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 구조신호를 보냈으나, 경찰이 위치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바람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여성은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으로 위협을 받아오다, 지난 7일부터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다. 

이 여성은 스토커가 또다시 찾아오자 경찰이 지급한 스마트 워치로 호출을 했다. 그러나 첫 신고를 한 지 12분 후에야 경찰은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경찰의 신변 보호 시스템이 큰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경찰은 스마트 워치의 구조신호가 울린 3분 뒤 실제 피해 현장과는 상당히 떨어진 곳으로 출동했다. 

피해자의 위치값은 우선 기지국을 통해 추출됐지만, 경찰은 그다음 단계인 와이파이 및 위성(GPS)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런 기술적 오류가 없었다면 피해자를 살릴 수도 있었던 것이다.

경찰의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번 층간소음 살인미수 사건과 스토킹 살인 사건은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이 얼마나 허술한지 여실하게 드러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지난해와 올해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임 순경 1만명을 대상으로 전면 재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앙경찰학교에서 제대로 된 실전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경찰청의 판단에 따른 일이다.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제대로 된 대면교육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작용했다.

일선에 배치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신임 경찰관을 모아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시·도경찰청은 11월 29일부터 각 기수별 30~40명 내외로 2~3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재교육은 테이저건 사용과 권총 사격, 체포술 등 물리력 행사 훈련을 포함하며 직업윤리를 다지기 위한 내용 등으로 구성된다. 

급박한 상황에 처한 국민에게 112 신고는 생명과 직결된 SOS로, 무엇보다 경찰은 온 몸을 다해 사고의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의무감이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국의 경찰은 신뢰를 다시 쌓아나가야 함은 물론 경찰관으로서의 소명의식도 다시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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