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7] 마스크 속 ‘구취 공포증’
[백세시대 / 내 몸의 병을 알자 7] 마스크 속 ‘구취 공포증’
  • 이연희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 승인 2021.11.26 14:14
  • 호수 7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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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이연희 경희대치과병원 구강내과 교수

코로나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동안 마스크를 쓰다 보니 원래 구취가 없었던 사람들도 구취를 느끼거나, 구취가 있었던 분들은 더 강하게 자주 느끼곤 한다. 

구취는 자신이 스스로 느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타인에 의해 알게 된다. 타인이 말로 지적하거나 또는 코를 잡고 몸을 돌리거나 얼굴을 찌푸리는 행동을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하게 된다. 

안타깝게도 객관적으로 구취가 없지만, 타인의 행동을 오인해 본인이 구취가 있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즉, 구취를 호소하는 환자의 30% 정도는 객관적인 진단을 해보면 구취의 징후가 없고 어떠한 관련 질병도 없는 상태다. 

어떤 사람들은 입 냄새가 거의 또는 전혀 없더라도 자신의 구취에 대해 걱정한다. 이 상태를 ‘구취 공포증’이라고 하며 강박적인 구강 세정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아와 잇몸 사이에 있는 음식 찌꺼기나 염증 상태는 구취를 유발한다. 그러나 이는 약간의 냄새에 기여할 뿐, 대부분의 냄새는 혀에서 나온다. 

혀를 내밀고 거울을 보면 혓바닥 안쪽에 하얗거나 누런 설태가 끼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백태는 음식 찌꺼기를 이용해 구강 내 세균이 증식한 것으로 악취를 발생시킨다. 따라서 양치질에 더해 부드러운 혀 닦기를 한다면 구취 및 설태를 성공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나쁜 구강위생 외에도 아주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구취의 발생원은 85~90%가 구강 내 원인이지만, 구강 외 원인도 10~15%를 차지한다. 구취 조절을 위한 양치질을 잘하려면 치아가 잇몸과 만나는 부분과 치아 면을 닦을 때 부드럽게 닦아야 한다. 

너무 자주 세게 양치질을 하면 잇몸이 손상돼 에나멜로 보호되지 않는 치아의 예민한 부분이 노출될 수 있어 식사 후와 자기 전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만성적인 구취를 앓고 있는 경우 가장 먼저 치과 의사를 방문하여 구강 내 원인을 살펴본 후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구취는 호흡기 문제, 신장 문제 및 신체의 다른 부분의 상태를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 중이거나 타액 분비가 줄어든 상태에서는 구취가 더욱 쉽게 유발된다. 

구취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손목을 핥고 건조 시킨 다음 냄새를 맡아보는 것이다. 침이 뭍은 손목에 악취가 나면 구취가 있음을 시사할 수 있다. 호흡 시 발생하는 특정한 냄새를 직접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가까운 친구나 친척에게 구취를 맡게 하고 구취의 유무나 정도를 알려달라고 하는 방법도 있다. 

치과 의사는 구취가 의심되는 사람의 입안 가스를 채취한 후 구취 수준을 5점 척도로 평가하기도 한다. 구취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장비로는 기체 크로마토그래피가 있으며, 이 검사는 황화수소, 메틸 머캅탄, 디메틸 황화물의 세 가지 휘발성 황화합물의 수준을 측정한다. 

구취를 유발하는 구강 세균에 의해 생성되는 특정 효소의 수준을 측정하기 위한 바나(BANA) 테스트, 구취의 원인 세균 확인을 위한 중합연쇄반응 등 여러 객관적 측정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구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깨끗한 구강위생을 유지하는 것이다. 적어도 하루에 두 번, 가급적이면 매 식사 후에 양치질을 하자. 세균과 음식 찌꺼기 및 죽은 세포들은 일반적으로 혀에 축적되는데, 특히 흡연자 또는 구강 건조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더 많이 혀에 축적된다. 혀 스크레이퍼(혀 클리너)가 때때로 유용할 수 있다. 

치실의 사용은 치아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와 플라그(미생물들이 형성한 바이오필름)가 쌓이는 것을 줄여준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에는 입안 구강위생을 더욱 청결히 해야 한다. 그래야 외부 공기의 흐름이 제한된 조건에서 혐기성 세균의 번식을 막아주고 구취 발생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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