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북한의 노인은 지금 어떻게 사나…북한판 노인복지법·연금제가 있지만 유명무실
[신년 특집] 북한의 노인은 지금 어떻게 사나…북한판 노인복지법·연금제가 있지만 유명무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1.12.31 13:26
  • 호수 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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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양로원의 노인들이 국제노인의 날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평양양로원의 노인들이 국제노인의 날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9.75%… 男 60세, 女 55세부터 노인 대우

양로원 운영 등 선전하지만 실제론 식량난으로 노인 부랑자 양산 

[백세시대=배성호기자]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월간지 ‘조선’의 2021년 10월호에는 ‘평양 양로원을 찾아서’라는 기사가 실렸다. 양로원은 각종 운동기구로 가득한 운동실부터 프로그램을 즐기는 오락실, 영화관람실 등을 갖췄다. 기사 속 노인들은 오전에 1시간 가량 함께 채소를 가꾸는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이 공간에서 취미활동을 하며 보낸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여가 프로그램을 즐기는 어르신들처럼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는 허울좋은 ‘선전’에 불과하다. ‘노제비’(집 없이 떠돌며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며 살아가는 ‘꽃제비’와 노인을 합친 말)가 사회 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상당수는 식량난으로 인해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북한 인구는 2020년 7월보다 18만7894명 증가한 2583만1360명으로 추산됐다. 이중 65세 이상 인구는 251만8207명으로 전체의 9.75%를 기록, 지난해(9.65%)보다 0.1% 포인트 늘었다. 즉, 북한도 ‘고령화 사회’(7% 이상) 단계에서 ‘고령사회’ 단계(14% 이상)로 진행되는 추세다. 평균 기대수명은 71.65세(세계 162위)로 여성(75.74세)이 남성(67.79세)보다 기대수명이 7.95세 더 길었다.

북한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2003년 4월 ‘조선연로자방조협회’(우리나라의 대한노인회 격)를 발족했다. 2006년 3월엔 이 협회를 ‘조선연로자방조연맹 중앙위원회’라는 상설 국가기구로 승격시킨 것에 이어 2007년 4월에는 노인들의 건강과 생활을 지원하는 ‘연로자보호법’(우리나라의 노인복지법에 해당)을 제정했다. ‘연로자보호법’의 보호대상은 노동연한을 마쳤거나 현재 노동을 계속하고 있는 60세 이상 남성과 55세 이상 여성으로 규정돼 있다. 

“男 65세, 女 60세에 연로연금 준다” 규정

북한은 대외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노인 즉, 은퇴자에게도 매달 연금과 식량을 공급한다. 이는 북한의 ‘사회주의 노동법’ 제8장 74조에 나타나 있다. ‘남자는 만 65살 여자는 만 60살에 이른 근로자로서 일정한 근속연한을 가진 사람에게 연로연금을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한국보다 이른 나이인 60세 전후 고령자를 노인으로 규정하고 연금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문서상으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노인들을 위한 법이 마련돼 있지만 수많은 탈북자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면 국가로부터 받는 실질적인 혜택이 전혀 없다. 단적으로 군인을 위한 열차 좌석 특혜는 있지만, 노인들을 위한 경로 혜택은 존재하지 않는다. 법에서 보장하는 것과 달리 60세 이상 남성 주민들에게는 식량 배급이 종료되기 때문에 스스로 생계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생존도 어렵다. 

양로원도 존재하긴 한다. 북한 노동법 제8장 78조에는 ‘노동력을 잃어 돌볼 사람이 없는 늙은이들(노인)과 불구자(장애인)들은 양로원과 그에 준하는 시설에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양로원은 국가에서 운영하며 도에 하나씩 설치돼 있는데 이들 양로원에는 도시의 노동자나 사무원, 국영기업의 종업원 등만 들어갈 수 있다. 농촌의 협동농장 등에서도 자체적으로 양로원을 마련하도록 돼 있다.

허나 이 역시 허상에 가깝다. 국가가 운영하는 양로원은 혁명투사, 혹은 전쟁노병, 영예군인 등 정치적 충성계층을 우대하도록 구성돼 있다. 또 가족이 있으면 아무리 본인이 원해도 양로원에 들어갈 수 없다. 자식들과 같이 거주하는 경우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노인부부만 살거나 독거노인인 경우는 사정이 더 어렵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2019년 발간한 ‘2018 북한사회변동’에 따르면 북한 노인의 주된 생활 유지 방법 중 응답자의 55.2%가 ‘가족 부양에 의존한다’였고 31%는 ‘시장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주는 연로연금과 쌀 배급으로 생활을 영위한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노인 55.2% “가족 부양에 의존” 

김정은 체제로 전환한 뒤 시작된 식량난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최근에는 코로나 악재까지 겪으며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집을 나와 ‘노제비’가 되는 노인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북한은 지난해부터 연고 없이 전국을 떠도는 60세 이상의 노인 부랑자들을 국가시설인 양로원에 들여보내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노인들의 의료이용 실태 역시 열악한 상황이다. 북한은 보건의료와 관련해,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역시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북한의 무상 치료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담은 2017년 12.2%, 2018년 16.1%에 불과했다. 적절한 치료나 수술을 받기 위해 의료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필요한 의약품을 직접 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주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대처 방법을 조사한 결과, 질병 발생시 ‘개인적으로 시장에서 약을 사 먹었다’는 답이 50.6%로 가장 많았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았다’는 응답은 11.5%에 불과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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