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안중근 의사 사형 집행 날 무슨 일이 있었나
[백세시대 / 세상읽기] 안중근 의사 사형 집행 날 무슨 일이 있었나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1.26 14:21
  • 호수 79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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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1879~1910)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해 살해한 죄로 사형을 당했다. 지금까지 기자는 일제 치하에선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최근에 새삼 깨달았다. 

안중근은 법정에서 자신이 암살자가 될 수 없다는 확실한 근거를 내놓았다. 그는 총 6회의 공판에서 네 번이나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 신분으로 적장을 처단한 것이니 자신에게 적용할 법은 일본이나 한국의 법이 아니라 1899년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채택한 육전(陸戰) 포로에 관한 법이라고 주장했다.

안중근은 또 고등법원장과 마주한 자리에서 “본인은 원래 이토 공은 면회한 적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공을 살해하기에 이른 것은 국가를 위해서 한 것으로 결코 일개인으로서의 자격에서 한 것은 아닙니다. 때문에 본 건은 보통의 살인범으로서 심리되어야 할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 재판은 정당함을 잃은 것으로 불복합니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발간된 ‘그들이 기록한 안중근 하얼빈 의거’(태학사)에서 밝혀졌다. 이 책은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 소장 ‘이토 공작 만주 시찰 일건’ 자료 파일 11책의 내용을 편집한 것으로 일본인의 시각에서 기록한 안중근 의사 이토 저격 사건의 전말인 셈이다.

기자의 눈길을 끈 부분은 안 의사의 사형집행이다. 이하 책의 내용을 옮긴다.

“살인범 안중근의 최후.

살인 피고인 안중근에 대한 사형은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감옥서 내 사형장에서 집행됐다. 그 요령은 다음과 같다. 

조금 전 10시에 미조부치 검찰관, 구리하라 전옥(典獄) 및 본인 등이 형장 검시실에 착석함과 동시에 안을 끌어내어 사형 집행의 뜻을 고지하고 유언의 유무를 질문함에 따라 안은 달리 유언할 말은 없으나 본디 자기의 행동은 오로지 동양의 평화를 꾀하기 위한 성의에서 나온 일이므로 희망하건대 오늘 임검하는 일본 관헌 여러분도 부디 나의 작은 뜻을 헤아려 피아 구별 없이 합심협력하여 동양의 평화를 꾀하기를 절실히 바랄 따름이라고 진술했으며, 또한 이때에 임하여 동양 평화의 만세를 3창하고자 하니 특히 청허해 주기 바란다고 말하였으나 전옥은 그것이 불가한 뜻을 설명하고 간수를 시켜 바로 백지와 백포로 그 눈을 가리게 하고 특별히 기도를 허가하니 안은 약 2분간의 묵도를 행했다.

이윽고 2인의 간수에게 인도되어 계단에서 교수대에 올라 종용하게 형의 집행을 받았다. 때는 10시 4분으로 동 15분이 되어 감옥의가 죽은 모습을 검사하고 절명의 뜻으로 보고하니 이에 집행을 종료하고 일동 퇴장했다.

10시 20분에 안의 사체는 특별히 감옥서에서 제조한 침관에 넣고 백포를 덮어 교회당으로 옮겼는데 이윽고 그 공범자인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3명을 끌어내어 특별히 예배를 하게 하고 오후 1시에 감옥서 묘지에 매장했다. 이날 안의 모든 복장은 지난 밤 고향에서 보내온 명주의 조선복(상의는 흰 천이며 바지는 흑색의 것)을 입고 품에 성화를 품고 있었는데 그 태도는 대단히 침착하여 안색과 언어에 이르기까지 평상시와 조금의 차이도 없이 종용자약하고 깨끗하게 그 죽음으로 나아갔다. 

또한 안이 수감 중에 기고한 유고 중 전기는 이미 탈고했으나 ‘동양평화론’은 총론 및 각론 1절에 그쳐 전체의 탈고를 보지 못했다. 이와 같이 보고하는 바입니다. 

在하얼빈 총영사대리 영사관보 오노 모리에.”

오노 모리에 영사관보는 당부의 말도 첨부했다. 즉 안중근을 애국지사로서 일반 한국인들의 숭경의 중심이 되도록 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진력 중이라는 첩보가 있으므로 안중근의 사체를 유족의 손에 넘기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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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량 2021-11-28 03:26:40
상세한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