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멋쟁이’ 전, 노라노의 ‘아리랑 드레스’부터 오렌지족 패션까지
서울생활사박물관 ‘서울멋쟁이’ 전, 노라노의 ‘아리랑 드레스’부터 오렌지족 패션까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10 15:47
  • 호수 7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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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의복변화를 통해 시대상을 조명한다. 사진은 1960년대 양장을 한 여인의 모습.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전쟁 이후 서울 시민들의 의복변화를 통해 시대상을 조명한다. 사진은 1960년대 양장을 한 여인의 모습.

1960년대 양장문화 정착된 이후 시기별 의복문화 변천사 조명

70년대 청바지문화, 헐렁한 옷차림의 X세대 패션 등 재현해 눈길

[백세시대=배성호기자] 1959년 제3회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오현주 씨는 같은 해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미인대회인 미스유니버스대회에 대표로 참가한다. 이때 그녀는 한복의 치마 저고리와 서양의 드레스를 접목한 ‘아리랑 드레스’를 입어 큰 화제를 모았다. 이 드레스는 국내 최초의 패션디자이너로 평가받는 노라노의 작품으로 대회에서 의상상을 수상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복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가치도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노라노의 ‘아리랑 드레스’와 함께 한국전쟁 이후 격변하는 시대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전시가 서울 노원구 서울생활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내년 3월 27일까지 진행되는 ‘서울멋쟁이’전에서는 서울 사람들의 생활 속 옷차림을 통해 당시 정치적 상황과 시대 분위기, 경제 발전 수준을 살펴본다.

전시는 크게 광복 이후 1990년대까지 서울 사람들의 의생활 변화를 돌아보는 ‘서울패션의 탄생’과 현재 서울 사람들의 생활 속 옷차림을 살펴보는 ‘오늘날 서울사람들의 패션’으로 나뉜다.

전쟁 직후 한복·양장 같이 입는 과도기

먼저 ‘서울패션의 탄생’에서는 우선 6·25 이후 양장화의 바람 속에 전통과 서구 복식이 결합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전쟁으로 인해 입던 옷을 팔아야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군인들이 입던 군복과 구호품을 접하면서 서양식 의생활에 익숙해져 간다. 정부 역시 경제 활성화를 위해 복잡한 한복 대신 간편한 양장을 권장했다.

1960년대부터는 서울 명동의 양장점들을 중심으로 ‘서울 패션’이 본격적으로 유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발행된 ‘서울 안내도 명동편’을 통해 양장점의 위세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명동·을지로 일대 지도에 ‘칠성화점’ ‘송옥양장점’ 등이 꼼꼼하게 표기돼 있는데 당시부터 패션상가가 서울 중심 상권의 한 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 제2차 경제개발 성공에 힘입어 수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하며 가파른 경제 성장 가도를 달린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란 대학생들은 청년문화와 패션을 주도한다. 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해외 패션정보를 파악해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장발머리에 통기타 음악과 청바지, 미니스커트를 즐기며 새로운 의복문화를 선도한다. 전시에서는 ‘죠다쉬’를 비롯해 당시 즐겨 입었던 의상들과 남진‧양희은 등 유명 가수들이 청바지를 입고 찍은 앨범 재킷을 통해 청바지로 대표되는 당시 패션을 살펴본다.

컬러TV 등장 후 스포츠웨어 유행

198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죠다쉬 청재킷과 칼멘청바지.
198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이었던 죠다쉬 청재킷과 칼멘청바지.

1981년부터 흑백TV에서 컬러TV로 넘어가면서 의복문화에 거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옷 정보를 생생하게 전달하게 되면서 남녀노소 모두가 옷과 액세서리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1983년에 시행된 교복 자율화 정책으로 영패션 시장도 새롭게 형성된다. 또한 대학가와 명동을 중심으로 기발한 남녀공용 옷을 판매하는 패션 전문점도 생겨났다. 그리고 서울올림픽 유치 이후 건강과 여가생활이 중시되면서 다양한 기능성 스포츠 웨어와 레저 용품을 찾는 이들도 늘어났다. 전시에서는 지금도 인기를 구가하는 유명 스포츠브랜드 의상을 비롯해 당시 입었던 옷들을 통해 이러한 변화상을 소개한다.

1990년대에는 X세대가 등장하면서 패션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가수 서태지와 아이들 등 유명 가수들이 헐렁한 옷차림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힙합 패션을 시도했고 X세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크게 유행한다. 또한 소비 문화의 확장과 함께 명동·압구정·홍대·이대·동대문 등 ‘패션 중심지’가 형성되고 패션 잡지들이 활발히 창간되며 유행을 선도했다. 이중 1980년대 강남개발과 함께 성장한 압구정동 패션이 눈길을 끈다. 당시 압구정동에는 값비싼 수입의류 매장이 들어서 고급패션을 주도했고 ‘오렌지족’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전시에서는 고가의 의류로 상징되는 압구정 오렌지족 패션을 재현해 눈길을 끈다.

이어지는 ‘오늘날 서울사람들의 패션’에서는 서울 거주 20~60대 성인 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생활 심층 조사 결과를 공개한다. 특히 일러스트로 표현한 세대별 패션의 특징이 흥미롭다. 온라인 쇼핑으로 옷을 구입하는 20대는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패션이 특징이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에 참여하는 30대는 비즈니스 캐주얼을, 은퇴 이후의 60대는 등산복을 비롯해 정형화된 패션을 고집한다는 특징이 있다. 반면 중장년층인 40~50대는 격식을 갖추면서도 화려하고 밝은 색상, 큰 액세서리를 활용해 위·아래 세대와 차별화를 시도하는 특성을 보인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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