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산책] 눈싸움
[디카시 산책] 눈싸움
  • 디카시‧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21.11.26 14:32
  • 호수 79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눈싸움

겨울왕국의 재미는 

뭐니뭐니해도 눈싸움이지

 

도도한 독수리가 아홉 살 소년에게

결투를 신청하다


입동도 지나고 겨울이다. 첫눈도 내렸다. 눈과 추위는 겨울을 겨울답게 하는 가장 확실한 표현방식이다.

몽골 겨울 여행에서 만난 저 소년과 독수리의 눈빛. 특히, 독수리가 소년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이, 너 나랑 한 판 붙어볼래 하는 자세가 도도함 그 자체다. 그러나 소년은 경고를, 도전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는 눈치다. 승자는 누구였을까?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 날짐승들의 제왕으로 살아온 독수리가 지상에 발이 묶인 채 마지막 자존심을 세웠는가 안쓰러운 마음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을 제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자연보호다. 오늘도 지구 어느 곳에서는 마지막 남아있던 개체가 얼마나 멸종했는지 모른다. 보호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무분별한 개입이 오히려 자연을 망치고 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