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오세훈 시장과 맞짱 뜨는 시민단체”
[백세시대 / 세상읽기] “오세훈 시장과 맞짱 뜨는 시민단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03 14:34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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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과 시민단체가 맞짱을 뜨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의 ATM(현금인출기)기가 됐다. 그 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 시민단체 지원사업을 감사하고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그러자 전국의 시민단체가 오세훈 시장에 대항하기 위해 ‘퇴행적인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을 결성했다. 이들은 감사원 등에 ‘서울시의 예산 차별 편성이 재량권 남용’이라며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시위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서울시의회는 오 시장의 핵심사업 예산은 삭감하고 도시재생이나 TBS(교통방송) 예산은 증액했다. 

‘~오세훈 서울시정 정상화를 위한 시민행동’에 참여한 단체들은 ▷교육 ▷노동 ▷도시재생 ▷마을 ▷문화예술 ▷미디어 ▷복지 ▷사회적경제 ▷사회주택 ▷여성 ▷주거복지 ▷청년 ▷청소년 ▷환경 ▷시민단체·협치·연구회  등 1090개에 이른다. ‘청년’ 항목을 보면 청년유니온, 민달팽이유니온, 서울시 청년주거상담센터, 서울시 청년월세지원센터, 무중력지대 성북, 무중력지대 양천, 무중력지대 대방동, 무중력지대 협의회, 협동조합성북신나 등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이다. 

서울시의 시민단체들은 박원순 시장 시절 황금기를 누렸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의 시민단체는 2295개나 된다. 이 중 절반가량인 1250개 단체가 올해 민간보조와 민간위탁 명목으로 서울시에서 1694억원을 지원 받았다. 2012년 지원액의 5배가 넘는다. 10년간 총 1조318억원이다. 서울시의회에선 “서울시 예산을 받으려면 시민단체를 만들라는 얘기가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들 단체의 사무실 임차료, 인건비는 당연히 시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서울시에서 이들 단체에 직접 예산을 주지 않고 지원센터라는 중간단계를 거쳐 실제 최종 수혜자인 시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적어지고 대신 시민단체 일자리는 많아진다.

시민단체 ‘마을’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에는 강서마을넷, 영등포마을, 민주노총노조 서울지부 서울시마을센터분회 등 100여개 단체가 들어가 있다. ‘마을’은 박 시장이 취임한 지 6개월 후인 2012년 4월, 박 시장 선거캠프 출신이 설립해 그해 8월부터 10년간 마을공동체와 청년 지원 명목으로 600억원이 넘는 사업을 독점 위탁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은 “조직이 만들어지고 몇 개월 만에 수탁 받은 예는 거의 없다”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런데 해당 사업을 관리 감독하는 공무원으로 채용된 이들 역시 ‘마을’ 출신이다. 마을공동체 예산은 종합지원센터와 24개 마을자치센터라는 2단계 중간단계를 거쳐 지원된다. 그 중 9개도 ‘마을’이나 관련 단체 출신이 운영한다. 그러니 예산 집행이 공정하게 진행되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더욱 우려되는 건 시민단체가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정치화·권력화·세력화 됐다는 사실이다. 비판에 앞장 선 이가 박명호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이다. ‘안민정책포럼’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박 교수는 중앙선관위 선거자문위원, 정당학회장 등을 지낸 현실정치 분석의 전문학자이다.

그는 “한국의 시민사회, 시민단체가 정당과 다를 바 없는 정치 행위를 하거나 권력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발판으로서 변질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며 “21대 총선을 계기로 시민운동이 정당 활동으로 변질됐고 그래서 ‘비정부기구’라는 의미의 NGO가 차기정부 조직 또는 친정부조직이 되었다는 비아냥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시민운동 출신들이 선거를 위해 급조된 정당의 후보로 선거 경쟁에 나서고 이들이 대거 국회의원으로 선출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정치화가 노골화되어 시민활동과 정당활동의 구별이 무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국가와 시민사회의 경계선을 무너뜨림으로써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상실했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양극화된 대립상황으로 선도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모름지기 시민단체들이 원래의 제자리로 찾아들어가 시민의 이익·권익을 옹호하고 권력을 비판해야 대한민국의 빈부·이념·정당·세대 간의 갈등이 봉합되고 아까운 세금 낭비도 줄어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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