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어르신 교육 강화해야
‘디지털+금융’ 어르신 교육 강화해야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10 13:50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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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이 서툰데다 금융지식 낮아… 금융사기 등에 취약
시중 은행이 점포를 줄여 고령층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디지털뿐만 아니라 금융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경남은행과 ‘시니어 고객 모바일뱅킹 교육 업무협약’을 맺은 경남 창원시마산지회.
시중 은행이 점포를 줄여 고령층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디지털뿐만 아니라 금융이해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월 경남은행과 ‘시니어 고객 모바일뱅킹 교육 업무협약’을 맺은 경남 창원시마산지회.

노년층 금융지식 OECD 기본점수에 미달… 이자‧분산투자 등 개념 몰라

은행 점포 폐쇄로 발 동동… 노인회‧금융기관 손잡고 맞춤형 교육 확대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무분별한 은행폐점, 해도 해도 너무한다.”

12월 3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A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50여명의 노인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이달 단지 인근 K은행 점포가 문을 닫고 내년 2월에는 S은행 지점까지 폐쇄된다고 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추운 날씨에 거리에 나선 것이다. 최경숙(가명‧87) 어르신은 “스마트폰을 못 써서 입출금거래도 은행에 의지하는데 갑자기 사라지게 돼 어찌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시중 은행들이 점포 수를 줄여나가면서 금융 취약계층인 어르신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젊은 사람들과 달리 모바일 뱅킹 사용이 서툰 상황에서 제대로 교육조차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이해력까지 떨어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015년 말 7281개에 달했던 점포수는 12월 현재 6200여개로 1000개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군‧구별로 최소 4~5개가 문을 닫았다는 소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사이 5대 시중은행이 폐쇄한 점포(지점·출장소)는 총 203개다. 이 중 신한은행이 75개로 가장 많았고, 국민은행 53개, 우리은행 31개, 하나은행 31개, 농협은행 13개를 폐쇄했다. 12월에도 우리은행 24개, 국민은행 12개, 하나은행 11개, 농협은행 10개, 신한은행 2개 점포를 폐쇄해 올해에만 총 262개 점포가 사라질 예정이다.

은행권은 점포 축소 원인으로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의 영향을 꼽았다. 비대면 활동이 왕성해져 점포를 찾는 소비자가 줄면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 정리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대안으로 고령층을 위한 맞춤 서비스 제공을 추진 중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기본 앱보다 글씨가 크고, 시니어가 주로 이용하는 조회·이체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한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앱을 운영하고 있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또한 글씨를 크게 바꾸고 메뉴 구성을 단순화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법이 서툰 80대 이상 고령층은 아예 사용조차 할 수 없어 완벽한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낮은 금융이해력 또한 어르신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은 65.8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최소목표점수 66.7점에 미달했다. 

금융이해력이란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 정도를 의미한다. 세부적으로 합리적인 금융생활을 위해 갖추어야 할 금융지식, 건전한 금융·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금융행위, 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려는 의식구조인 금융태도를 뜻한다. 금융이해력이 높은 사람은 예상치 못한 지출 상황이 발생하거나 실직 같은 위기 때 대응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노년층의 금융지식은 65.9점으로 OECD가 제시한 기본 점수(71.4점)에도 미달하고 청년(73점), 중장년(76.1점) 보다도 현저히 낮다. 이자 개념, 인플레이션, 분산투자 등에 대한 지식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낮은 금융지식으로 인한 피해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주식은 사고 팔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를 알지 못한 채 증권사 직원에게 거래를 일임했다가 수익보다 많은 수수료를 물거나 원금 손실을 입는 어르신들이 많다. 

또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정보의 습득도 느려 폰지사기(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나 보이스피싱 범죄에도 노출돼 있다. 특히 해당 범죄로 피해를 입으면 힘들게 모은 노후자금을 한 순간에 날려 빈곤층으로 내몰릴 위기가 있어 금융 교육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노인회 경남 창원시마산지회(지회장 김구수)와 BNK경남은행의 협력을 눈여겨볼 만하다. 

BNK경남은행과 창원시마산지회는 지난 11월 ‘시니어 고객 모바일뱅킹 교육 업무 협약’을 맺고 모바일뱅킹 및 금융사고 예방 교육에 나섰다. 

모바일뱅킹 설치 및 주요기능 설명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 사고 사례 및 예방책을 바탕으로 한 금융사고 예방 교육, 전자예방접종증명서(COOV) 앱 설치법 등 디지털 관련 교육을 함께 진행한다. 또한 교육 대상 어르신들의 의견을 청취해 비대면채널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김구수 창원시마산지회장은 “어르신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은행들과 손잡고 디지털 및 금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디지털과 금융에 모두 취약한 시니어들을 위해 다양한 맞춤형 금융교육과 콘텐츠가 개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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