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 세상읽기] 새해 덕담
[백세시대 / 세상읽기] 새해 덕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22.01.10 10:40
  • 호수 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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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는 가장 효능 좋은 수면제인 듯하다. 기자는 물론 주변에서 잠을 못 이룰 때 유튜브를 듣는다고 한다. 그걸 듣다보면 어떤 날은 5분도 채 못 돼 잠속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잠결에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들려 슬그머니 눈을 떠보면 유튜브가 혼자 돌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유튜브 방송은 인문학, 정치, 건강, 역사, 종교, 음악 등 다양하다. 유튜브는 ‘인문학의 바다’이다. 소크라테스·플라톤 등 희랍의 철학자와 철학 계보를 안내하는 ‘김상근의 르세상스 인문학 산책’, 세계 유명작가와 그들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지혜의 향연’, 논어·맹자 등 중국고전을 전하는 ‘8대 고전 읽기’ 등 도서관을 통째로 옮겨다놓은 듯하다.

정치는 주로 보수언론 출신 유튜버의 친절한 정치 평을 듣는다. 30여년 여의도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월간조선 기자가 정치계 이슈를 파헤치는 ‘최병묵의 팩트’, 조선일보 파리특파원을 지낸 김광일 논설위원이 진행하는 ‘11시 김광일 쇼 LIVE’ 는 그 주에 놓쳤던 뉴스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일례로 ‘최병묵의 팩트’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뒤처지는 배경으로 이준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내부 총질, 부인 김건희의 사과 이후 미흡한 후속 조치, 선대위의 불안정한 상태 등을 꼽는다. 이 유튜버는 김건희 씨가 방송에 나와 용서를 구했지만 단발로 그치지 말고 앞으로도 기회 닿는 대로 계속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라는 것이다. 이들 유튜브 방송을 들으면 후보들의 장·단점을 비롯 이번 대선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대충 감이 오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방송이 건강일 것이다. 국내외 의사, 약사, 물리치료사 등이 제각각 의학지식을 동원해 질병에 대한 정보와 치료법을 자상하게 알려준다. 유튜브 창에 병명만 치면 전문의 수준의 정보가 주루룩 나오고 유튜브가 가르쳐주는 대로만 따라하면 더 이상 병원이 필요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당뇨를 예로 들면 ‘혈당을 낮추는 하루 10분 운동’, ‘당뇨환자가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5가지’, ‘내과의사가 알려주는 이런 사람 당뇨에 걸린다’ 등등 끝이 없다. 

수면의 효과가 가장 빠른 건 종교 방송이다. 특히 남녀 성우들이 감정과 느낌을 잔뜩 실어 읽어주는 ‘송강스님 금강경 문답식 성우녹음’은 ‘직빵’이다. 아마도 성우들의 감칠맛 나는 목소리와 난해한 불교용어 때문이리라. 

‘금강경’의 앞부분에 제자 수보리 존자는 부처님께 “보살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질문한다. 부처님은 “보살은 세상의 모든 생명체를 궁극적인 행복의 길로 인도하되, 내가 인도한 중생은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대답한다. 자기가 잘 나서 상대가 포교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스님은 이 말이 우리가 살아야할 방향을 정확하게 짚어준다고 하는데 비종교인의 눈에는 그런 심오한 뜻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며칠 전 명상 관련 책을 10여권 낸 한 명상가의 말이 기자의 머릿속을 환하게 비추는 듯 했고, ‘그렇다면 올 한 해는 그리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망한 그림자에 불과했던 생각과 감정에 의지해 세상을 고해라 여기며 온갖 걱정과 두려움 속에서 노심초사해온 그때까지의 삶은 긴 악몽이었다. 그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내가 지금까지 마음이 만든 상념세계 속에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분명히 보면 상처라는 것도 내가 만든 착각이고 환영일 뿐이다. 근심 걱정에서 벗어나는 깨어남의 방법이 ‘정견’(正見)이다. 생각이나 감정, 느낌을 더 이상 자기와 동일시하지 않고 아무 분별없이 그냥 봄으로써 생각·감정·느낌에 휘둘리거나 끌려 다니지 말라는 것이다.”

새해에는 삶의 이정표를 ‘정견’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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