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노후만’이 아니라 ‘노후까지’ 준비해야 한다 / 최성재
[백세시대 금요칼럼] ‘노후만’이 아니라 ‘노후까지’ 준비해야 한다 / 최성재
  •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1.12.24 14:11
  • 호수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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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최성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인생 각본을 스스로 쓰기 위해

단계별 발달과제 수행을 위해

건강하고 행복한 장수를 위해

중년 이후의 노후설계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생애 전체 설계 필요

노후준비의 필요성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이야기됐다. 대기업 일부에서 먼저 퇴직예정자 대상으로 교육을 시작했고, 국가도 관련 법률(노후준비지원법, 고령자고용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 또는 개정해 퇴직예정자 대상으로 노후준비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현재는 1980~90년대와 달리 획기적으로 발전된 지식, 경험, 정책과 서비스 환경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후(은퇴)준비’, 또는 ‘노후(은퇴)설계’(이하 ‘노후설계’라 칭함)라는 흘러간 옛노래만 계속 부르고 있다. 

지난 40여 년간 고령화라는 사회변화와 인간발달 및 보건의료 지식과 기술의 발전 결과 노후설계로는 노후를 제대로 보장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드러났다. 필자가 지난 40년간 노후생활과 고령화사회를 연구하고, 정책과 서비스 현장을 경험하면서 얻은 확실한 결론은 ‘이제는 노후만을 위한 ‘노후설계’가 아니라 노후까지 생애주기 전체를 설계하는 ‘생애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애 설계는 간단히 말해 ‘생활 영역별 인생의 꿈(생애사명)을 실현하기 위해 생애주기 단계별로 세우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이며 노후설계를 포함하는 포괄적 계획이다. 이제는 중년기 말에 시작하는 노후만을 준비하는 노후설계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생애 전체를 설계하는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놀랍게도 10여 년 전부터 초등학교(5~6학년)와 중·고등학교 실과 교과서에서 생애 설계를 가르치고 있다. 그런데 생애 설계는 대학 시절과 청년기에는 사라졌다가 중년기 말에 이르러 노후설계로 나타나고 있다. 노후설계가 아니라 왜 생애 설계가 필요한가?

첫째, 우리가 원하는 삶은 ‘노후만’의 건강과 행복만 아니라 ‘노후까지’ 생애 전체 각 단계마다 건강과 행복이기에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노후 건강과 행복은 어린 시절부터의 생애주기 단계마다 건강과 행복이 이어져 이루어진다.  

둘째, 삶의 가치나 의미를 포함하는 인생의 꿈(생애사명)을 잘 실현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셋째, 자기 인생각본을 스스로 쓰기 위해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로 비유된다. 우리는 인생 드라마 각본에 따라 연출하는 삶을 살아간다. 많은 경우 다른 사람이 써주거나 다른 사람 인생각본을 모방하고 있다. 생애 설계는 자기 인생각본을 스스로 쓰는 것이므로 자신의 삶은 만들어갈 수 있다. 

넷째, 생애주기 단계마다 선택과 행동이 노후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어린 시절부터 생애주기 각 단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생애주기 내내 계속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특히, 건강, 가족관계, 경제적 영역에서 크게 영향을 미친다.  

다섯째, 사람은 노력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 평생 발달(발전)할 수 있으므로 무덤까지 계속 발달하기 위해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발달은 성장하고, 성숙하고, 유지하고, 적응하는 것을 말한다. 

여섯째,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장수하기 위해서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계획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인생이 올 가능성은 아주 낮다. 건강을 포함한 다양한 생활 영역에 대한 계획을 생애주기 단계별로 세워 실천할 수 있어야 100세까지 건강과 행복한 삶의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일곱째, 생애에 주어진 시간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100세 인생(88만 시간)도 무한한 시간에 비하면 짧기만 하다. 인생의 꿈을 실현하는데 짧고 귀중한 시간을 효과적, 효율적으로 잘 관리하기 위해서도 생애주기 단계별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는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여덟째, 생애주기 단계마다 해결할 과제(발달과업이라 함)을 잘 수행하기 위해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생애주기 단계마다 해결해야 할 과제(학업, 취업, 결혼, 출산, 자녀 양육, 건강관리 등)를 말한다. 생애주기 단계마다 과업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도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아홉째, 계획 시기가 늦을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지므로 가능하면 어린 시절부터 생애 설계가 필요하다. 

열째, 특히 노후생활에 대한 개인 책임을 다하고 가족과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가능하면 일찍부터 생애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중년기 말에야 하는 ‘노후만’을 위한 노후설계가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하는 ‘노후까지’ 생애주기 전체의 생애 설계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확실해졌다. 모든 개인, 학생, 취업자, 은퇴예정자, 국가 정책과 서비스도 ‘노후설계’라는 흘러간 옛노래 그만 부르고 ‘생애 설계’라는 새 노래를 속히 합창하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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