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지회 소속 이개1리노인자원봉사클럽 “우리는 ‘농사 베테랑들’, 힘든 줄 몰라요”
경북 안동시지회 소속 이개1리노인자원봉사클럽 “우리는 ‘농사 베테랑들’, 힘든 줄 몰라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1.12.03 15:59
  • 호수 7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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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노인회 경북 안동시지회 소속의 이개1리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가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다.
대한노인회 경북 안동시지회 소속의 이개1리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일손이 부족한 농가를 찾아가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다.

일손 부족한 농가 찾아가 김매고 농약 치고 수확 도와

작년 대한노인회 자원봉사클럽 우수사례 대한노인회장상

[백세시대=오현주기자] “연로하거나 몸이 불편한 분들의 농사를 도와주려고 모였어요.”

대한노인회 경북 안동시지회 소속 이개1리노인자원봉사클럽의 권재목(72) 코치가 하는 말이다. 지난해 봄에 결성된 이 클럽은 1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간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2020년 대한노인회 노인자원봉사클럽 우수사례 발표에서 대한노인회장상(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권 코치는 “봉사를 한 것도 없는데 큰상을 주셔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내년에는 더 많은 농가를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봉사클럽은 안동시지회 이개1리경로당 회원 20여명(남 5, 여 15)이 뜻을 모아 봉사를 시작했다.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는 ‘현역 농부’들이다. 권 코치도 3000여평의 논·밭을 경작하고 있다. 

안동시 서후면에 위치한 이개1리경로당은 회원 60여명이 가족처럼 화목하게 지내는 곳이다. 이 경로당의 부회장이기도 한 권오근(73) 봉사클럽 회원은 “이개1리는 7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라 경로당 외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주민들이 주로 경로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며 “해가 갈수록 논에 나가는 일을 힘들어 하는 어르신들을 옆에서 보기에 안타까워 농가일손돕기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오근 회원도 논밭 4000여평을 경작하고 있다. 이 중 2000여평의 논에서 쌀 100가마(40kg)를 수확한다고.  

이 봉사클럽은 올해 12농가의 부족한 일손을 도왔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는 농기구를 들고 가 김을 매고 씨를 뿌렸다. 사과밭에 농약을 치거나 깨를 수확하기도 했다. 회원 모두가 평생 농사를 지어온 베테랑들이라 특별히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없다고 한다. 혼자서는 며칠이 걸리는 일도 이들에게는 단 몇 시간의 일거리에 불과하다. 

이 클럽의 최고 연장자인 오영교(85)어르신은 “이 나이 될 때까지 봉사가 뭔지를 모르고 살았다”며 “처음으로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일을 하니까 보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오 어르신은 하루 종일 밭일을 할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이순애 봉사클럽 회원도 봉사가 주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 회원은 “교통사고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농가를 방문해 깨밭 비닐 제거, 인삼밭 잡초제거, 순 치기 등의 작업을 도왔다”며 “농사 걱정으로 근심에 차있던 얼굴이 우리의 도움을 받는 순간 환하게 펴지는 걸 보고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클럽 회원들은 봉사활동이 자신들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권재목 코치는 “평생 농사 일만 하며 살아오면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해 ‘왜 그렇게 일만 하고 살았을까’ 하고 후회가 들 때가 있었다”며 “그렇지만 노후에 느긋한 삶을 살면서 봉사하는 현재의 내 모습에서 ‘지난날의 삶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동량 경북 안동시지회장은 “지회 소속의 7개 자원봉사클럽 중 이개1리자원봉사클럽은 회원 모두가 자기 일처럼 나서서 이웃농가의 부족한 일손을 돕는 분들”이라며 “외진 촌에서 이웃의 도움이 얼마나 필요한 지, 그리고 도움의 손길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를 몸소 실천해보여 준다”고 말했다.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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