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휴공간에 버섯 키우고, 농한기 메주‧청국장 만들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경로당 공동작업장
유휴공간에 버섯 키우고, 농한기 메주‧청국장 만들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경로당 공동작업장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17 13:24
  • 호수 7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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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버섯을 키우고, 메주를 만드는 등 경로당 공동작업장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 평창군의 경로당 공동작업장에서 메주를 제작하는 어르신들.
최근 단순 작업에서 벗어나 버섯을 키우고, 메주를 만드는 등 경로당 공동작업장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사진은 강원 평창군의 경로당 공동작업장에서 메주를 제작하는 어르신들.

물품 포장, 쇼핑백 제작 등 단순작업서 탈피… 가공품 자체 생산해 판매

개천가에 오미자 재배… 바닷가에 건조장 지어 해초류 생산하기도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 12월 1일 강원 평창군 마평1리경로당에는 구수한 냄새로 가득했다. 최환식 경로당회장을 비롯한 여성 회원들이 콩을 삶고 있었다. 한쪽에는 이렇게 삶아진 콩을 으깨 벽돌모양으로 만들었다. 회원들이 농한기를 맞아 경로당을 공동작업장 삼아 메주를 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메주는 경로당 한켠에서 한달 여 말린 후 판매해 경로당 운영에 사용할 예정이다. 최환식 회장은 “회원들이 오랜만에 메주를 만들며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정성들여 만든 메주 판매 수익금을 경로당 운영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경로당 유휴공간에 버섯을 키우거나 농한기에 함께 모여 부업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는 경로당이 늘어나고 있다. 공동작업장은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이 소일거리를 통해 일정 소득을 올리면서 수익 일부는 경로당 운영에 보태고자 시작된 사업으로 초기에는 지역 업체와 제휴를 맺어 물품 포장이나 쇼핑백 제작 등을 주로 했다. 이러한 방식은 외부에 의지해야 하는 단점이 발생하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 유휴공간을 이용해 농산물을 공동재배하거나 가공품을 자체 생산하는 방식 등이 도입되고 있다.

전북 완주군 용진읍 원주아파트경로당은 지하 1층 66㎡에 달하는 유휴공간을 활용해 버섯공동작업장을 조성했다. 3월에서 9월이 제철인 표고버섯은 적정온도(15도)와 환기, 급수 외에 비교적 신경을 많이 쓰지 않아도 재배 가능한데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전남 완주군 원주아파트경로당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전남 완주군 원주아파트경로당에서 버섯을 재배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완주군에서 진행하는 아파트 공동체 사업에 선정된 원주아파트경로당은 앵글과 선반, 스마트팜 LED 시스템 등 표고버섯 재배사를 설치했다. 선반 높이를 5단으로 낮추고 그 위에 표고버섯 종균을 심어놓은 배지(培地) 1300개를 빼곡히 배치해 노인들도 힘들지 않게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로당 회원들은 2인1조로 조를 짜서 짬이 날 때마다 서로 돌아가며 재배공간의 온도를 맞추고 곰팡이가 자라지 않도록 습도를 조정하며 솎아내기를 하는 등 정성껏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연간 3~4번의 수확을 통해 300만원 내외 수익을 올려서 경로당 운영에 활용하고 있다.

이명숙 원주아파트경로당 회장은 “어려운 시기지만 경로당 회원들이 버섯을 키우며 삶의 활력을 느끼고 있다”면서 “애지중지 키운 버섯을 판매한 수익금 일부는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만덕3동 신성경로당도 유휴공간인 옥상에 스마트팜을 조성해 솔송화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시행한 ‘2020년 사회적경제 혁신성장사업 스마트팜 구축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농산물인 솔송화버섯을 재배해왔다. 스마트팜은 밀폐형 컨테이너에 냉·난방 설비와 인공 광원 등을 갖춘 시설로 외부 환경과 무관하게 사계절 내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

농한기 친목도모와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대한노인회 강원 평창군지회(지회장 김대성)는 1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7개소 경로당에서 농한기 부업 경로당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평1리경로당 외 경로당 6개소는 메주 쑤기 외에도 청국장을 만들거나 짚풀로 생활용품 등을 만들어 판매하고 얻은 수익금으로 경로당 운영비로 사용할 예정이다. 

마을 일부 공간을 공동작업장으로 만들어 회비를 걷지 않는 등 경로당 자립 모델을 만든 경로당도 있다. 경기 포천시지회 화현면 명덕1리경로당 회원들은 마을 개천가 도로 500여m에 하우스 가림막으로 터널처럼 꾸며 오미자 나무를 심고 회원들이 오미자 농사를 지어 수익금을 경로당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거래처가 늘면서 경로당 회비도 걷지 않고 있다. 회원들이 마을을 오가면서 틈틈이 잡풀을 제거하는 등 정성들여 관리해 상품성이 높은 오미자를 생산하고 있다. 

이영주 회장은 “오미자 판매 수익으로 회원 40여명 모두가 제주도 단체관광을 다녀올 정도로 수익성이 좋고, 회비도 받지 않아 마을 대부분의 노인이 회원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 완도읍 대야1리경로당도 올해 초 경로당 인근 바닷가 주변에 공동작업 건조장을 설치했다. 회원들이 채취한 꼭지미역, 미역귀, 다시마 등을 공동작업장에 가져와 건조시켜 포장해 판매했다. 특히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다시 해조류 선물세트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후 완도군지회(회장 정민섭)을 통해 관내 독거노인 80명, 장애인 10명에게 전달해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민섭 지회장은 “경로당 공동작업장 사업을 점차 확대해 일하고자 하는 어르신들에게 근로 기회를 제공하고 어려운 이웃들에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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