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식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장 “노인 모두 경제대국 공신…기초연금 미수급자에도 일자리 기회 줘야”
김종식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장 “노인 모두 경제대국 공신…기초연금 미수급자에도 일자리 기회 줘야”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1.26 14:11
  • 호수 7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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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회 신축회관서 각종 프로그램 진행…지역 노인사회 활기 불어넣어

지회장에 연속 추대… 조직 관리·경로당 운영·자원봉사 등 토대 마련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지난 6월 3일 개관식을 가진 대한노인회 울산 북구지회 신축회관(시니어행복나눔센터)이 지역 노인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센터 1층 실버카페는 만남의 장소인 동시에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준다. 2층 대강당에선 노인대학이 열리고, 3층 경로식당에선 하루 100여명의 노인들이 양질의 식사를 즐긴다. 

지난 11월 23일, 북구지회 사무실이 입주한 시니어행복나눔센터에서 만난 김종식(79) 울산 북구지회장은 “큰돈(51억여원) 들여 잘 지어놓고 놀릴 수 없다”며 “센터 2층의 프로그램실에서 각종 취미·여가교실, 스마트폰 교육 등이 진행돼 이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지회는 140개 경로당, 회원 6000여명이 있다. 김종식 지회장은 울산북구지회 사무국장(14년) 출신으로 2014년 지회장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이어 2018년 4월 지회장 선거에서도 경선 없이 대의원 만장일치로 추대돼 현재에 이르렀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신축회관 입주를 축하드린다.

“셋방살이를 하다 번듯한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97년 울산광역시로 승격될 때 울주군의 2개 면과 울산 중구의 5개동이 합쳐져 울산 북구가 새로 만들어졌고 노인회도 창립했다. 당시 호계경로당 2층의 8평 공간이 지회 사무실이었다.”

김 지회장은 “경로당 회장이 지회를 찾아오려면 시내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고 올 정도로 교통이 불편했다”며 “지역 국회의원이 노인회관 지으라고 국비 받아다줬지만 일이 꼬여 건물을 짓지 못했다가 결정적으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시 부지를 내놓으면서 북구청장의 도움으로 현재의 자리에다 회관 완공의 꿈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입구에 반듯하게 서 있는 전나무가 인상적이다.

“주위에서 ‘누가 뭐래도 노인회관을 마련한 건 지회장의 업적이 아닌가’라고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사비로 나무를 심었고 눈에 띄지 않은 자리에  자그만 명패도 하나 세웠다(웃음).”

-사무국장으로 10년 넘게 봉사했다고. 

“전임 지회장과의 인연으로 사무국장으로 들어왔을 때 경로당이 60여개에 불과하고 직원도 지회장과 간사(여직원) 그리고 저하고 셋뿐이었다. 가장 시급한 게 경로당 행정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갖추는 것이었다.”

지회 재정 형편도 상당히 열악했다. 경로당 운영비가 한달 10만원 선에 직원 월급도 교통비 수준이었다. 김 지회장은 “직장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봉사의 마음으로 일을 했다”며 “공문도 수십 장 복사해 제가 직접 들고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전달하는 식이었다”고 기억했다.

-두 번의 지회장 선거에 모두 추대됐다. 

“한 달에 한 번 전 경로당을 돌며 회계 등 경로당 운영을 도와드리니까 회장들이 맡길 만하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간의 지회 운영 성과라면.

“가장 큰 건 역시 단독 청사 마련이다. 두 번째는 조직의 안정적 관리다. 일부 경로당에서 회장과 총무 간 의견 충돌이 발생하곤 했다. 사실 경로당 운영에는 정답이 없다. 물론 정관도 있고 공금은 명약관화하게 사용하는 게 맞지만 노인사회에선 말대로 되지 않는다. 중간에서 설득하고 양해를 구하는 일들을 제가 맡아서 했다.”

김종식 울산 북구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신축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이석우 사무국장.
김종식 울산 북구지회장(오른쪽 세 번째)이 신축 회관 앞에서 직원들과 단합의 포즈를 취했다. 김 지회장 왼편이 이석우 사무국장.

김 지회장이 밝힌 두 번째 성과는 경로당 프로그램 활성화이다. 시청과 구청을 찾아다니며 경로당에 강사를 보내달라고 간청하는 등 갖은 노력 끝에 현재 30명의 강사가 수지침, 댄스, 요가 등을 가르치고 있다.

-‘북구노인건강체육대회’가 성황이라고.

“노인들이 운동을 하면 몸을 움직이니까 건강해진다. 그 점에 착안해 게이트볼, 그라운드골프, 한궁 등을 보급했다. 어릴 적 추억의 하나인 ‘학교 운동회’ 같은 행사를 열어보자는 생각에서 구청장에게 예산 지원을 부탁했다. 첫해 1500만원을 받아 농소운동장에서 1000여명의 노인이 모여 경기를 치르고 점심식사도 하고 노래자랑도 했다.”

대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웃마을 간 왕래가 없던 노인들도 처음 만나 안부를 묻고 우정을 쌓는 계기가 됐다. 이듬해엔 더 많은 노인들이 참여를 원해 다시 구청장에게 예산 증액을 요청, 코로나 발생 직전인 2019년에는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회가 됐다.

-북구청장이 노인회에 협조적인 것 같다.

“맞다. 지회 회관 마련서부터 노후 경로당 리모델링까지 전폭적으로 도와주신다. 경로당에 식탁, 의자도 보급해 입식으로 바꿀 예정이다.”

-노인자원봉사클럽 활동 면에서도 남다른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안다.

“노인들 자원봉사가 대부분 거리의 쓰레기를 줍거나 풀 뽑는 일들이다. 우리는 좀 색다른 걸 하자는 취지에서 어린이체험학습장과 칼갈이봉사를 했다.”

-어린이체험학습장이라면. 

“휴경지에 농작물을 심고 수확하는 과정에 노인과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1·3세대가 어울리며 자연학습도 하고 자연스레 효도 가르치는 소중한 시간이다.”

칼갈이봉사는 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5일장에 나와 일반가정과 식당의 칼을 숫돌에 갈아주는 것이다. 김 지회장은 “농사를 지어봤기 때문에 노인들이 낫, 호미 등을 잘 갈 줄 안다”며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울산 북구지회는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전국자원봉사 경진대회에서 2014년, 2015년 내리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했고 대한노인회장상도 받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은 어떤가. 

“올해는 총 예산 14억원에 48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활성화 배경에도 사연이 있다. 처음 (노인일자리사업)하자고 했더니 일부에서 노인이 점잖지 못하게 쓰레기를 어떻게 줍느냐고 거부감을 내비쳤다. 제가 ‘운동 삼아 하면 건강에도 좋다’고 설득해 80여명 모아 구청 대회의실에서 모자 쓰고 발대식을 했다. 그게 시발이 돼 지금은 누구나 하려고 줄을 선다.”

-지회 사무국장(이석우)이 올해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사무국장이 17년간 노인회 봉사하면서 취업 부문에 공이 크다. 그간 해온 거로 봐선 대통령 표창감이다. 저도 전 해에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김종식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가난한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오늘의 노인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공평히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기초연금 미수급자에게도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치매 부모를 가족 중 한 사람이 돌보고 그에 대한 재정지원을 국가가 해주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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