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회 줄잇는 내리사랑 장학금 ‘훈훈’
노인회 줄잇는 내리사랑 장학금 ‘훈훈’
  • 배성호 기자
  • 승인 2022.01.10 08:52
  • 호수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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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품 팔아 번 돈, 상금, 사재까지 출연… ‘사회에 공헌하는 노인’ 실천
대한노인회가 코로나 위기 속에도 장학금을 조성해 손주세대를 향한 내리사랑을 실천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진천군지회 이월면분회가 ‘손자사랑 장학회’ 설립 총회를 개최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대한노인회가 코로나 위기 속에도 장학금을 조성해 손주세대를 향한 내리사랑을 실천하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사진은 충북 진천군지회 이월면분회가 ‘손자사랑 장학회’ 설립 총회를 개최한 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진천군지회 ‘손자사랑장학회’, 부산 북구지회 ‘실버장학회’ 등 운영

강원 인제군지회, 양구군지회 등은 지자체 운영 장학회에 기금 전달

[백세시대=배성호기자] 지난해 12월 충북 진천군 이월중학교 학생들을 지원하는 ‘손자사랑장학회’가 설립됐다. 대한노인회 충북 진천군지회(지회장 박승구) 이월면분회 회원들이 조성한 7000만원을 마을 청소년들의 학업 지원을 위해 쾌척한 것이다. 고병덕 이월면분회장은 “이월면의 학생들이 지역과 국가 발전에 기여할 유능한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 장학회를 설립했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 노인지도자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잇달아 장학금을 조성하며 코로나로 힘겨운 우리 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최근 효 문화가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손주세대에 대한 내리사랑을 실천한다는 것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진천 이월면분회가 장학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회회관 신축이 있었다. 이월면분회는 수십년 전 현재 분회회관이 위치한 장소에 땅과 건물을 매입해 경로당으로 사용해왔다. 그러다 진천군이 해당 경로당을 허물고 분회회관을 신축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땅이 발생했다. 당초 분회는 이 땅을 매각한 자금을 회원 복지에 활용하려 했지만, 그간 사비로 장학금을 전달해온 고병덕 분회장과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장학기금을 조성했다. 이월중학교와 협의를 거쳐 ‘손자사랑장학회’를 설립했고 장학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통해 올해 2월 10명에게 지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이월중학교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전할 예정이다. 

경기 성남시수정구지회(지회장 유병태)도 유병태 지회장이 취임한 2019년부터 청소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관내 경로당 회장의 손·자녀를 중심으로 성남시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을 추천받아, 장학생 선발위원회를 통해 최종 10명 내외 학생을 선발해 지급해오고 있다. 2021년에도 지난 12월 3일 전달식을 열어 장학증서와 장학금 30만원씩을 전달했다.

유병태 지회장은 “이번에 선정된 장학생들은 품성이 바르고 학업에 충실하며 부모님께 효도하여 모범이 되는 학생으로,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지회(지회장 이기수)도 지난 12월 27일 ‘북구실버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을 진행해 금곡중 3학년 학생에게 장학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북구실버장학회는 지난 2019년 이기수 지회장과 뜻이 맞는 어르신들이 힘을 모아 출범시켰다. ‘도움 받는 노인’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회와 젊은 세대에게 공헌하는 어르신’으로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작됐다. 장학회는 매년 사비를 모아 기금을 적립했고 첫해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2020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250만원을 전달했다. 

1월 현재 1500만원이 모인 기금을 점차 확대해 올해에는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기수 지회장은 “매년 기금을 조금씩 확대해서 부산 북구 지역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장학회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가 조성한 장학회에 장학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지회도 있다. 강원 인제군지회(지회장 박기선)는 지난 12월 28일 인제군청을 찾아 인제군장학회에 300만원을 전달했다. 1989년 설립된 인제군장학회는 매년 100여명의 대학생(300만원), 고등학생(50만원)을 선정해 장학금을 지급해오고 있다. 인제군지회도 매년 10~20개 경로당이 인제군장학금에 크고 작은 기금을 전달하며 장학회가 성장하는데 큰 기여를 해왔다. 

이날 전달된 장학금은 북면 원통1리경로당 회원들이 1년간 재활용품을 모아 판매한 금액과 자체적으로 모금한 것을 합쳐서 조성했다. 

박기선 지회장은 “코로나로 지역 경제가 많이 힘들지만 이번에 전달된 기금이 인제군 관내 지역 인재 육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노인회 강원 양구군지회(지회장 엄영현)도 12월 28일 양구군청을 방문해 양구군 향토인재 양성을 위한 양록장학회에 장학금 200만원을 기탁했다. 1988년 3000만원으로 시작된 양록장학회는 출범 이후 기관과 개인들이 꾸준히 기금을 기탁하며 지난해 130억원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는 역대 최대인 400여명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것을 비롯해 33년간 4500여명에게 장학금 약 50억원을 지급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던 30대 때부터 빠듯한 월급을 쪼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온 엄영현 양구군지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에도 매년 500만원 이상을 쾌척하고 있다. 

양구군지회 또한 지난해 10월 노인일자리 수행기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받은 상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엄영현 지회장은 “힘든 시기이지만 작은 정성을 준비했다”며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잘 활용해 달라”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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