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때 아프고 혈관이 막혀 생기는 ‘말초혈관 질환’의 증상과 치료
움직일 때 아프고 혈관이 막혀 생기는 ‘말초혈관 질환’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2.03 15:52
  • 호수 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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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거나 운동할 때 종아리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말초혈관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걷거나 운동할 때 종아리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면 ‘말초혈관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뇨병‧고지혈증 등 앓는 고령층에서 발병률 높아… 흡연도 주요인

방치 땐 피부 괴사 등 불러… 풍선확장술·스텐트 삽입술 등으로 치료

[백세시대=배지영기자]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이국환(63) 씨는 최근 왼쪽 다리가 저리고, 걸으면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반복돼 병원을 찾았다. 디스크라고 생각해 병원을 찾은 이씨는 진찰 결과, 왼쪽 다리에서 맥박이 느껴지지 않은 ‘말초혈관 질환’을 진단받았다.

‘말초’는 사물의 끝을 뜻하는 낱말로, 머리나 몸통이 아닌 팔, 다리 등 말단에 있는 부위를 일컫는다. 우리 몸은 심장을 중심으로 동맥과 정맥이 온몸에 퍼져 있는데, 그중 팔‧다리 동맥이 매우 좁아지거나 폐쇄돼 피가 제대로 흐르지 못해서 생기는 게 말초혈관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말초혈관 질환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6년 21만7500명에서 2020년 23만7182명으로 4년새 2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연령대별로 보면 60대가 전체의 2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70대(24.3%), 50대(19.2%), 80대 이상(13.3%) 순으로 나타나 고령층에서의 발병률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59.6%)이 남성(40.4%)보다 더 많았다.

김형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은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높은데, 합병증으로 말초혈관 질환이 발생한다”면서 “오히려 50~60대 연령대에서 빈발하고, 70대 이상 환자 수가 줄어드는 것은 보행거리가 감소해 증상을 못 느낀 결과”라고 설명했다.

◇말초혈관 질환의 원인과 증상

이처럼 말초혈관 질환의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이 있다. 말초동맥혈관 벽에 콜레스테롤과 기타 지방질의 침착물 등이 커지면서 죽상경화증(동맥의 벽에 지방이 침착돼 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증상)을 유발하게 되며, 죽상경화증이 동맥의 내강을 좁게 만들어 혈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또한 칼슘이 혈관 벽에 축적이 되며 석회화를 유발하고 동맥을 뻣뻣하게 만들어 말초혈관 질환이 발생하게 된다.

말초혈관 질환은 초기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질환이 악화되면서 점차 증상이 나타난다. 혈관이 좁아진 정도에 따라 간헐성 파행이 일어날 수 있고, 폐색이 심한 경우에는 피부 궤양이나 괴사까지 유발한다.

간헐성 파행은 가장 흔한 말초혈관 질환 증상의 하나로, 다리 혈관이 좁아지면서 근육에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아 보행하거나 운동할 때 종아리에 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다리 근육에 쥐가 나거나 뻣뻣함, 통증, 피로감 등을 느끼지만 보행을 잠시 멈추면 증상이 없어지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다. 

간헐성 파행이 더 진행되면 하지동맥폐색증으로 발전한다. 이는 가만히 있어도 심한 통증이 나타나며 감각 이상, 피부 궤양 등이 나타나거나 손·발의 상처가 잘 낫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밤에 통증이 더 심하게 나타나는데, 누워있을 때 다리가 수평을 유지하면 피의 흐름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가는 게 중요하다. 

이 밖에도 발가락이나 발등이 갑자기 창백해지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경우, 마비가 생기거나 발등 맥박이 갑자기 소실되는 경우에는 말초혈관이 급하게 막힌 것일 수 있다. 

◇말초혈관 질환의 진단

말초혈관 질환의 진단은 동맥경화도를 확인하기 위한 발목상완지수 검사로 진단한다. 편안히 누운 상태에서 양팔과 양다리혈압을 동시에 측정한 다음 발목에서 잰 혈압과 팔에서 잰 혈압 비율이 0.9 이하(발목 혈압이 10% 이상 낮을 때)이면 하지동맥폐색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리 혈압이 팔보다 높기 때문에 발목상완지수는 1이상이 정상이므로, 0.9이하라면 말초혈관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다. 

김형수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거나 이미 심뇌혈관의 질병이 발생한 환자라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말초혈관 질환의 치료

협착이 심하지 않은 초기에 발견하면 항혈소판제제와 저밀도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약물 또는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치료와 콜레스테롤 관리 등의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말초혈관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된 경우에는 풍선 확장술(혈관에 풍선을 넣고 풍선을 부풀려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 스텐트 삽입술(혈관에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술) 등의 경피적 혈관 성형술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에는 죽종절제술(혈관 내벽을 깎아 넓히는 시술) 시행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석회화가 심하거나 완전 폐쇄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흡연은 혈관을 좁게 만들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을 평소에 하는 것이 좋다”면서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해 하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기름진 음식을 삼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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