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김장문화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김장문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03 14:26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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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사람들이 즐기는 게임 중에 ‘김치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거나 채소 이름을 말하고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채소 이름 뒤에 ‘김치’를 넣어 검색한다. 이때 그 채소로 담근 김치가 있으면 벌칙을 받는다. 가령 ‘피망’을 선택했다면 ‘피망 김치’를 검색하고 해당 채소로 누군가 김치를 담궜다면 벌칙을 받는 식이다. 놀랍게도 김치 재료로 생소한 피망은 물론이고 이름을 외우기조차 어려운 아스파라거스 같은 채소로 김치를 담그는 사람들도 있다. 아무 채소 뒤에 김치를 붙여 검색하면 웬만한 제조법은 다 찾을 수 있을 정도니 한국인의 김치 사랑은 남다르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김장 시즌’이 찾아왔다. 코로나19, 요소수 사태 등으로 비용이 대폭 증가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을 위해 배추를 절이고 김치속을 만들었다. 대한노인회도 어김없이 김장 봉사에 나서며 훈훈함을 선사했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는 언제부터 김장김치를 담가 먹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고려 중기의 문신 이규보가 쓴 문집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무를 소금에 절여서 구동지(舊冬至, 오랜 겨울이 오는 것)에 대비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 적어도 고려 이전부터 김장을 했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빨간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장법은 조선 후기 고추가 수입되면서부터 발달했다. 고추는 더운 남방산으로 임진왜란 이후에 들어와 김치의 제조방식과 고추장 등 음식문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이전까지만 해도 소금, 후추, 천초 등을 주로 사용하였으나 17세기 이후 고춧가루와 함께 양념으로 마늘, 파 등을 넣기 시작했다. 

김장김치는 5도 전후의 낮은 온도에서 온도의 변화 없이 익히고 저장해야 맛이 좋고 변질되지 않는다. 선조들은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보통 김치광을 따로 두어 그곳에 김칫독을 묻고 짚방석을 만들어 덮었다. 김치냉장고는커녕 냉장고도 없던 시절 이러한 방식을 개발해낸 선조들의 지혜는 감탄스러울 정도다. 지금도 농촌에서는 이러한 방식을 고수하는 곳이 많다. 

김장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다만 젊은 사람들 상당수가 김치 완제품을 구입하는 점은 아쉽다. 필자 역시 결혼 후 단 한번도 김장김치를 담그지 않았다. 

선조들에게서 어르신 세대로 전수된 김장문화는 앞으로도 가꿔가야 할 전통이다. 내년에는 꼭 도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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