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오를 때 전과 다르게 숨 가빠지면 심부전 의심
계단 오를 때 전과 다르게 숨 가빠지면 심부전 의심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2.10 16:04
  • 호수 79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부전의 증상과 치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령일수록 심부전 발병 높아 … 호흡곤란·부종·빈맥 등 증상 나타나

말기 심부전은 암보다 사망률 높아 … 조기 발견, 약물 치료하면 호전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서울에 사는 최영득(59) 씨는 2년 전 심부전을 진단받은 이후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별다른 증상 없이 잘 지내오다 최근에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그러다 얼마 전 가벼운 몸살·감기를 앓고 난 뒤 호흡곤란이 극도로 심해져 응급실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고 ‘급성 심부전 악화’를 진단받았다.

흔히 심장병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심부전은 심장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 즉 심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와 영양분이 포함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심장 기능 상실을 의미한다. 발병 후 5년 내 60~70%가 사망하는 무서운 질병이지만 그 위험성에 비해 일반인들의 경각심과 인식은 크게 부족한 편이다. 

김미정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심부전은 흔히 연료가 부족하거나 부품에 문제가 생겨 자동차가 운행을 잘하지 못하는 상태와 비슷하다”며 “심장의 혈관이 막히거나 박동 기능이 떨어지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심장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아 신체 각 부분에 산소와 영양분이 포함된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심부전의 원인

심부전은 다양한 질환에 의한 일종의 합병증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원인이 절반을 차지하고 고혈압, 심근 및 판막질환, 심방세동 등도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더불어 당뇨병, 신장병, 항암 치료 등 심장 이외의 질환도 관여한다. 특별한 질환 없이 고령의 나이만으로도 심부전 위험이 증가해 60~70세는 5.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심부전을 진단받는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심부전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2만7322명으로 2016년(22만2069명) 대비 2.4%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80세 이상이 7만6999명(33.9%)으로 가장 많았고, 70대(7만1224명, 31.3%), 60대(4만5218명, 19.9%) 순이었다.  

김미정 교수는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급성심근경색이나 부정맥 등 심장병 발생 시 사망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도 심부전이 증가한 원인 중 하나”라며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심부전 환자 역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심부전의 증상

심부전이 발생하면 폐에 혈액이 고이는 폐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호흡곤란을 가장 흔하게 겪는다. 처음에는 움직일 때만 숨이 차지만, 심해지면 가만히 쉴 때나 잠을 잘 때도 숨이 차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발목과 종아리가 붓고 심하면 복수가 찬다. 일부 환자들은 소화가 안 된다고 호소하기도 하는데,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위장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부종이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외에도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는 빈맥 증상이 나타나고, 노인은 경미한 인지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증상은 쇠약한 노인에서 흔히 나타나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그렇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중증 심부전에서는 근육이 소실돼 기력이 떨어지고 입맛이 없어 체중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는 “6개월이나 1년 전에는 할 수 있던 일을 못하게 된다면 심부전을 의심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예전엔 공원 두 바퀴는 쉽게 돌았는데 한 바퀴만 돌아도 숨이 찬다거나, 몇 층 정도는 계단으로 쉽게 올라갔는데 현재는 숨이 차서 어렵다면 심부전의 신호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심부전의 치료

심부전은 크게 4단계로 나누어 치료할 수 있다. 아직 심장의 구조적인 변형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심부전의 위험인자를 가진 1단계부터 구조적인 변화는 있지만 증상은 없는 2단계, 심부전 증상이 발생하는 3단계, 여러 가지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말기인 4단계 등이다. 

1단계는 심부전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무증상 고위험군(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환자)으로 이때부터 각 위험인자를 교정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여기에는 하루 2~3g(1/4~ 1/2작은술)의 나트륨 섭취 제한, 하루 2L 이하 수분 섭취 제한, 절주, 금연 등이 있다.  

현재 증상은 없지만 심장의 구조나 기능의 이상을 동반한 사람, 즉 심근경색, 심근비후, 판막 이상 등의 2단계 환자는 약물치료와 함께 필요시 해당 원인 교정을 위한 치료를 해야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3단계부터는 이뇨제 등 증상 조절 약물과 함께 생존율 향상을 위한 약물치료, 필요한 경우 시술이나 수술 등을 해야 한다. 4단계는 말기 심부전 상태로 사망률이 암보다 높다. 심하면 약물로 효과를 보기 어렵고, 심장이식이나 심장보조장치 삽입술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심부전은 여러 합병증을 동반하는 진행성 질환이지만 초기에 적절한 약물치료를 선택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통해 관리하면 아프기 전의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며 “조기 발견에 힘쓰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