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금요칼럼] 디지털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 김광일
[백세시대 금요칼럼] 디지털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 / 김광일
  •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 승인 2022.01.10 10:51
  • 호수 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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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

 방역패스 방법 몰라 어려움 겪어

‘디지털 기기는 쓰기 어렵다’는

 막연한 두려움 없애는 게 출발점

 노인도 쉽게 쓸만한 기기 나와야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방역패스가 있어야만 음식점 등 다중시설 입장이 가능한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인분들이 방역패스를 어떻게 받는지 몰라 식당 출입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백신도 3차까지 빠짐없이 접종받았는데 방역패스를 보여주지 못해 식당 출입을 저지당한다면 많이 당황스러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디지털 기기 사용이나 인터넷 활용 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이 사회와 단절되는 ‘디지털 디바이드’ 또는 ‘디지털 소외’ 현상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분들의 65%는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기기를 보유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디지털 기기 접근성은 좋은 편이다. 하지만 2019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100%로 볼 때 70대 이상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35.7%에 불과했다. 

특히 노인분들은 모바일 표 예매, 인터넷 쇼핑, 인터넷뱅킹 서비스, 키오스크 활용, 인터넷 행정서비스 이용 등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디지털 세상으로 바뀌는 변화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주위에서 카카오톡이나 유튜브 등을 많이 사용하시는 노인분들을 보면 스마트폰을 잘 이용하실 것 같은데 왜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시는 것일까? 앞으로 디지털 기기에 보다 많이 의존하게 될 텐데 노년층이 소외되지 않고 디지털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예전에는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보는 것이었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전원이 켜지는지, 사용법은 어떻게 되는지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본 후 그 지침에 따라 순서대로 작동시켜 보았다. 새로운 기기는 항상 비싸고 귀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다루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설명서를 보지 않는다. 아예 설명서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기기를 새로 구입하면 바로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사용방법을 익히게 된다. 디지털 세대들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두려움 없이 사용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를 접해도 주저 없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노인분들은 잘못 만져서 망가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듯하다. 노인분들이 가지고 있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디지털 소외를 극복할 수 있는 첫 번째 단계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노인분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한 디지털 기기가 개발되어야 하겠다. 현재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기기는 노인분들이 손쉽게 사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불필요한 기능이 많아 적절하지 않다. 

또한 앱의 아이콘이나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 시력이 떨어지고 미세 운동 조절능력이 저하돼 있는 노인분들이 사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노인분들이 주로 이용하는 앱 또는 필수적인 앱 위주로 구성된 단순한 디자인의 사용하기 용이한 스마트 기기가 개발되어 널리 보급될 필요가 있겠다.

마지막으로는 디지털 기기가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관리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노인분들이 가장 관심을 많이 가지는 건강 유지와 질병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지털 기기가 있다면 보다 자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건강 관리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기에 대한 두려움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별히 자료를 입력해야 하거나 사용방법이 복잡하지 않고 그냥 단순하게 몸에 지니고 있거나 착용만 해도 노인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노인분들은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어렵다’라는 고정관념을 극복하고, 노인분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하나, 둘 생기게 되면 디지털 소외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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