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노인복지 정책 초점은 경로당
새해에도 노인복지 정책 초점은 경로당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31 10:56
  • 호수 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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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생활 좋으면 노인들 행복… 활성화 위한 예산 더 늘려야
코로나 시대에 맞춰 경로당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지원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충북 옥천군지회의 한 경로당에서 부채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코로나 시대에 맞춰 경로당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지원 역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충북 옥천군지회의 한 경로당에서 부채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습.

적은 인원이 모여 활동하기 적합… 건강관리거점 등으로 기능 확대

젊은 노인 위한 신개념 경로당 신설, 여가프로그램 지속 개선해야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우리나라에는 노인들에게 매일 한 끼 식사를 제공하면서, 덥거나 추울 때는 쉼터가 돼주고, 건강관리를 받으며 취미활동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그것도 전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경로당’ 이야기다. 마을 어르신들의 친목도모를 위한 사랑방으로 시작돼 대한노인회 창설 이후 노인여가복지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경로당. 소수 인원이 모여 활동하는 것을 권장하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춰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 16개 광역시‧도에 6만7000개의 경로당이 운영 중이고 회원수도 300만명에 달한다. 규모도 규모지만 이용객들이 느끼는 만족도가 특히 높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는 최근까지 꾸준히 진행된 연구에서도 잘 드러난다. 

고광선 대한노인회 서울연합회장의 박사학위 논문인 ‘경로당 이용 만족이 삶의 만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18)에 따르면, 경로당에서 식사를 하고 여가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때 만족도가 높을수록 덩달아 삶의 만족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헌우 경기 안양시 동안구지회장의 박사학위논문인 ‘노인의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참여 활동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2020)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임헌우 지회장은 논문에서 “경로당 여가프로그램 참여활동이 회원들의 건강상태를 유지시켜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며, 회원 간 의사소통 등의 영향으로 원활한 대인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경로당의 중요성을 인식한 지자체들은 여가문화프로그램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충북연합회의 행복나누미, 경북연합회의 행복도우미 사업이다. 

현재에도 대부분의 시‧군‧구 지자체에서는 지회에 1000만~2000만원의 여가문화프로그램 예산을 지원하고, 이 한도 내에서 일부 경로당이 주 1회 강사를 파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특화된 능력을 갖춘 강사를 초빙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로당 어르신들의 선호도가 떨어져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보조금 정산 등 경로당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충북도와 경북도는 기존보다 월등히 증액된 예산을 투입해 행복나누미와 행복도우미 사업을 진행하며 경로당 프로그램의 질과 회원들의 참여율을 끌어올렸다. 

이명식 충북연합회장은 “행복나누미들이 경로당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면서 코로나로 침체된 분위기가 개선되는 등 경로당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경로당을 건강관리거점으로 적극 활용하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다. 농촌지역의 경우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하루에 한 번은 방문할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데 이러한 경로당의 특성을 활용해 어르신 가정을 일일이 방문해 제공하던 방문간호서비스를 경로당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자동혈압계, 체지방측정기 등을 경로당에 설치해 마을주민들 전체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함께 경로당 공동작업장을 통한 노인일자리 창출도 확대되는 추세다. 

초창기에는 단순 소일거리에 집중했다면 점차 농작물 재배, 메주 등 식품 제조‧판매 경험이 많은 어르신들의 경륜을 담은 공동작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을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로당 운영에도 보태며 선순환구조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노인회에서는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것을 지양하는 코로나 시대에 맞춰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지원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경로당 회장의 처우 개선과 남은 냉난방비를 운영비로 전용하는 문제다. 경로당을 대표해 각종 회의나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회장들의 최소한의 활동비를 보장하고, 아낀 냉난방비를 경로당 운영에 보탤 수 있게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수성 부산 북구 우곡경로당 회장은 “회장들의 원활한 활동을 위해선 교통비 수준이라도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서도 운영비와 냉난방비를 따로 지급하지 말고 하나로 통합해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로당은 평균 연령이 80대에 육박할 정도로 고령화돼 젊은 노인들이 가입을 꺼려하는 점, 경로당 설립 근거와 달리 시설기준이 법으로 마련돼 있지 않아 경로당 간 격차가 심한 점, 좌식 구조로 인한 불편함 등도 개선사항으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기존 경로당은 연세가 많은 노인들의 사랑방으로 운영하고 젊은 노인들이 이용할 수 있게 프로그램 운영에 특화된 특수경로당을 신설해 위드 코로나 시대의 소복지관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고광선 서울연합회장은 “기존 경로당은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을 위해 사랑방 형태로 운영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연소노인에게 적합한 소복지관 형태의 경로당을 신설해 코로나 시대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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