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더 이상 스타 산실이 아닌 ‘지상파’
[백세시대 / 문화이야기] 더 이상 스타 산실이 아닌 ‘지상파’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10 14:41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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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장동건, 이영애, 심은하, 최수종, 배용준, 김건모, 서태지와 아이들, 이경규, 김국진, 그리고 유재석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스타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이들을 모두 지상파 방송국에서 데뷔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다소 주춤하긴 했지만 최근 국내 방송가는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가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엠넷(Mnet)에서 방영한 여성 스트릿 댄스팀간의 경연대회를 다룬 방송으로 1회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경연에 참여한 8개팀이 보여준 독특한 개성은 젊은 사람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최고시청률은 3%가 채 되지 않았지만 출연자 대부분이 방송가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렇듯 가수들 뒤편에 있던 댄서들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성공했다.

엠넷은 스우파 이전에도 슈퍼스타K와 ‘프로듀스’ 시리즈로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비록 프로듀스 시리즈가 순위조작 사건으로 몰락했지만 이번 스우파의 성공으로 스타 산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임영웅과 송가인이라는 트로트 슈퍼스타를 배출한 TV조선, ‘스카이캐슬’과 ‘부부의 세계’ 등을 성공시키며 한소희, 이학주 등 기대주를 발굴한 JTBC, ‘강철부대’라는 히트상품을 내놓은 채널A 등도 꾸준히 스타를 배출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더 이상 스타 산실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스우파’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화제성은 잠시 반짝하는 수준에 그친다. 

지난 5월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PD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과거 자신이 연출해 대성공을 거둔 ‘양심냉장고’, ‘나는 가수다’의 후일담을 전했다. 1회 방송이 나간 뒤 어디를 가도 자신이 연출한 프로그램 이야기를 해 ‘대박’을 예감했다는 이야기다. 두 방송뿐만 아니라 과거 지상파에서 제작한 프로그램 상당수가 그랬다. 일요일에 ‘개그콘서트’가 방영되면 초‧중‧고 교실에서는 개그맨들의 유행어로 시끌시끌했다. ‘태조 왕건’, ‘대장금’ 등 드라마 대사를 따라하기도 바빴다. 

타 방송국이 길러낸 스타가 가진 화제성에 의지하는 지상파의 현주소는 씁쓸하기만 하다. TV선을 끊고 OTT를 시청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상파는 가장 먼저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신흥 미디어 강자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결국 새 얼굴을 많이 배출해서이다. 이제라도 다시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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