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안재용發 인력 구조조정 의혹에 사측 “임원 아이디어”…직원 “꼬리 자르기”?
SK 안재용發 인력 구조조정 의혹에 사측 “임원 아이디어”…직원 “꼬리 자르기”?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11.26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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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생산 중단 명분…약 60명 영업인력 대폭 감축, 사실상 해체 논란
안 사장은 몰랐나…직원 “마케팅 실장, 사장 면담 후 인원 감축 내용 구두로 공지”

SK바이오사이언스 “해당 임원이 구상한 것, 회사 방침 아니다”

[백세경제=최주연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감 백신 생산 중단으로 마케팅 조직을 축소하고 특히 영업 인력을 대폭 감축한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직접 나서서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해당 직원들은 “논란 이후에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고 해체 분위기”라며 회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이번 방침에 대해 안 사장이 주도한 구조조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는 마케팅 실장의 단독 아이디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본지는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영업조직 직원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재용 사장(사진)이 주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는 마케팅 실장의 단독적인 아이디어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안재용 사장(사진)이 주도한 구조조정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회사는 마케팅 실장의 단독적인 아이디어였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캡처)

“이번에 막 부임한 신임 마케팅 실장이 조직 슬림화를 한다면서 인원 감축을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부임한 지 5일만에요?”

SK바이오사이언스 영업조직 소속 A씨는 최근에 회사에서 ‘구두로’ 공유됐던 ‘마케팅 조직 대폭 감소’ 방침이 안재용 사장 주도라고 강조했다. 마케팅 실장은 안 사장 및 경영진의 방침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모든 일련의 일들은 마케팅 실장이 안 사장과 면담 이후에 벌어진 일입니다. 실업급여는 해줄 수 있고 권고사직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보상은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회사가 어떤 책임도 지기 싫은 모양입니다.”

이번 인원감축 방침은 문서화 된 것이 없다고 한다. 순전히 입에서 입으로만 전달됐다. A씨에 따르면 △22일 월요일 안재용 사장이 영업조직 인력감축 방침 마케팅 실장에게 전달 △23일 오전 10시 마케팅 실장, 팀장급 긴급회의 소집 △23일 오후 각 팀장, 팀원들에게 전달됐다. 이에 대해 A씨는 회사가 법적 문제를 방지하고 책임자에 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구두로 전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되고 논란 이후에 안재용 사장이 마치 몰랐다는 듯이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나왔지만 내부 분위기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대안이 구체화되지도 않고 있습니다. 거의 해체 분위기입니다.”

회사는 지난 15일 마케팅본부를 조직개편이라는 이름하에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마케팅실로 격하시켰다. 기존 10개 팀은 5개 팀으로, 한 때 100여명에 달했던 영업조직은 최근 60명 규모로 축소됐다. 현재 마케팅실은 기획팀, 코로나 백신 유통 사업팀 그리고 영업 조직으로 구성됐다. 이번 영업조직 축소 논란은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 중단과 코로나19 백신 노바백스의 미국 승인이 지연되면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진 데 기인한다.

“주식(우리사주)을 가지고 있지만 애사심으로 남아있던 기존 직원들도 퇴사 준비 중입니다. 회사에서 주식 있는 직원들은 내년 고용 보장을 확실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경력직원들은 전원 잔류 생각 중이고요.”

입사 1년도 채 되지 않은 경력직 사원 대다수 실직 위기?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는 지난 3월 18일 상장 이후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의 퇴사 러시가 있었다. 퇴사 직원들은 대주주가 되기 전 퇴사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주식의 시가 총액 10억원 이상 보유하면 대주주 요건이 되는데, 대주주는 보유주식 매각 시 20% 이상의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대주주 요건 충족 여부는 이번 12월 말 보유 주식을 기준으로 평가된다. 대부분 대주주 요건에 충족됐던 우리사주 보유 직원들은 양도소득세 납부와 퇴사 사이에서 갈등해야 했다. 우리사주조합분 공모주식은 상장 후 1년이 지나야 매도할 수 있는데, 이는 내년 3월이나 돼야 매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퇴사하면 한 달 후 입고되는 주식을 처분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퇴사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조직개편 당시 “개편 진행하면 내년까지는 그대로 갈 예정이고 특히 이번 년도 말까지는 절대 퇴사를 하지 못 한다”고 양도소득세를 빌미로 불안을 조성해 퇴사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후 회사는 공석을 채우기 위해 경력사원들을 채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채용된 다수의 영업조직 내 경력직 사원들이 입사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금에 와서 구조조정 불안을 겪고 있는 것이다.

“60명 가까이 되는 직원이 피해자입니다. 다들 가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한 순간에 직장을 잃게 생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안재용 사장 주도의 구조조정이 아닌 마케팅 실장이 단독으로 진행(계획)했다는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25일 [백세시대]와의 통화에서 “영업 환경이 어려워짐에 따라 해당 임원이 단독으로 구상한 내용을 조직에 공유했고, 조직원들이 잘못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안 사장님 의지로 구조조정을 지시한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논란 이후 안 사장님은 조직을 축소하더라도 인력은 재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에 대기업에서 사람을 막 자를 수 없다”면서 “(이번 계기로) 회사가 마케팅 실장의 생각을 알게 됐고, 조직을 그렇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면 직무교육이나 전환 배치, 슬림화 정도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자체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으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직원과 갈등을 빚고 있지만 매출 신장으로 회사는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셈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9810억원과 4525억원이다. 전년 대비 각각 334.8%, 1100.3%나 증가한 수치다. 내년에는 이보다도 많은 매출액 1조 7670억원과 영업이익 6129억원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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