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동네 의원서 만성질환 관리해주니 혈압·혈당 조절도 잘 돼요”
[신년 특집] “동네 의원서 만성질환 관리해주니 혈압·혈당 조절도 잘 돼요”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1.12.31 13:36
  • 호수 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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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3년… 효과와 개선점
만성질환관리제는 동네 의원이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상담, 교육 등 포괄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이다. 사진은 만성질환관리제를 이용하는 고혈압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만성질환관리제는 동네 의원이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상담, 교육 등 포괄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범사업이다. 사진은 만성질환관리제를 이용하는 고혈압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혈압을 측정하고 있는 모습.

개인별 질환 관리계획 세워, 의사‧간호사가 식습관‧운동 등 교육·상담

합병증 입원률 낮아지고 약물 순응도 높아… 노인 본인부담금 낮춰야 

[백세시대=배지영 기자]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는 ‘관리’만 잘하면 평생 건강하게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관리라고 해봐야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진료받고 약을 꼬박꼬박 먹는 것이 전부이다. 문제는 이렇게 간단한 관리조차도 잘되지 않는 것이다. 

만성질환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합병증 발생률이 대폭 증가하게 되는데 고혈압은 3배나 증가하고, 당뇨병의 경우에도 2.3배 증가한다. 그렇다면 만성질환 관리가 잘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간단하다. 만성질환 환자가 정기적으로 동네의원에 가서 진료를 받게 하고 약을 잘 복용하게 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동네 의원이고 혈압이나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대면 진료 및 약물치료에 더해 포괄적인 환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고혈압 또는 당뇨병 환자가 원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지속관리 의사를 밝힌 후 등록하면, 다음 진료부터 본인부담금을 30%에서 10%로 경감해 준다. 주로 약 처방을 하는 기존의 의료 서비스와 달리 간호사나 영양사 등 케어 코디네이터나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식습관과 운동에 대해 교육하고 상담하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의미는 환자를 위해 의원급에서 열심히 상담·관리를 하면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것”이라며 “고령화 사회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환자별 계획 수립해 관리

사업에 참여한 동네의원은 의사·케어 코디네이터(간호사 혹은 영양사)로 구성된 팀을 통해 고혈압·당뇨병 환자에 대해 개인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구체적으로는, 만성질환 환자가 시범사업에 참여한 동네 의원을 방문하면 △환자의 질환과 생활습관을 파악해 1년 단위로 관리 계획을 수립 △문자와 전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점검·상담 △질병 및 생활습관 개선 교육 제공 등을 한다. 혈압·혈당 등 임상 수치, 생활습관 개선 목표 달성 정도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하는 맞춤형 관리도 가능하다. 

2021년 8월 기준 전국 109개 지역에서 3721개 의원이 선정돼, 2421개 의원이 실제 만성질환 관리 환자를 등록하고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27만여 명이 이 서비스를 받았는데 의원 신뢰도 98%, 교육 신뢰도가 94%에 달할 정도로 환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가 시범사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기관의 환자와 비교했을 때 참여 기관 등록환자는 필요한 검사를 1.7배 더 수행하고 약물 순응도도 1.7배 더 좋았다. 게다가 합병증으로 입원할 확률은 50%, 응급실을 방문할 확률은 45% 줄어들었다.  

더불어 케어플랜 수립자 임상검사에서 혈압을 측정한 환자 중 혈압 조절자는 68%에 육박했다. 환자 포괄평가 시점보다 중간 관리 및 점검에서 70%에 달하는 환자들의 혈압 조절률이 증가한 것이다.

조비룡 교수는 “포괄평가, 중간점검, 자가측정에서 혈압 또는 혈당 측정값이 모두 있는 고혈압과 당뇨 환자를 분석했을 때 관리가 진행될수록 혈압과 혈당 조절률이 높아졌다”며 “전화와 문자 모니터링을 시행하는 경우 혈압 조절에 있어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비율도 높았다”고 평가했다.

◇환자 중심 진료로 라포 형성 도움

이처럼 시범사업 시행이 만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대 이상의 놀랄만한 성과가 도출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질병 중심 접근에서 환자 중심 접근으로 전환한 것이 한몫했다. 

과거 고혈압·당뇨병 환자 진료는 혈압, 혈당·당화혈색소 수치를 보고 단순히 약 처방으로 끝내는 질병 중심의 ‘3분 진료’였다. 

그러나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대면 교육과 상담시간이 늘어나면서 환자의 개별특성과 생활습관, 가정환경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환자 중심 진료로 바뀌었다.

박 회장은 “실제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환자와 의사 간의 라포(rapport,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관계) 형성이 매우 좋아졌다”고 전했다.

◇65세 이상 본인부담금 낮춰야 

다만, 시범사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원, 환자 모두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수정·보완이 필요하다. 가령 65세 이상의 경우 현재 책정된 본인부담금 10%를 5%까지 낮추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등록 후 초기에 포괄평가와 케어플랜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진찰료는 4만6110원으로 평상시보다 본인부담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65세 이상의 경우 첫 등록 후 포괄평가·케어플랜, 초기교육에 한정해 본인부담금을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의료계의 제안이다. 

박 회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노인정액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상담과 교육을 받는다고 1500원 이상의 본인부담금을 내라고 하면 꺼려하는 분들이 많아 현장에서 애로상황이 많다”면서 “65세 이상의 경우 본인부담금을 기존보다 낮춘다면 더 많은 어르신들이 좋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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