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손발 저림과 통증이 증상인 '말초신경장애'의 증상과 치료
이유 없는 손발 저림과 통증이 증상인 '말초신경장애'의 증상과 치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22.01.10 14:26
  • 호수 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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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손과 발에 저린 증상이나 화끈거림, 시림 등의 감각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손과 발에 저린 증상이나 화끈거림, 시림 등의 감각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팔·다리 등에 분포한 ‘말초신경’에 이상… 원인 질환만 100개가 넘어

감각 둔해지고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 신경통증 관리 약제 등 사용

[백세시대=배지영기자] 윤영자(72) 어르신은 최근 손발에 찌릿한 저림 증상과 함께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윤 어르신은 단순히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그런 줄로 생각하고 손을 수시로 주무르기도 하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다 통증이 심해지고 팔다리의 힘도 저하돼 뒤늦게 병원을 찾은 결과, ‘말초신경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누구나 한 번쯤 손이나 발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듯한 경험을 한다. 하지만 윤 어르신처럼 대부분 피가 안 통해서 그러려니 하며 일시적 혈액순환장애로 자가진단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끔은 뇌졸중의 전조증상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그러나 손발 저림이 혈액순환 장애나 뇌졸중의 증상인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로는 상당수가 말초신경 이상, 즉 말초신경장애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우리 신경계는 뇌와 척수같이 몸 중심에 있는 ‘중추신경’과 몸통·팔·다리·얼굴 등에 분포하는 ‘말초신경’으로 구분한다. 말초신경은 중추신경인 뇌와 척수로부터 몸 곳곳을 연결하는 전선과 같은 역할을 한다. 말초신경장애는 이러한 말초신경계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김영도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말초신경이 손상되면 과감각, 감각 저하 등의 감각 이상이 생기고, 저린 증상이나 통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저림, 시림, 화끈거림, 콕콕 쑤시는 느낌,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피가 잘 안 통하는 느낌, 자갈밭 위를 걸어가는 듯한 느낌, 마취된 것과 같은 둔한 감각 등의 증상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말초신경장애의 원인과 증상

말초신경장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현재까지 원인질병만 100여 개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그러다보니 원인질환에 따라 증상이 각기 다르고 같은 질병에서도 환자마다 서로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진단이 매우 어려운 질환이기도 하다. 

대개 신경이 눌리거나 다른 전신질환의 합병증으로 인해 생기는데, 손발 저림을 일으키는 압박성 말초신경장애는 말초신경이 단단한 근막이나 인대를 통과하는 부위에 눌리거나 뼈의 돌출된 부위를 지나는 부위가 압박되면서 나타난다.

대표적인 말초신경장애로는 당뇨로 인해 생기는 ‘당뇨병성 말초신경병’, 척추질환과 연관돼 생기는 ‘신경뿌리병’, 신경이 반복적으로 압박돼 생기는 ‘압박성 신경병(손목터널증후군 등)’ 등이 있다. 

말초신경장애 증상으로는 손발이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화끈거림과 함께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감각신경 장애는 통증뿐만 아니라 저리고 아프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을 보이고 힘이 빠지면서 근육이 위축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운동신경 손상을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저린 증상이 발끝부터 시작되어 위쪽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발의 저린 증상이 발목까지 심해지면 손끝도 저리게 된다. 운동신경이 침범되면 근육이 약해져서 물건을 집기 어렵거나, 옷에 단추를 채우기 어려워질 수 있고 심한 경우 걷기조차 힘들어진다. 

이에 보통 말초신경장애를 혈액순환장애와 많이 오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혈액순환장애는 통증이 주로 나타나며, 손가락 끝이 차고 찬물에 손을 넣으면 손끝이 하얗게 변하는 특징을 가진 반면 말초신경장애는 화끈거림, 저림, 시림, 얼얼함 그리고 먹먹하고 무딘 느낌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더불어 자율신경 이상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장애로 우리 몸의 항상성(생존에 필요한 안정적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성질)이 깨지면서 나타나는데, 심하면 실신을 하기도 하고 땀 분비 이상, 소화 장애, 어지럼증, 소변이나 대변 장애, 성기능 장애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김영도 교수는 “말초신경장애는 증상만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손발 저림이나 따가움 같은 감각 이상은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고, 땀이 많이 난다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과 같은 자율신경 이상 역시 일시적인 증상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말초신경장애 치료

말초신경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말초신경장애를 유발할 만한 당뇨나 신장질환, 류마티스 질환 등과 같은 기저질환이 있는지 병력 청취가 중요하다. 이후 혈액검사, 신경전도 검사, 자율신경 검사, 근전도 검사 등이 진행된다. 

만약 양성 낭종이 국소말초신경을 누르고 있다면 수술로 낭종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며, 약물에 의한 말초신경장애는 약물 중단을 통해 증상을 해소할 수 있다. 저린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약물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은 당 조절이 잘되지 않을 때 말초신경이 손상될 수 있지만, 회복이 쉽지 않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원인질환 치료 외에 GABA(감마 아미노낙산) 관련 약물 계열, 항우울제 계열 등 신경 통증 관리 약제를 주로 사용해 증상을 조절한다. 약물치료 외에도 연고, 파스 등을 사용할 수 있고, 국소적인 약물주사 치료도 시행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말초신경장애를 완치가 되지 않는 만성질환으로 생각하지만, 일부는 완치도 가능하다”며 “다만 일반 통증과 달라 약물을 적어도 수 주에서 길게는 수 년 이상 복용해야 치료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지영 기자 jybae@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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