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관심인 듯 무심인 듯
안녕하신가요?
가벼운 눈인사만으로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서로의 이방인이 되었다
터키 여행 중 만난 골목 풍경이다. 주인도 개도 서로의 눈빛이 닮아 있다.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 슬쩍 곁눈으로 나를 관찰하고 있다.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노인의 모습도 아닌데 아무 것도 바쁠 것 없다는 듯한 자세가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낡은 의자를 대문 앞에 내어놓고 앉아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사람 구경이야 몇십 분이면 지겨워질 텐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시간도 골목을 쉼 없이 빠져나가고 나면 저녁이 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의자를 들고 집 안으로 향하겠지.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오면 저들은 무얼 할까.
나는 가벼운 목례도 없이 눈인사만 하고 저 골목을 빠져나왔다.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서로의 이방인이 되어 시간의 꽁무니를 따라 안녕을 고했다.
디카시‧글 : 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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